[전자신문] 데뷔하자마자 차트 휩쓴 록밴드 정체는… “멤버도, 노래도, 가사도 모두 AI”

멤버, 서사, 노래, 가사 모두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낸 록밴드 '벨벳선다운'. 사진=인스타그램(thevelvetsundownband) 캡처
멤버, 서사, 노래, 가사 모두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낸 록밴드 ‘벨벳선다운’. 사진=인스타그램(thevelvetsundownband) 캡처
데뷔 단 2개월 만에 각종 스트리밍 플랫폼 상위 차트를 휩쓴 유럽의 록밴드가 인공지능(AI)으로 멤버 이미지부터 노래, 가사, 서사까지 모두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9일(현지시간) 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4인조 록밴드인 ‘벨벳 선다운'(The Velvet Sundown)이라는 그룹은 지난 6월 5일 ‘플로팅 온 에코'(Floating on Echoes)라는 곡으로 데뷔,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 유럽 차트에서 상위권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1960년대 포크록을 기반으로 한 데뷔곡은 입소문을 탔고, 영국, 스웨덴, 노르웨이 일간 바이럴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고 1개월만에 청취자 10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빠르게 인기를 모으게 됐다.

가파른 성장세에 힘입어 데뷔 15일만에 신곡 ‘더스트 앤 사일런스'(Dust And Silence)을 발표했으며, 이달 14일에는 신곡 ‘페이퍼 선 리벨리온'(Paper Sun Rebellion) 발표를 예고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돌풍같은 인기 뒤에는 이들의 정체를 의심하는 눈초리가 있었다.

이 밴드의 분위기가 1960년대를 풍미한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 록밴드 ‘크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Creedence Clearwater Revival)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밴드 이름이름도 1960년대 언더그라운드 록에 한 획을 그은 ‘벨벳 언더그라운드'(Velvet Underground)를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있었다.

활발한 음원 활동과는 다르게 오프라인 공연이나 언론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는다는 점도 의심을 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온라인 활동을 시작했지만 멤버들을 아는 실제 사람조차 나오지 않았다.

정체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이 밴드는 엑스(X·옛 트위터)에서 “이 말을 지어낸 사람들 중에 단 한 사람도 우리에게 연락을 취하거나, 공연에 방문한 사람이 없다. 우리는 캘리포니아의 비좁은 방갈로에서 땀 흘리며 긴 밤을 보냈고, 진짜 악기, 진짜 마음, 진짜 영혼으로 노래를 완성했다. 우리는 AI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의문이 해소되지 않자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하고 공연하는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지만 역효과만 났다. 기타를 잡고 있는 손가락 두 개가 기괴하게 합쳐져 있다거나, 마이크 줄이 소맷자락으로 연결돼있고, 기타줄이 끝까지 연결되지 않는 등 AI 생성 이미지에서 보이는 오류들이 선명히 보였기 때문이다.

스포티파이는 AI를 규제하지 않기 때문에 해당 밴드에 대한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지만 경쟁 플랫폼인 디저(Deezer)는 “AI로 생성된 콘텐츠는 허용하지 않는다”며 이 밴드의 음원을 서비스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벨벳선다운은 지난 5일 AI로 생성한 밴드가 맞다고 실토했다. 엑스를 통해 공개한 입장문에는 “모든 캐릭터, 서사, 음악, 목소리, 가사는 AI 지원으로 만들어진 원조 창조물이다. 인간도 기계도 아니고, 우리는 그사이 어디쯤 산다”고 했다.

그러면서 “벨벳선다운은 인간의 창의적 지휘에 따라 작곡, 보컬, 그리고 시각화까지 모든 과정을 인공지능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합성 음악 프로젝트”라며 “속임수가 아닌 AI 시대에 음악의 창작성과 정체성, 미래의 경계에 도전하기 위한 끊임없는 예술적 시도”라고 태도를 바꿨다.

이런 소동에도 인기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벨벳선다운의 스포티파이 월간 청취자는 110만명을 넘어섰다. 청취자들에게 AI 사용 여부는 음악을 즐기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오는 14일 차기곡 발표를 앞둔 벨벳선다운은 “그들은 우리에게 진짜가 아니라고 한다. 아마 너희도 진짜는 아닐 것”이라는 문구로 신곡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구체적인 내용이나 첨부파일은 아래 [전자신문] 사이트의 글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Add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