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USA 투데이 등 외신에 따르면 대학에서 영양학을 전공한 60대 남성 A씨는 식단에서 소금이 유해하다고 생각해 이를 대체할 만한 조미료가 있을지 챗GPT에게 물어봤다.
그러자 챗GPT는 남성에게 염화나트륨이 주성분인 소금 대신 브롬화나트륨을 섭취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A씨는 곧장 인터넷으로 브롬화나트륨을 구매해 섭취하기 시작했다.
염화나트륨과 비슷한 백색의 결정인 브롬화나트륨은 나트륨과 브롬으로 이뤄진 무기 화합물이다. 염소와 함께 결합해 수영장 살균제 등으로 쓰인다.
브롬화물은 과거 진정제로 쓰이기도 했으나, 인체에 축적되기가 쉽고 과다섭취 시 신경 기능을 손상시고 피부 발진과 정신 질환을 유발하는 문제가 확인돼 섭취가 중단됐다. 19세기 미국 정신병원 입원 환자의 8~10%는 브롬중독으로 인해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1989년 브롬화물 진정제를 금지하면서 브롬중독 환자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일부 식품에 브롬화 식물성 기름이 함유되기도 해 매우 드물게 발생하기도 했지만, 2024년부터는 식품에 이 기름을 사용하는 것도 금지돼 더욱 생소한 질병이 됐다.
A씨는 이웃이 자신을 독살하려 한다며 지역 응급실을 찾았다가 브롬 중독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건강 검진 결과 주요 비타민에서 여러 미량 영양소 결핍이 확인된 것이다.
정밀 검사 결과 남성의 혈중 브롬 수치는 무려 리터(L) 당 1700mg에 달했다. 건강한 사람의 브롬 수치(0.9~7.3mg/L) 1000배가량 높은 수치다.
의료진은 A씨가 “식염의 부작용에 대한 글을 읽은 후, 챗GPT에게 식단에서 염화나트륨을 제거할 방법에 대해 물어봤다. 이후 챗GPT 조언에 따라 브롬화나트륨을 3개월 간 물에 타서 마셨다”고 전했다.
A씨는 입원 첫날 증상이 악화돼 편집증과 환청과 환시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브롬중독 치료 방법은 다량의 수액과 전해질을 투여해 소변을 통해 체내 브롬을 제거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는 치료를 받고 입원 3주만에 증상이 완화돼 퇴원할 수 있었다.
이 사례는 의학 저널 ‘국제 내과 임상 사례 연대기'(Annals of internal medicine clinical cases) 기사를 통해 소개됐다.
저널은 “AI가 과학과 대중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맥락에서 벗어난 정보를 조장할 위험이 있다”면서 AI 챗봇을 통해 얻은 정보를 반드시 검증한 후 적용해야 한다고 짚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