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대 식품영양학과 김지명 교수 연구팀은 2024년까지 발표된 국제 관찰연구(코호트·단면조사) 중 신뢰도 높은 약 20편을 선별해 수십만명 규모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영양 분야 국제 학술지 Nutrition Research and Practice 최근호에 실렸다.
연구에 따르면 미국·일본·싱가포르 등 여러 국가의 대규모 코호트에서 커피 고섭취군은 저섭취군보다 통풍 발병 위험이 낮았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혈중 요산 농도 역시 커피 섭취량이 많을수록 낮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커피 속 클로로젠산·카페인·항산화 성분이 요산 배출을 촉진하거나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해 요산 대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존 가설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인슐린 저항성은 고요산혈증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알려져 있어, 커피의 대사 개선 효과가 통풍 예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반면 차의 효과는 일관되지 않았다. 녹차·홍차를 구분한 일부 연구에서는 요산 농도 감소가 관찰됐지만, 다른 연구에서는 오히려 요산 수치 증가와 연관되거나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은 “차는 종류, 카테킨 함량, 카페인, 첨가물 등 변수가 커서 커피만큼 명확한 결론을 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고요산혈증·통풍 환자를 상담할 때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기존에는 ‘카페인 음료는 무조건 줄여야 한다’는 단순한 조언이 많았지만, 이번 분석은 커피가 오히려 통풍 위험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다만 연구진은 “관찰연구 특성상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 없다”며 향후 무작위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커피 섭취 자체보다 당류·알코올·고퓨린 식품 등 전체 식습관 패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면서, 커피 종류(블랙·가당), 섭취량, 생활습관을 포괄한 요산·대사질환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통풍은 혈중 요산이 과도하게 높아지면서 관절에 요산 결정이 쌓여 발생하는 대표적 염증성 관절질환이다. 엄지발가락 관절이 붓고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고요산혈증은 통풍의 전 단계이자 가장 중요한 위험요인이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