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인터뷰]TDX 개발 주역 박항구 전 연구단장, “통신강국 씨앗 TDX 계승해 ‘AI 주권’ 주목해야”

박항구 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TDX 연구단장. ETRI 제공
박항구 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TDX 연구단장. ETRI 제공
“그때는 연구소 불이 꺼지지 않았습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창립 50주년, 전전자교환기(TDX) 개통 40주년을 맞아 다시 연구원을 찾은 박항구 전 TDX 연구단장. 12년 간 TDX·CDMA 개발을 이끈 그가 회상한 ETRI의 모습이다. 1970년대 초, 한국 통신기술은 불모지에 가까웠지만 열의가 넘쳤다고 했다.

진행이 순탄치는 않았다. 국회에서는 ‘TDX 개발에 쓰이는 240억원이면 한강 다리를 하나 더 놓을 수 있는데, 성공이 불투명한 기술에 투자하는 것이 맞느냐’는 의견도 나왔다. 박 단장은 “연구원들이 밤을 새워 증명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TDX 개발은 고온 환경 시험, 낙뢰에 따른 장비 파손, 현장 설치 후 반복된 장애에 이르기까지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연구진은 답을 찾았다. 박 단장은 “접지기술을 새로 연구해 낙뢰 문제를 극복했고, 그 과정에서 팀워크·집념이 무엇인지를 배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당시 연구소에는 수십 개 침대가 놓인 통합시험실이 있었다. 밤새 시험한 후 잠깐 눈을 붙인 뒤 다시 투입되는 생활이 반복됐다. 그는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매일 시험 결과가 쌓여갈 때 희열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전했다.

결실은 달았다. TDX 시리즈는 국내 약 2000만 회선 중 절반을 담당하며 통신 인프라 핵심으로 자리 잡았고, 1989년 대한민국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으로부터 ‘통신 선진국’으로 인정받았다. 박 단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TDX는 단순 장비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기술 자립을 이룬 상징적인 사건이었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그는 ETRI 50주년, TDX 40주년 행사에서 ‘AI 주권수호 디지털 핸드프린팅 서약식’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1982년 당시 혈서까지 쓰며 기술 자립을 다짐했던 정신이, 디지털 방식으로 이어지는 것에 감회가 깊었다고 밝혔다.

그는 “TDX가 통신강국의 씨앗이었다면, 이제는 AI가 대한민국 미래를 좌우할 핵심 기술”이라며 “AI 주권을 지키겠다는 후배들의 다짐이 뜻 깊었다”고 했다. 과거 TDX의 도전이 현재 AI 주권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지는 듯 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박 단장은 “기업이 할 수 없는 영역, 5~10년 뒤를 내다보는 기술을 연구하는 것이 ETRI 역할”이라며 “인공지능(AI), 위성, 반도체 등 분야에서 주권, 즉 ‘우리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뒤이어 그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특허·국제표준으로 연결돼야 한다”라며 “그것이 국가 경쟁력이고, 결국 로열티로 이어진다”고 피력했다. 이밖에 단일 기술이 아닌 ‘융합’의 중요성, 연구기관 간 협력도 강조했다.

그는 ETRI가 재차 도약해야 할 시점이라고도 언급했다. 박 단장은 “1990년대 ETRI가 ‘세계 정상 연구소’라는 목표를 두고 가졌던 강력한 열정을 되살려야 한다”라며 “ETRI가 지난 50년 동안 보인 가능성을 바탕으로 연구 효율성·실용성을 높여 AI 주권을 확보하고 세계가 인정하는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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