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뇌에도 인생의 고비가 있다”… 9·32·66·83세, 운명이 바뀌는 순간들 1 인간 뇌.](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2/24/news-p.v1.20251224.c6ccc1df593244c2a62c21fd3bb59d44_P1.jpg)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린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의 논문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지난달 25일 발간된 ‘인간 생애 동안의 위상적 전환점들’이라는 논문에서 제1저자 겸 교신저자인 알렉사 모즐리를 비롯한 공저자 4명은 0세부터 90세까지 총 4천216명의 뇌 자기공명영상(MRI) 데이터를 분석해 인간 뇌의 구조적 변화 양상을 규명했다.
연구진은 뇌와 척수 등 중추신경계에 존재하는 신경섬유 다발인 백질을 중심으로 뇌의 물리적 연결 구조와 그 변화를 추적했다. 이를 통해 연령별로 1년 단위의 ‘평균적 뇌’ 모델을 구성하고, 수학의 그래프 이론에서 활용되는 12가지 연결 지표를 적용해 뇌 네트워크의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인간의 뇌 연결 패턴은 평균적으로 9세, 32세, 66세, 83세에 뚜렷한 전환점을 맞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연구진은 이러한 연령은 평균값에 불과하며, 실제 변화 시점은 개인차가 크다고 설명했다.
출생 이후 아동기 뇌 발달 단계는 평균적으로 9세까지 지속된다. 이 시기에는 뇌의 크기가 빠르게 커지지만, 신생아의 뇌에 존재하는 과잉 연결 중 사용 빈도가 낮거나 비효율적인 회로는 ‘가지치기’ 과정을 거쳐 제거된다.
9세 전후부터 시작되는 청소년기 단계는 약 32세까지 이어진다. 이 시기에는 뇌 내 연결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서로 다른 뇌 영역 간의 정보 전달 능력이 크게 향상된다.
청소년기가 끝나는 32세부터 초기 노화가 시작되는 66세까지는 비교적 안정적인 단계로 분류됐다. 이 기간에는 뇌 영역 간 연결이 점차 고착화되고, 각 영역이 다소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경향이 강화된다.
66세부터 83세까지는 초기 노화 단계로, 일부 뇌 영역은 결속력이 강화돼 ‘모듈’ 단위로 묶이지만 다른 영역과의 연결은 점차 약화된다. 이와 함께 백질 변성이 시작되며 인지 기능 저하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진다.
83세 이후 후기 노화 단계에 접어들면 뇌 영역 간 연결이 전반적으로 축소된다. 이 단계에서는 판단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뇌 전체를 광범위하게 활용하기보다, 사용 빈도가 높은 소수의 영역과 경로에 의존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특정 연령대에 뇌 관련 질환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주로 아동기에 진단되며, 정신병 사례의 약 75%는 20대 초반 이전에 시작된다. 알츠하이머병 역시 일반적으로 초기 노화 단계로 분류되는 시기에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명선 km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