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동안 편지발송량 90%이상 급감
2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스웨덴·덴마크 우편 서비스를 담당하는 합작회사 포스트노르드는 오는 30일부로 덴마크 전역에서 편지 배달을 중단하고, 거리 곳곳에 설치된 빨간색 우체통 1500개를 철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스트노르드는 덴마크가 “세계에서 가장 디지털화된 국가”라며 편지 수요가 급감한 반면 온라인 쇼핑 확산으로 소포 배송 수요가 크게 늘어, 사업 구조를 소포 중심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스웨덴에서는 기존대로 편지 배달 서비스를 유지한다.
이미 철거된 우체통 일부는 판매에 들어갔다. 이달 초 매물로 나온 우체통 1000개 가운데 상태가 양호한 제품은 개당 2000덴마크크로네(약 46만 원)에 거래됐다. 추가로 200개가 내년 1월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다. 사용하지 않은 덴마크 우표는 한시적으로 환불이 가능하다.
이번 조치로 덴마크에서 편지 발송이 완전히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편지 발송 수단을 보장하도록 한 덴마크 법에 따라 민간 배송업체 다오(Dao)가 내년부터 관련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덴마크 교통부는 이용자들이 다른 회사를 이용해야 할 뿐이라며 “이번 변화는 감성적 상실에 가까운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편 역사 전문가들은 사실상 되돌릴 수 없는 종말이라고 평가한다. 코펜하겐 우편박물관 ‘에니그마’의 마그누스 레스토프테 관장은 “다시 물리적 우편 시스템으로 회귀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사회라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덴마크에서는 온라인뱅킹과 병원 진료 예약, 정부 고지 수령 등이 국가 디지털 ID 시스템 ‘미트아이디(MitID)’를 통해 이뤄진다. 15세 이상 인구의 97%가 이를 등록한 상태다. 이 같은 환경 변화로 1624년 시작된 덴마크의 편지 발송량은 지난 25년 동안 90% 이상 급감했다.
포스트노르드 덴마크의 킴 페데르센 부사장은 “역사의 한 장을 덮는 어려운 결정이었다”면서도 “남아 있는 편지 물량이 거의 없고 감소 속도도 가팔라 우편 시장은 더 이상 수익성을 유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명선 kms@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