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비버가 서식했을 뿐인데… “탄소 빨아들이는 ‘청정 습지’ 됐다”

비버. 사진=위키피디아
비버. 사진=위키피디아
수 세기 동안 사냥으로 멸종 위기에 처했던 비버가 탄소 배출을 억제할 뜻밖의 ‘비밀 병기’로 떠올랐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라이브사이언스에 따르면 영국 버밍엄 대학교의 루카스 홀버그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비버의 생태적 활동이 탄소 예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 지구와 환경'(Communications Earth and Environment)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스위스 북부의 0.8km 구간 비버 서식지를 조사한 결과, 이 일대 습지가 연간 약 98~133톤의 탄소를 흡수하는 순 흡수원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석유 832~1129배럴을 소비할 때 발생하는 탄소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비버는 하천에 댐을 쌓아 물의 흐름을 늦추고 습지를 조성하는 ‘생태계 엔지니어’로 불린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빽빽한 숲 일부가 트이고 햇빛이 들면서 작은 식물과 조류(algae)가 번식하며, 퇴적물과 사체 등에 탄소가 안정적으로 저장된다.

연구팀은 스위스 내 비버가 서식 가능한 홍수 구역 전체로 이를 확대 적용할 경우, 스위스 연간 탄소 배출량의 약 1.2~1.8%를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댐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쓰러뜨린다는 이유로 비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댐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쓰러뜨린다는 이유로 비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동안 습지는 탄소를 저장하기도 하지만 메탄 등을 배출한다는 이유로 기후 대응책으로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비버 습지가 장기적이고 내구성이 강한 탄소 저장소라는 점을 수치로 증명해냈다. 특히 비버를 활용한 복원은 고가의 인프라 구축 비용이 들지 않아 경제성 면에서도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의 에밀리 페어팩스 교수는 이번 연구가 비버 개체수 복원을 단순히 동물 복지로만 여기는 인식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페어팩스 교수는 “비버 습지는 산불 확산을 막아 탄소가 대량 방출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며 “만약 비버의 개체수를 늘리게 된다면, 그로 인해 얻게 될 탄소 배출량 증가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라고 말했다.

홀버그 박사는 “비버가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겠지만, 우리 연구는 이 ‘자연적인 엔지니어’들이 강변 생태계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하는 데 조용히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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