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신의 인플루언서’ 15세 소년, 최초의 MZ 성인(聖人) 됐다

영국 태생 이탈리아 소년 카를로 아쿠티스(사망 당시 15세)의 사진을 들고 기도하고 있는 가톨릭 신자.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태생 이탈리아 소년 카를로 아쿠티스(사망 당시 15세)의 사진을 들고 기도하고 있는 가톨릭 신자.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인터넷으로 신앙을 전파하며 ‘신의 인플루언서’라고 불린 카를로 아쿠티스(15)가 사망 20년 만에 성인(聖人) 반열에 올랐다. 가톨릭 사상 첫 번째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1990년대 후반 출생; MZ) 성인이다.

1991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카를로 아쿠티스는 어린 시절 부모의 고향인 이탈리아로 이주해 대부분의 삶을 밀라노에서 보냈다. 모태 신앙은 아니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깊은 신앙심을 가지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앞장선 것으로 알려졌다.

아쿠티스는 2006년, 당시 15세라는 어린 나이에 급성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초등학생 때 독학으로 코드를 익힌 컴퓨터 영재인 아쿠티스는 생전에 전 세계에서 일어난 성체 기적과 마리아 발현을 정리한 웹사이트로 신앙을 전파해 디지털 세계 복음 전파의 선구자로 여겨진다. 이 같은 행적으로 ‘인터넷의 수호성인’, ‘신의 인플루언서’라는 별명을 얻었다.

동시에 인터넷의 해로움에 대해서도 인식하고 있었다. 아쿠티스의 엄마 안토니아 살자노는 “아들은 비디오 게임의 중독성을 의식하고, 일주일에 한 시간으로 게임 시간을 제한했다”고 전했다.

성인 자격에는 두 번의 검증된 기적이 이뤄져야 한다. 지난 2013년 선천성 기형을 가진 7세 브라질 소년이 아쿠티스의 티셔츠 유품을 접하고 그를 위해 기도한 뒤 완치된 일이 첫 번째 기적으로 인정돼 아쿠티스는 2020년 밀레니얼 세대 최초의 복자가 됐다.

이후 2022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사고로 긴급 개두술을 받고 중태에 빠졌던 20대 코스타리카 여성 발레리아 발베르데가 빠르게 회복한 일이 두 번째 기적으로 인정됐다. 당시 발베르데의 어머니의 아쿠티스 무덤을 찾아 딸의 빠른 회복을 위해 기도했다고 한다.

교황청은 영웅적 덕행 정도와 기적의 유무를 조사·검증하고서 가경자, 복자, 성인 등의 호칭을 수여한다.

생전 행적과 두 차례의 기적이 인정돼 지난 7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아쿠티스의 시성식이 진행됐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시성식은 레오 14세 교황이 집전했다. 같은 날 가난한 이와 병자들을 위한 자선 사업에 헌신하다가 20대에 요절한 이탈리아 평신도 피에르 조르조 프라사티(1901~1925)도 성인품에 올랐다.

아쿠티스는 사망 12년 3개월 만에 시신이 발굴돼, 생전 모습으로 만들어진 왁스 인형으로 관 안에 누워있다. 청바지에 운동화, 운동복이라는 친근한 모습 때문에 그의 무덤을 찾는 젊은 방문객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탈리아 아사시에 안장된 아쿠티스의 묘에는 지난해에만 100만명에 가까운 순례자가 다녀갔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면서 7일 시성식에는 6만 명의 인파가 운집했다. 시성식을 찾은 한 20대 신자는 미국 CNN과 인터뷰에서 “우리와 똑같고, 평범한 십 대 소년이라는 점에 끌렸다”고 설명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구체적인 내용이나 첨부파일은 아래 [전자신문] 사이트의 글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