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약물 먹이고 소생술 과시하려다 환자 12명 독살?

프랑스의 전직 마취의사 프레데릭 페시에. 30명에 독극물을 주입하고 12명을 숨지게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프랑스의 전직 마취의사 프레데릭 페시에. 30명에 독극물을 주입하고 12명을 숨지게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프랑스의 유명 마취 전문의가 자신의 소생술을 과시하기 위해 고의로 환자에게 약물을 주입하고 살해한 혐의를 받아 현지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8일(현지시간) 프랑스 라디오 방송국 네트워크(ici)·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프랑스의 전직 마취과 의사 프레데릭 페시에(53)는 지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병원 두 곳에서 근무하며 환자 30명에게 잘못된 약물을 투약하고 12명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의혹은 지난 2017년 1월 처음 제기됐다. 당시 건강에 큰 이상이 없던 한 환자가 척추 수술을 받은 뒤 갑자기 심장 마비를 일으켰다. 그러자 페시에는 중환자실에서도 소생하지 못한 환자에게 글루콘산칼슘 주사를 놓았고 환자는 얼마 뒤 의식을 회복했다.

환자는 깨어났지만 이후 의혹이 제기됐다. 수술 당시 페시에가 담당한 정맥 주사에서 통상 용량의 100배에 달하는 고농도의 칼륨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혈중 칼륨 농도가 높아질 경우 심장마비를 유발할 수도 있다.

며칠 뒤 페시에가 마취의로 수술에 참여한 다른 환자도 심장 마비를 겪었다. 의혹이 제기되자 페시에는 조작된 파라세타몰(아세트아미노펜) 3봉지를 발견했으며, 누군가 자신을 모함하기 위해 약물을 고의로 오염시켰다고 주장했지만 경찰 조사가 시작됐다.

프랑스의 전직 마취의사 프레데릭 페시에(오른쪽). 30명에 독극물을 주입하고 12명을 숨지게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프랑스의 전직 마취의사 프레데릭 페시에(오른쪽). 30명에 독극물을 주입하고 12명을 숨지게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2017년 사건 조사에 관여한 한 수사관은 2008~2009년 다른 병원에서 발생한 비슷한 사건을 기억해냈다. 페시에의 전 직장으로, 해당 병원에서도 심장병이 없던 환자가 심장마비를 일으킨 사건 3건 발생했다. 당시 수사는 증거 불충분으로 종결됐다.

당시에도 약물백에 필요하지 않은 칼륨과 국소 마취제 성분이 발견됐고, 현장에 있던 페시에가 발빠르게 대처해 환자를 구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경찰은 사건과 관련 없는 마취의들에게 고칼륨혈증을 페시에처럼 단 몇 분안에 알아차리고 처치할 수 있냐고 물었고, 그들은 모두 “불가능에 가깝다”고 입을 모았다.

심지어 페시에가 심장 마비를 마치 기다린 것처럼 행동한 사건도 있었다. 당시 페시에는 수술실 밖에서 대기하다가 환자가 심정지를 일으키기도 전부터 동료 마취의에게 ‘심정지 환자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2017년, 환자가 심정지를 일으키자 단 몇 초만에 글루콘산칼슘을 주사한 것이 가장 큰 의심을 샀다. ici는 “글루콘산칼슘은 심정지 원인을 알지 못할 경우 1차 소생술에서 잘 사용되지 않는 약물”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사건 피해자는 최소 30명으로 추정된다. 피해자 연령은 4~89세까지 다양했다. 가장 어린 피해자인 4세 어린이는 2016년 편도선 수술을 받던 중 두 번의 심정지를 일으켰다. 피해자 30명 가운데 12명이 끝내 목숨을 잃었다.

페시에에 대한 재판은 12월까지 열린다. 페시에는 변호인을 통해 “내가 떠난 후에도 환자들은 여전히 심각한 부작용과 심장 마비를 겪었다. 내가 2017년 3월 병원을 떠났고, 그 후에 9건의 추가 신고가 있었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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