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콘돔도 사치다' 가격 30% 급등…이란전쟁에 '피임 인플레이션' 우려 1 세계 최대 콘돔 제조사인 말레이시아 기업 '카렉스'의 고 미아 키앗 최고경영자(CEO)가 자사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5/16/news-p.v1.20260516.3c52896645374d65983803df0f1d6484_P1.jpg)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에 따르면 세계 최대 콘돔 제조업체인 말레이시아 카렉스는 지난달 23일 제품 가격을 최대 30% 인상한다고 밝혔다. 카렉스는 연간 50억 개 이상의 콘돔을 생산하며 듀렉스와 트로잔 등 글로벌 브랜드에 납품하고 있다. 또한 유엔과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공중보건 프로그램에도 공급하며, 전 세계 콘돔 생산량의 약 20%를 담당한다.
가격 인상의 핵심 원인은 원자재 가격 급등이다. 콘돔의 주원료인 합성고무, 니트릴, 실리콘오일, 암모니아 등은 모두 중동산 석유에서 파생된 화학 부산물에 의존한다. 포장재 생산에 필요한 나프타 역시 아시아 공급량의 41%가 중동산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시작된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서 공급망이 크게 흔들렸다. 고 미아 키앗 카렉스 최고경영자(CEO)는 “일부 원자재와 화학물질 가격이 최대 100%까지 올랐다”며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컨설팅 기업 KPMG의 앤지 길데아 글로벌 석유·가스 부문 책임자도 “원유뿐 아니라 석유화학 기초원료와 관련 제품 역시 심각한 공급 부족 상태”라고 설명했다.
물류 지연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카렉스 측은 기존 한 달 정도 걸리던 미국·유럽행 배송이 전쟁 이후 두 달 가까이 걸린다고 밝혔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재고가 바닥나도 제품이 제때 도착하지 못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수요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올해 전 세계 콘돔 수요는 약 30%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전쟁 장기화로 고객사들이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주문이 급증한 것이다. 카렉스는 생산 확대를 검토하고 있지만 중동발 공급망 불안이 이어지는 한 압박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콘돔 가격 상승은 전쟁 이전부터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예산을 대폭 삭감하며 “하마스의 콘돔 구입 비용으로 5000만 달러가 쓰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2023년 USAID의 콘돔 구매 예산은 약 700만 달러 수준이었으며, 대부분 아프리카 지역의 에이즈(AIDS) 및 성병 예방용 보건 사업에 사용됐다.
예산 삭감 이후 모잠비크, 케냐 등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대규모 콘돔 부족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피임용품 가격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1월부터 자국 내 콘돔과 피임약 등에 13%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1993년부터 이어졌던 세금 면제 정책을 33년 만에 폐지한 것이다.
이는 저출산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한 자녀 정책을 폐기하고 셋째 출산까지 허용했음에도 출산율이 계속 하락하자, 중국 정부가 피임 비용 자체를 높이는 방식으로 출산 유인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피임 비용 상승이 단순한 소비자 부담을 넘어 공중보건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저소득 국가에서는 성병 확산 위험이 커지고, 원치 않는 임신 증가가 교육과 경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안전하지 않은 낙태가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