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19대 1' 수컷 거북 집요한 짝짓기 경쟁에 암컷 거북 수난 1 절벽에서 떨어져 다치거나 죽은 헤르만거북 모습. 사진=드라간 아르소브스키, 마케도니아 생태학회 제공](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2/20/news-p.v1.20260220.d5f90949a12f4161bdca9f828f634886_P1.jpg)
현지시간 14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드라간 아르소브스키 박사가 속한 마케도니아 생태학회 연구팀은 북마케도니아의 골렘 그라드 섬과 프레스파 호수 일대 거북 개체군을 장기간 조사한 결과, 수컷이 암컷보다 압도적으로 많고 교미 과정에서 암컷에게 치명적 상해를 입히는 현상이 확인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해당 섬에는 약 1000마리 개체가 서식하지만 성비는 암컷 1마리당 수컷 최대 19마리에 달했다. 2008년부터 관찰을 이어온 연구팀은 처음에는 개체군이 건강해 보였으나, 장기 추적 결과 암컷이 더 작고 수명이 짧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원인은 과도한 짝짓기 경쟁이었다.
관찰 결과 수컷들은 암컷을 쫓아다니다가 지치면 한꺼번에 몰려들었고, 이 과정에서 물거나 부딪히는 행동으로 피가 날 정도의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날카로운 꼬리 끝으로 암컷을 찌르는 사례도 확인됐으며, 섬의 암컷 4분의 3이 생식기 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일부 암컷은 괴롭힘을 피하려다 절벽에서 떨어져 죽는 모습도 관찰됐다.
번식률 역시 심각하게 낮았다. 섬 개체군에서는 암컷 중 약 15%만 알을 품고 있었던 반면, 인근 육지 개체군에서는 거의 모든 암컷이 최대 11개의 알을 지니고 있었다.
연구진은 이런 구조가 개체 수 감소→유전 다양성 저하→번식률 감소로 이어지는 이른바 ‘멸종의 소용돌이’를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분석 결과 이 섬 개체군은 2083년 멸종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극단적인 성비 불균형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포식자가 없는 섬 환경에서 새끼 생존율이 높아진 점, 먹이가 부족한 고밀도 환경에서 성숙이 늦은 암컷이 생존 경쟁에서 불리했을 가능성, 혹은 인간이 거북을 섬에 들여올 당시 이미 성비가 치우쳐 있었을 가능성 등을 원인으로 제시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