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이광재의 패러다임디자인]〈9〉AI 시대 국가연금, 국민자산 1 이광재 PD(전 국회사무총장)](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6/08/news-p.v1.20250608.2ed7c1ec368e451e935ccfdca96d59fc_P1.jpg)
복지는 이제 ‘소비’가 아니라 ‘전략’이다. 한국은 인구절벽을 지나 인구붕괴로 향하고 있다. 출생아 수는 매년 줄고, 청년들은 결혼을 포기하며, 노인들은 빈곤에 내몰린다.
여기에 더해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우리 사회는 또 하나의 거대한 구조적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AI는 일자리를 줄이고, 불안은 커지고 있다.
기술이 일으키는 변화는 빠르고 강력하다. 일자리는 감소하고, 빈부격차는 확대되며, 많은 사람이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제 복지의 개념을 근본부터 바꿔야 할 때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도전할 수 있는 안전망을 설계하는 것. 안전망이 강해야 도전도 강해진다.
복지는 소비가 아니라 복리로 굴러가는 투자 시스템. 기본소득, 로봇세, 디지털세 등 AI 시대의 재정 해법을 두고 여러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그러나 논의보다 중요한 건 실행이다.이제 우리도 준비하고, 시작해야 한다.
복지를 단기 예산 항목이 아니라, 장기 투자전략으로 설계할 때, AI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국가 시스템이 시작된다. 아이 한 명당 1억원을 국가가 투자한다면 모델은 간단하다. 아이 한 명이 태어날 때, 국가가 1억 원을 ‘미래펀드’에 납입한다. 이 자산은 연 7% 복리로 20년간 운용되고, 약 3억 8700만 원으로 불어난다.
만 20세가 되는 해, 청년은 1억 원을 지급받는다. 학비든, 창업이든, 주거든 인생의 첫 도전에 쓰는 기회 자산이 된다.
남은 약 2억 8700만원은 다시 45년간 복리로 운용된다. 65세가 되는 해에는 약 60억 원 규모로 성장한다. 이 중 40억 원은 개인의 노후 자산으로, 20억 원은 다시 국가가 회수해 다음 세대 출생아 펀드로 재투자한다.
한 명의 인생을 위한 투자가 곧 다음 세대를 위한 재원이 되는 구조.이것이 복지의 선순환 시스템이다.
연간 30조 원 × 30년, 이후엔 자동으로 돌아가는 구조. 이 제도를 국가 전체로 확대하면 다음과 같은 구조가 만들어진다.
o 매년 신생아 30만 명 × 1억 원 = 연간 30조 원
o 30년간 투자 = 총 900조 원
o 이를 연 7% 복리로 운용하면, 30년 후 약 3,032조 원의 자산 형성
o 이 자산이 매년 창출하는 수익은 약 212조 원
여기서 단 30조 원만 매년 신생아 펀드에 재투자하면, 국가는 더 이상 세금을 들이지 않아도 제도는 자동으로 작동한다. 나머지 180조 원은 노후복지, 주거안정, 교육, 국가 부채 상환 등더 폭넓은 복지 정책에 사용할 수 있다.
즉, 복지는 더 이상 비용이 아니다.복지는 자산이 되고, 복리는 희망이 된다.
이미 세계는 그렇게 하고 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지난 25년간 연평균 7~8% 수익률을 유지해왔다. 싱가포르의 테마섹, 미국의 하버드·예일 대학 기금도 장기 복리 운용을 통해 세대 간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도 국민연금, 산재보험기금 등 약 1000조원 규모의 자산을 이미 운용 중이다. 장기 수익률은 6~7% 수준이다. 필요한 시스템과 운용 능력은 이미 갖춰져 있다.문제는 실행과 정치적 결단이다.
AI 시대, 국가의 역할은 기회를 설계하는 것이다. 앞으로의 세대는 정해진 삶이 아니라, 도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AI는 많은 일자리를 대체하고, 평생직장의 개념은 사라지고 있다.따라서 국가는 실패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미래펀드는 한 세대의 인생에 자산을 제공하고, 그 자산이 다음 세대를 위한 재원이 되는 시스템이다.
o 청년에게는 1억 원의 기회
o 노인에게는 40억 원의 존엄한 노후
o 국가는 20억 원을 회수해 또다시 신생아에게 투자
이 선순환 구조는 출산, 청년, 노후라는 세 가지 위기를 동시에 해결한다. 30년, 900조원. 용기의 숫자다.
30조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의 연간 예산 700조 원의 4.3% 수준이며, 30년만 투자하면 제도는 이후 자산 자체로 돌아간다.
이 제도는 단지 출생장려금이 아니다. 청년에게는 자립의 기회를, 노인에게는 존엄한 노후를, 국가에는 지속 가능한 복지 구조를 제공한다. 아이 한 명의 인생에 투자하는 1억 원이 대한민국 전체의 미래를 바꾸는 구조다.
AI 시대, 이제는 묻는다.국가연금, 국민자산을 설계할 용기가 있는가?전문가들의 반응은 두 가지다.
“정말 이렇게만 된다면 좋겠다”는 기대와 “1억 원은 다소 많은 것 아니냐”는 우려다.
1억원이 많다면, 1천만원부터 1억원까지 단계별 시뮬레이션을 통해 현실적인 대안을 찾으면 좋겠다.
AI 시대, 믿고 도전하고, 편안한 삶을 가능하게 하는 국가적 설계가 필요하다.
이광재 PD (전 국회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