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고리1호기 해체 승인…K-원전 ‘건설·운영·해체’ 3박자 갖춘다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한국수력원자력 고리 원전 전경. 오른쪽부터 순서대로 1, 2, 3, 4호기. 〈자료=한수원〉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한국수력원자력 고리 원전 전경. 오른쪽부터 순서대로 1, 2, 3, 4호기. 〈자료=한수원〉
국내 최초 상업용 원전인 고리1호기가 해체된다. 가동을 멈춘 지 8년 만이다. 국내 첫 원전 해체 사례로, 우리나라가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에 진출할 길이 열렸다는 평가다. 원전 건설부터 운영, 해체까지 3박자를 모두 갖춘 원전 강국으로의 도약도 가능해진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6일 제261회 전체회의를 열고 한국수력원자력이 제출한 ‘고리1호기 최종해체계획서’를 심사·의결했다. 원안위는 “법적·기술적 요건이 충족되었다고 판단해 최종 승인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수원이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지난 2021년 5월 최종 해체계획서 등을 최초 제출한 지 4년 만이다. 해당법은 영구 정지 5년 안에 원전 해체 승인을 신청하도록 규정한다.

이로써 1972년 건설 허가를 받고 1978년부터 상업용 운전을 시작한 고리1호기(가압경수로형, 595MWe)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서 설계 수명 30년을 다 채우고 추가 연장 운전 후 지난 2017년 6월 18일 영구 정지됐었다.

해체 승인에 따라 한수원은 12년에 걸쳐 고리1호기를 단계적으로 해체하고, 부지를 복원할 계획이다. 한수원은 지난달부터 사전 작업으로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제염’ 작업을 진행해 왔다.

해체 사업은 해체 준비→주요 설비 제거→방사성폐기물 처리 및 부지 복원 순으로 추진된다. 다음 달부터 터빈건물 내 설비부터 차례대로 해체 작업에 착수한다. 2031년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한 뒤 방사성계통에 대한 해체를 거쳐 2037년 해체를 종료한다.

고리1호기의 해체는 단순히 원전 운영 종료를 넘어,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원전 해체 산업’에 진출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22개국에서 214기의 원전이 영구 정지 상태로 해체를 준비 중이며, 시장 규모는 장기적으로 약 5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2024년 기준 글로벌 해체 서비스 시장은 약 72억달러(약 9조원) 규모지만, 2030년까지 130억달러(약 16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2023년 기준 원전 해체를 완료한 나라는 미국(17개)과 독일(4개), 일본(1개) 등 3개국인데, 고리1호기와 같은 대형 상업용 원전 해체를 완료한 나라는 미국 뿐이다. 고리1호기 해체가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우리나라가 원전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다시 한번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해체 과정에서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이 설계, 방사성 폐기물 관리, 설비 해체 등 고난도 작업을 수행하게 되면, 향후 ‘한국형 해체 모델’ 수출을 통해 국제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원전 건설부터 운영, 정비, 해체까지 ‘전 주기’에 걸친 원전 수출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고리1호기 해체는 단순한 설비 철거를 넘어 국내 해체기술 내재화와 전문인력 양성, 산업 생태계 조성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구체적인 내용이나 첨부파일은 아래 [전자신문] 사이트의 글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Add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