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가상자산 시총 200조원 '증발'… 국내 거래대금 하루 새 60% 넘게 급증 1 사진=게티이미지](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1/05/news-p.v1.20251105.5dcfb70597b64f56ab7cdb0027c9f5df_P2.jpg)
5일 오후 1시 기준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전 세계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전날보다 4% 이상 하락한 4910조원을 기록했다. 시장 투자심리를 보여주는 ‘공포 및 탐욕 지수’는 26으로 떨어지며, 올해 3월 11일 기록한 연중 최저치(15)에 근접했다.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투자자들이 비이성적으로 매도에 나서고 있다는 의미로, 현재 시장은 ‘공포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급락장 여파로 거래량은 급증했다. 이날 코인게코에 따르면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24시간 거래대금은 이날 10조813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날 6조6400억원에서 약 60% 이상 급증한 수치다.
가상자산 시총 상위권 종목들도 일제히 큰 낙폭을 기록했다. 비트코인(BTC)은 일주일 전보다 9% 하락했고, 이더리움(ETH)은 16%, 리플(XRP)은 14%, 솔라나(SOL)는 19% 각각 떨어졌다. 특히 이더리움은 3400달러(약 480만원) 지지선이 무너지며 8월 고점(4953달러) 대비 약 30% 하락한 상태다.
이더리움 생태계는 보안 위험까지 겹쳤다. 지난 3일 탈중앙화 거래소(DEX) 밸런서에서 1억2800만달러 규모의 디파이(DeFi)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거시경제 환경 역시 투자심리를 억누르고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인공지능(AI) 중심의 기술주 상승 랠리에 피로감이 커진 가운데, 뉴욕증시가 역사적 고평가 구간에 진입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전날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12~24개월 안에 주식시장이 10~20%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수급 측면에서도 뚜렷한 회복 모멘텀은 보이지 않는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하루에만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약 1985억원 규모의 기관 자금이 순유출됐다. 지난달 29일부터 5거래일 연속 자금이 이탈하면서 누적 순유출 규모는 2조8493억원에 달했다.
비트코인의 향후 가격 흐름에 대해서도 경계 목소리가 나온다. 훌리오 모레노 크립토퀀트 리서치 책임자는 “비트코인이 10만달러 구간을 지키지 못하고 하락세로 전환할 경우, 향후 1~2개월 내 7만2000달러 선까지 조정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과도한 비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제리 오셰이 해시덱스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 총괄은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지고, 미국 주식의 고평가 부담과 관세 협상 불확실성이 맞물리며 단기 충격이 컸다”면서도 “10만달러는 심리적으로 중요한 지지선이지만, 이를 하회했다고 해서 장기 투자심리까지 약화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