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사이언스온고지신]기후위기라는 미지수 앞에서, 지하수를 '상수'로 만드는 길 1 유순영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하수자원연구센터장](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2/08/news-p.v1.20251208.4adbbfad7bdf43409723030352b3eff6_P2.jpg)
잦아지는 극한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하수 자원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지하수는 가뭄 시에도 지속적으로 물 공급이 가능한 담수 자원으로, 올해 강릉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10%대로 떨어지는 건조한 날씨에도 복류수는 지속 공급됐다.
센터 연구진 분석을 토대로 강릉시는 5개 공의 지하수 관정 신규 개발로 일 3000톤 원수를 추가 공급해냈다. 만약 대용량 지하수 관정 및 정수장으로의 도수관로가 미리 설치돼 있었다면, 시민이 겪는 불편은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
해외 선진국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호주 빅토리아주는 2000년대 밀레니엄 가뭄을 겪은 후, 취수정 및 수처리시설과 도수관로를 구축해 지표수가 고갈되는 극한 상황에서는 지하수가 저수지로 공급되게 했다. 우리나라도 지하수 활용 수원 다변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무작정 땅을 판다고 물이 나오진 않는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음에도 지질학적 불균질성이 커, 관정 개발 시 예상치를 밑도는 수량에 봉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지하수 개발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개발 유망지를 선정하고, 지속 가능한 공급 가능량을 산출하는 개발 가능량 평가 기술이 필수다.
최근 연구 현장에서는 그동안 축적된 지하수 데이터를 디지털화하고, 인공지능(AI) 기술에 적용하고 있다. 데이터 기반 AI 해석 결과에 수리지질학자들의 현장전문지식을 결합하는 식이다. 이는 지하공간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물 공급 의사결정을 위한 과학적 근거를 정밀·신속하게 제공해 준다.
2023년 광주·전남 지역과 2025년 강릉 지역 극한 가뭄 대응 지하수 개발유망지 선정 지원 사례를 비교해 보면, 한강권역 데이터가 미리 구축된 강릉에서 훨씬 신속한 과학적 지원을 수행할 수 있었다. 데이터 축적이 곧 재난 대응 속도와 직결된 셈이다.
지하수는 열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가치 높은 지질자원이기도 하다. 특히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지중열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시설 대부분은 그라우트를 채운 관정에서 지하수와 간접 열교환하는 방식으로, 장기 운영 시 냉난방 부하의 불균일이 지속돼 성능이 저하된다. 또 기후변화로 냉방 부하가 증가하면 열 누적이 심화될 확률도 높다.
만약 지하수 흐름을 제어하며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방식이 복합 적용된다면, 기존 밀폐형 시스템 대비 장단기 운영 효율을 높이고 초기 비용은 절감할 수 있다. 현재는 개방형 지하수열 및 (준)밀폐형 지중열을 복합 활용하는 냉난방시스템 모델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편, 지하수가 과잉 양수되거나 지하공간 개발로 인해 유출 지하수가 발생하면, 지하수 환경 변화로 땅꺼짐 등 지질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도심지 유출 지하수 발생 지점을 중심으로 대규모 피해가 잇따르자, 지난 2018년 ‘지하안전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연구진은 지하수 자원의 적정 활용 기술과 함께 지하수 환경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지질재해를 예방·대응할 수 있는 기술과 정책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지하수는 기후변화 시대의 대체수원이자 신재생에너지로서 가치가 무궁무진하지만, 오용되는 경우 다양한 지질재해를 야기할 수 있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하수 자원의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활용을 위해, 지하환경의 불균질성과 지하수 자원 개발의 불확실성을 극복할 수 있는 과학적 연구와 첨단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지하수를 ‘숨겨진 자원’이 아닌 ‘미래의 핵심 자원’으로 바라보며, 그 활용 가치를 입증해 나갈 것이다.
유순영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하수자원연구센터장 iamysy@kigam.re.kr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