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韓·美 관세 협상 경주 ‘담판’ 여부 촉각…美·日은 ‘동맹 황금기’ 선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 일정에 돌입하면서 일본과 한국을 잇따라 방문해 안보와 경제 전반의 협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일본과는 ‘동맹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선언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과는 관세 협상이 교착인 상황에서 마주한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경북 경주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한미 간 관세 협상과 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양국은 실무단 협의를 통해 일부 이견을 좁혔으나, 관세 조정과 투자 규모 등 주요 쟁점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 대통령은 앞서 “협상이 교착 상태”라며 최종 타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처리해야 할 세부 사항이 많다”고 언급했다.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회담에서 관세 협상이 최종 타결될 공산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따른다.

다만 조선업 협력에 관한 합의문은 이번 회담에서 도출될 가능성이 높다. ‘마스가(MASGA)’ 프로젝트와 관련해 양국 간 협의가 구체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첫 회담을 갖고 안보와 경제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양국은 관세 협상 합의안에 서명하고, 일본의 5500억달러(약 750조원) 규모 대미 투자를 조속히 이행하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미국과 일본은 가장 강력한 수준의 동맹국”이라며 “미·일 관계가 어느 때보다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동맹이 될 것”이라며 “양국이 함께 황금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향후 방위비 증액과 첨단 기술 분야 협력을 통해 미국과의 전략적 연계를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 측은 일본의 공급망 역할을 높이 평가하며 반도체, 인공지능(AI), 핵심 광물 분야 협력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이날 두 정상은 회담에서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언급하며 유대감을 드러냈다. 다카이치 총리는 “오래 이어진 우정에 감사한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는 내게 훌륭한 친구였다”며 “아베는 다카이치 총리에 대해 늘 좋은 말을 했다. 그가 이 모습을 봤다면 매우 기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본 골프 선수 마쓰야마 히데키의 사인이 담긴 골프백과 금박 처리된 골프공, 아베 전 총리가 사용하던 퍼터를 선물하기도 했다.

한편 기하라 미노루 일본 관방장관은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30일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