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APEC 2025] 李·習 정상회담…한화오션 제재부터 통화스왑까지 경제·안보 포괄 논의

한화오션 제재·한한령도 의제로 ..70조원 규모 통화스왑 체결
악수하는 한중정상,     (경주=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25.11.1     superdoo82@yna.co.kr (끝)
악수하는 한중정상, (경주=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25.11.1 superdoo82@yna.co.kr (끝)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첫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 복원·발전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시 주석이 11년 만에 국빈으로 방한해 이뤄진 이번 만남에서 양국은 한화오션에 대한 중국 정부 제재, 중국의 한류 금지령(한한령) 등 민감한 현안을 놓고 대화의 물꼬를 텄다.

양국은 또 원·위안 통화스왑을 체결한 데 이어 실버산업과 혁신창업, 온라인 사기 범죄 분야 등에서도 실질적 협력을 구체화해 나가기로 했다.

◇ 11년 만의 방한…상호 협력 필요성 확인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은 1일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현안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오후 3시 30분께 정상회담이 열린 국립경주박물관 앞에서 시 주석을 직접 맞이했다. 두 정상은 공식 환영식을 마친 뒤 천년미소관에서 본격적인 회담에 돌입했으며, 회담은 오후 3시 48분에 시작해 97분간 진행됐다.

두 정상은 양국 관계의 복원, 나아가 협력 확대에 뜻을 같이했다.

이 대통령은 “한·중 간 경제 협력 구조가 수직적인 분업 구조에서 수평적인 협력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며 “양국 간 호혜적인 협력 관계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더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두 사람이 지방에서부터 국민과 함께 호흡하며 국가지도자로 성장해 왔다는 공동의 경험은 양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한·중 관계의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 나가는 좋은 토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한·중 양국이 시대에 발맞춘 호혜적인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 있어 역내 평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중·북 간 고위급 교류가 활발히 진행되는 등 대북 관여 여건이 형성되고 있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이러한 양호한 조건을 활용해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한·중 양국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중·한 양국은 이사 갈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 동반자”라며 “수교 33년 이래 양국이 사회 제도와 이데올로기의 차이를 뛰어넘어 각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적극 추진함으로써 서로의 성공을 도우며 공동 번영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이어 “입증된 바와 같이, 중·한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하는 것은 언제나 양국 국민의 근본적인 이익에 부합하고 시대의 흐름에 순응하는 올바른 선택”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중국 측은 중·한 관계를 중시하며, 대(對)한국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한국 측과 소통을 강화하고 협력을 심화하며 공동 이익을 확대하고, 도전에 함께 대응해 중·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을 추진함으로써 지역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더 많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중, 2026-2030 경제협력 공동계획 추진     (경주=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조현 외교부 장관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1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2026-2030 경제협력 공동계획'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있다. 2025.11.1     superdoo82@yna.co.kr (끝)
한중, 2026-2030 경제협력 공동계획 추진 (경주=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조현 외교부 장관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1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2026-2030 경제협력 공동계획’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있다. 2025.11.1 superdoo82@yna.co.kr (끝)
◇ 민감한 문제 협의부터 통화스왑 등 구체 협력까지

회담에서는 대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에 참여할 한화오션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제재, 한한령, 서해 잠정조치수역 내 중국 구조물 문제 등 양국 간 갈등을 상징하는 현안이 두루 의제로 올랐다.

당장 사안이 해결될 만한 구체적 언급은 나오지 않았지만, 관련 현안이 정상 간 의제로 오른 만큼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서로 실무적인 협의를 해 나가자, 서로 소통하면서 문제를 풀어보자는 공감대가 있었다”면서 “특히 한화오션 문제는 미·중 무역 분쟁과도 연계돼 있는데, 양국 문제가 풀려 나가는 분위기 속에서 생산적 진전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양국은 민생 분야 실질 협력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해 양국 중앙은행 간 체결된 통화스왑 계약서를 비롯해 6건의 양해각서(MOU)도 교환했다.

양국 중앙은행은 5년 만기 70조원(4000억 위안) 규모의 ‘원·위안 통화스왑 계약서’를 체결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계약이 양국 금융·외환시장의 안정과 교역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한·중 간 호혜적 협력의 장기적 방향성을 설정하는 ‘한·중 경제협력 공동계획(2026~2030)에 관한 MOU’, 한·중 FTA 서비스·투자 협상의 실질적 진전을 통한 양국 경제협력의 제도적 기반 마련을 뒷받침하는 ‘서비스무역 교류·협력 강화에 관한 MOU’도 체결했다.

이외에도 △실버산업과 혁신창업 △한국 농산물의 중국 수출 검역 △보이스피싱·온라인 사기 범죄 대응 공조 관련 MOU도 교환됐다.

위성락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회담은 양 정상 간 민생이 가장 중요하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양국 국민의 민생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한중 관계 발전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한중 관계 발전에 부침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양국 모두의 경제 성장을 견인했던 협력의 성격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중 정상회담,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경주=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1.1     superdoo82@yna.co.kr (끝)
한중 정상회담,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경주=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1.1 superdoo82@yna.co.kr (끝)
◇ 정치·외교 넘어 산업 교류·투자 복원 물꼬 틀까

이 대통령은 이날 APEC 정상회의 폐회 이후 기자회견에서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아직 완전히 정상화·회복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실질적인 관계 회복과 협력 강화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양국이 경제·민생 분야를 공통 현안으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구체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번 정상회담이 중국이 지난 2017년 경북 성주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놓고 강하게 반발하며 경색된 양국 관계 복원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외교 분야에서 관계 회복을 넘어 기업 간 교류와 투자 복원, 공급망 협력 강화 등 양국의 실질적 협력 논의가 본격화할 공산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위 실장은 “11년 만에 이루어진 시 주석의 국빈 방한은 우리의 국익 중심 외교 추진에 있어 한중 관계 발전이 안정적인 궤도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며 “정부는 한중 관계 발전의 모멘텀을 이어가면서 국민이 실질적인 성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두 정상은 회담 이후 친교 일정과 만찬으로 회담을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시 주석을 위해 본비자 나무로 제작된 바둑판과 나전칠기 자개 원형쟁반을 선물로 전달했다.

대통령실은 “바둑판은 양 정상이 모두 바둑을 좋아한다는 점과 11년 전 시 주석 방한 시 우리 측이 바둑알을 선물했다는 점을 고려해 준비했다”며 “원형쟁반은 오래 이어져 온 한·중 간 우호 관계를 지속적으로 계승·발전시켜 나가길 바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만찬에는 국회와 정부 부처 관계자는 물론,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도 대거 참석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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