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1·2차 세계대전 지켜본 美 '왕할머니' 거북이, 141살로 안락사 1 샌디에이고동물원의 갈라파고스땅거북 그래마. 사진=AP 연합뉴스](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1/27/news-p.v1.20251127.25d9f8ad9e544ec7b16615d8deaa4602_P1.png)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샌디에이고동물원이 그래마를 노령으로 인한 골격계 질환 악화로 안락사 처분했다고 전했다.
‘할머니’를 뜻하는 영어 표현 그래마(Gramma)라는 이름의 이 거북이는 1884년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미국 제21대 대통령 체스터 A. 아서가 재임하던 시기이며,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통치하던 시절로 뉴욕 자유의 여신상이 세워지기 이전이다.
그래마는 갈라파고스에서 미국 브롱크스동물원으로 옮겨진 뒤, 약 40세였던 1928년 무렵 샌디에이고동물원으로 이주해 이후 약 100년에 가까운 세월을 그곳에서 보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물론 여러 미국 대통령의 시대를 지나며 긴 역사를 함께한 셈이다.
동물원 직원들 사이에서 ‘왕할머니’에 비유될 만큼 오랜 기간 상징적 존재였던 그래마는 온순하고 소심한 성격으로 ‘동물원의 여왕’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동물원 측은 “그래마는 마지막 순간까지 관리팀의 돌봄을 받으며 평온히 눈을 감았다”고 밝혔다.
갈라파고스땅거북은 최대 1.8m까지 성장하고 무게는 약 180kg에 달하며, 세계적으로도 수명이 긴 동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런 장수 특성은 체내에 축적되는 유해 물질을 제거하는 특별한 생리적 기능 덕분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전에 호주 퀸즐랜드의 한 동물원에서는 ‘해리엇’이라는 갈라파고스땅거북이 176세에 사망한 사례가 있으며, 현재 살아 있는 거북 중 가장 고령으로 알려진 개체는 세인트헬레나섬에서 살고 있는 세이셸코끼리거북 ‘조나단’으로, 나이는 약 190세로 추정된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