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올해만 347명 처형...사우디, 사형 집행 역대 최다 경신 1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사진= 연합뉴스〉](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2/23/news-p.v1.20251223.7c8e9223e1364c07af687bf64b827610_P1.jpg)
영국 BBC 방송은 21일(현지시간) 영국 인권단체 ‘리프리브(Reprieve)’ 자료를 인용해 사우디 당국이 최근 마약 관련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파키스탄 국적자 2명을 추가로 처형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올해 사형 집행 건수는 347명으로, 지난해 기록한 345명을 넘어섰다.
리프리브에 따르면 올해 사형 집행자 가운데 약 3분의 2는 마약 사범이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은 외국인이었다. 이는 사우디 왕실이 이른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강경한 사법 정책을 이어온 결과로 풀이된다.
문제는 처형자 명단에 체포 당시 미성년자였던 압둘라 알 데라지와 잘랄 알 아바드도 포함됐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2011~2012년 사우디 정부의 시아파 탄압에 항의하고 보안군 희생자 장례식에 참석하는 등 반정부 활동을 벌이다가 체포됐으며, 이후 테러 연루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국제엠네스티는 이 재판이 고문과 강압에 의한 자백을 그대로 인정한 극히 불공정한 절차였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사우디 당국은 2018년 체포돼 테러 및 반역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언론인 투르키 알 자세르에 대해서도 올해 6월 형을 집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프리브는 상당수 사형수의 가족이 집행 사실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하고 있으며, 시신 인도는 물론 매장 장소조차 알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BBC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여성 운전 허용과 영화관 개방 등 사회·경제 개혁을 추진해 왔지만, 인권 상황은 여전히 최악 수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2018년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발생한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국제사회는 사우디의 과도한 사형 집행이 국제 규범과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으나, 사우디 정부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올해 1월 유엔 특별보고관이 사형 집행 급증에 우려를 표명하자, 사우디 정부는 “사형은 가장 중대한 범죄에 한해 극도로 제한적으로 적용된다”며 “모든 사법 절차가 완료된 이후에만 집행된다”고 반박했다. 또 자국의 인권 상황에 대해 “보호하고 옹호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국제사회의 비판을 일축했다.
김명선 km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