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고환은 한쪽뿐’ 조롱당한 히틀러, 실제로 ‘이 병’ 앓았나

아돌프 히틀러 독일 독재자(오른쪽)와 베니토 무솔리니 이탈리아 독재자. 사진=AFP 연합뉴스
아돌프 히틀러 독일 독재자(오른쪽)와 베니토 무솔리니 이탈리아 독재자. 사진=AFP 연합뉴스
독일 나치 독재자인 아돌프 히틀러가 성적 발달에 필요한 호르몬이 부족한 ‘칼만 증후군’을 앓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3일(현지시간) AFP 통신·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투리 킹 영국 배스대 밀너진화연구소장이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히틀러의 혈흔에서 확인한 내용을 오는 15일 방영하는 영국 채널4 다큐멘터리 ‘히틀러의 DNA: 독재자의 청사진’에서 공개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사이에서는 ‘히틀러의 고환은 하나뿐’이라는 가사의 노래가 유행했다. 그의 남성성 부족을 조롱하는 노래였다. 단순 선전 노래에 그치는 것이 아닌 실제로 그가 정상적인 성적 발달을 겪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히틀러의 DNA는 그간 수수께끼에 부쳐졌다. 그의 시신은 자살 직후에 불태워졌으며 과거 그의 머리카락이라고 주장했던 샘플은 가짜였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자녀가 없고, 살아있는 친척들조차 DNA 제공을 꺼렸기 때문에 그의 생전 건강 기록을 확인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1945년 5월 로스웰 로즌그렌 미군 대령이 히틀러가 자살한 벙커 소파에서 피 묻은 천 조각을 잘라내 보관하고 있었기 때문에 DNA 검사가 진행될 수 있게 됐다. 이 샘플은 그의 남성 친척과 비교분석해 Y 염색체가 일치한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연구팀이 히틀러의 DNA를 분석한 결과 유전 질환 ‘칼만증후군’의 흔적이 발견됐다. 이 질환은 성기 발달 이상, 낮은 테스토스테론 수치, 그리고 후각 상실 등을 특징으로 한다.

칼만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사춘기에 정상적인 성적 발달이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 질환의 최대 10%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성기를 가지거나, 고환이 정상적으로 내려오지 않는 증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롱의 노래가 단순 선전용이 아닌 진실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연구를 이끈 킹 교수는 “히틀러의 정책은 우생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며 “히틀러가 본인의 유전자 결과를 볼 수 있었다면 본인부터 가스실로 보냈을 게 거의 확실하다”고 꼬집었다.

또 다큐멘터리 제작진은 히틀러의 DNA에서 자폐증과 정신분열증, 양극성 장애 소인 점수는 상위 1%에 해당할 만큼 높게 나왔다고 했다.

다만 정신 질환에 대한 검사 결과가 오히려 칼만증후군과 관련한 검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UCL 유전학 연구소 명예 교수인 데이비드 커티스는 영국 가디언에 “다유전자 위험 점수는 개인이 아닌 전체 인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면서 “검사 결과 다유전자 위험 상위 백분위에 속한다고 해도, 유전적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질환일지라도 실제 발병 위험은 매우 낮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작진 역시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그의 유전적 특성은 이해를 돕는 정보일 뿐, 선택과 행동의 책임은 오롯이 그 자신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권위있는 의학 학술지에 제출했다. 학술 심사 과정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다큐멘터리 방송이 먼저 편성됐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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