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불법 이민자 쫓아내겠다” 칠레의 트럼프, 좌파 꺾고 대권 장악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공화당 후보 당선
“軍 치안 역할 확대-비상사태 선포 공언”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칠레 대통령 당선인.〈사진=연합뉴스〉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칠레 대통령 당선인.〈사진=연합뉴스〉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최초로 체결한 국가로 알려진 칠레에서 14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강경 보수 성향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공화당 후보가 당선됐다.

칠레 선거관리위원회(SERVEL)에 따르면 개표율 57.44% 기준 카스트 후보는 59.16%의 득표율로, 좌파 집권 진영의 지지를 받은 히아네트 하라 공산당 후보(40.84%)를 큰 격차로 앞섰다. TV칠레비시온과 엘메르쿠리오, 라테르세라 등 주요 언론은 개표 중반부터 “결과는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라며 카스트 후보의 승리를 기정사실로 보도했다.

하라 후보는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카스트 대통령 당선인과 통화해 축하의 뜻을 전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카스트 당선인은 지난달 16일 1차 투표에서 2위로 결선에 진출한 뒤 보수 지지층 결집에 성공하며, 중도우파 성향의 세바스티안 피녜라 전 대통령 이후 4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반면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은 낮은 국정 지지율 속에서 집권 좌파 진영의 외연 확장 실패까지 겹치며 임기 종료와 함께 정권을 내주게 됐다.

변호사 출신인 카스트 당선인은 2017년과 2021년에 이어 세 번째 도전 끝에 대권을 거머쥐었다. 그는 2002년부터 2018년까지 하원 의원을 네 차례 지낸 중량급 정치인이다. 부친이 독일 나치당원이었고, 형이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독재 정권에서 장관을 지낸 이력으로도 국제적 주목을 받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사한 언행과 정치 스타일로 ‘칠레의 트럼프’라는 별칭이 붙은 카스트 당선인은 불법 이민자 추방과 강경 치안 정책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조직범죄 대응을 이유로 군의 치안 역할 확대와 비상사태 선포 가능성도 언급해 왔다. 엘살바도르식 대형 교도소 건설과 갱단원 대규모 수감 정책 도입 역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분야에서는 시장경제로의 회귀를 강조했다. 공공 지출 축소, 규제 완화, 법인세 인하, 노동시장 유연화, 국영기업 민영화 등이 주요 정책 구상으로 거론된다. 다만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정책 실현을 위해서는 온건 우파 세력과의 협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 결과는 치안 악화와 경제 성장 둔화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수도 산티아고를 중심으로 베네수엘라 출신 범죄 조직 유입과 강력 범죄 증가가 이어지면서 좌파 정부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됐다는 분석이다.

카스트 당선인은 극심한 사회적 분열을 봉합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여소야대 의회 구도와 강력한 좌파 시민사회의 반발은 향후 국정 운영의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인구 약 2천만 명의 칠레에서 카스트 당선인은 내년 3월 11일 취임한다. 대통령 임기는 4년이며 연임은 불가능하지만, 중임은 허용된다.

김명선 km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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