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뷰티 시장 흔드는 ‘듀프’ 열풍…기술력, 채널 변화 타고 확산세

뷰티 시장 흔드는 '듀프' 열풍…기술력, 채널 변화 타고 확산세
고가의 프리미엄 화장품의 성분과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갖춘 듀프(dupe)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단순한 ‘저렴이’가 아닌 ‘내 기준에 맞는 합리적 소비’라는 점에서 트렌드로 부상 중이다.

12일 뷰티 업계에 따르면 다양한 제품군의 듀프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론칭한 글로벌 뷰티 플랫폼 ‘와이레스(YLESS)’는 듀프를 정면에 내세운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와이레스는 ‘백화점 1층을 옮겨놓았다’는 콘셉트로, 샤넬, 라메르, 에스티로더, 디올 제품을 재현한 라인업을 갖췄다. 일본에서 인기를 끈 ‘아방쥔 까멜리아 윈터 까멜리아 세럼’은 샤넬의 까멜리아 라인을 오마주한 제품으로, 제형·발림성·향이 유사하지만 가격은 10분의 1 수준이다.

다이소에서 3000원대에 판매되는 손앤박 ‘아티 스프레드 컬러밤’은 6만원대 샤넬 ‘립 앤 치크밤’과 유사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품절된 바 있다.

향수 시장 역시 듀프 열풍이다. 샤넬, 크리드, 이솝 등 글로벌 브랜드들이 가격을 매년 5~10%씩 올리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대체 향을 찾기 시작했다. 국내 브랜드인 유쏘풀의 ‘다이빙 체팔루 스피아자’는 이솝의 ‘테싯’, 센녹의 ‘애프터 배스’는 불리와 유사하다는 입소문이 나며 주목 받고 있다.

와이레스의 블루콰티카는 바이레도, 딥티크, 디올 등의 시그니처 향을 재현한 핸드크림, 바디워시, 헤어미스트 등을 선보였다. 디올 ‘미스 디올’의 향을 재현한 ‘블루콰티카 퍼퓸 헤어 미스트 페탈부케’는 오리지널 대비 약 20% 수준의 가격으로 판매 중이며 출시 이후 품절이 이어졌다.

듀프 제품의 인기는 고물가, 경기 둔화와 같은 경제적 배경 속에서 합리적인 대체재를 찾는 소비 패턴 때문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모닝컨설트에 따르면 미국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의 49%가 듀프 제품을 의도적으로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아울러 뷰티 제품은 디자인 유사성보다는 오리지널이 가지고 있는 원료의 유사성, 제형과 발림성, 컬러, 향 등을 재현한다는 특징을 띠고 있다. 디자인이나 로고에 대한 유사성이 지적 재산권 침해가 될 수 있는 패션과는 다르다.

국내 화장품 제조사의 기술력 향상의 영향도 있다. 코스맥스, 한국콜마, 코스메카 등 주요 제조사들은 K뷰티 성장과 글로벌 브랜드의 ODM 경험을 통해 품질을 높였다. 이로 인해 이전에는 확보하기 어려웠던 고급 원료 수급도 가능해졌고, 자체 원료 단가도 낮출 수 있게 됐다.

유통 채널의 변화도 듀프 제품의 인기를 견인하는 요소다. 다이소, 편의점 등 새로운 유통 채널의 확장과 자사몰 중심의 플랫폼 등장으로 유통 수수료 부담이 줄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뷰티 시장은 이제 ‘정품이냐 아니냐’의 이분법을 넘어서, 소비자 기준에 맞는 ‘나만의 가치 있는 선택’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듀프는 단지 대체품이 아닌, 새로운 기준의 뷰티 소비 방식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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