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AX실증 시작된 K-조선의 심장…대불산단, 지능형 생태계로 위기 돌파 1 대불국가산업단지 전경. (사진=한국산업단지공단)](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8/19/news-p.v1.20260819.ea126ed97c904beea62539d3c2a09e1a_P1.jpg)
◇ 원·하청 양극화와 中의 압박…생태계 복원 시급
올해 국내 조선업계 ‘빅3’의 수주잔액이 2분기 기준 200조원을 돌파하는 등 대형 조선소들은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다. HD현대삼호 역시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9%, 43.7% 증가했고, 대한조선도 창사 이래 최대 수주(17척, 2조2500억원)를 기록했다.
하지만 생태계의 밑동을 받치는 대불산단 내 270개 협력업체의 상황은 다르다. 거대한 화물창이 들어가는 액화천연가스(LNG)선의 특성상, 중량(톤) 단위로 대금을 정산받는 탓에 수주 물량과 매출이 외려 줄어드는 구조적 양극화에 직면했다. 뙤약볕 아래 이뤄지는 고된 작업을 피하는 탓에 현장 인력의 50% 이상을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하는 극심한 구인난도 문제다.
진짜 위기는 바다 건너에 있다. 올 상반기 한국의 세계 선박 수주 점유율은 17%에 그친 반면, 중국은 75%로 4배 이상 앞섰다. 굳건했던 우리의 핵심 먹거리 LNG선 수주 점유율마저 2021년 87%에서 올해 상반기 41%로 곤두박질쳤다. 막강한 국가 보조금을 업고 자동화에 천문학적 자본을 쏟아붓는 중국의 추격을 지금 따돌리지 못하면 K-조선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생존의 기로에서 산단공과 HD현대삼호와 대불산학융합원은 ‘탑다운(Top-down) 방식의 공여’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대기업이 사내에서 검증을 마친 AI 및 디지털 전환 솔루션을 산단 내 중소 협력업체들에게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산업부와 산단공은 국비 등 220억원을 투입해 이를 뒷받침할 산단 전반의 공통 인프라를 구축한다.
◇AR 마커 찍고 드론 띄운다…’눈에 보이는 산단’의 진화
대불산단이 AX실증산단으로 선정된 이유는 원·하청 밸류체인이 온전히 보존된 전국 유일의 산단이기 때문이다. 입주 기업의 75%가량이 조선해양 관련 업체다.
이곳에서 구현 중인 핵심 프로젝트는 선박 건조의 기초 단위인 거대한 ‘블록’의 제작과 이동 물류를 실시간 데이터로 추적하는 ‘눈에 보이는 실증산단’이다. 우선 철판 전처리 공장에서 잘려 나가는 부재 단위마다 고유의 증강현실(AR) 마커를 인쇄해 협력업체로 배포한다. 부재를 이어 붙이는 협력업체 공장 내부에는 비전 센서(카메라)를 설치, 어떤 블록이 공정 어느 단계까지 조립되고 있는지 AI가 자동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아울러 산단 곳곳에 드론을 띄워 매일 상공에서 블록의 위치와 적치 현황을 촬영해 원·하청이 실시간으로 물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망을 구축한다.
당장 올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AR 마커 프린터와 비전 센서 등이 도입되면 선도공장 5곳을 우선 구축해, 전근대적인 수작업 방식에서 벗어난 획기적인 공정 관리가 실현될 전망이다. 조두연 전남대불산학융합원장 겸 대불 MINI 얼라이언스 위원장은 “비용·품질·납기·안전을 함께 개선하는 한국형 조선 AX 선도모델을 확립해서 부산, 군산 등 다른 조선산업 지역으로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전자신문] AX실증 시작된 K-조선의 심장…대불산단, 지능형 생태계로 위기 돌파 2 대불산단 AX 실증 사업. (사진=전남대불산학융합원)](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8/19/news-p.v1.20260819.4864c86df0f445f9a483965e0d68e7e5_P1.png)
이러한 장밋빛 청사진에도 현장의 고민은 깊다. 대다수가 중소기업인 협력업체에게 자동화 설비 도입은 막대한 비용 지출은 물론, 기존 수익 구조까지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결정이기 때문이다.
막대한 자부담 비용도 문제지만, 조선업계 특유의 대금(기성) 정산 구조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자동화 로봇이나 AI를 도입해 공정에 투입되는 인력 수(맨아워)가 줄어들면, 원청으로부터 받는 정산 대금마저 깎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현장에선 팽배했다. 과거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이 종료된 후 자체적으로 장비를 유지·보수할 여력이 없어 방치됐던 경험도 컸다.
사업을 주도하는 산단공은 이러한 현장의 모순을 풀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단발성 장비 지원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유지보수를 돕는 공통 플랫폼을 구축하는 한편, 대형 선박의 보안 데이터를 원·하청 간에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5G 특화망과 소규모 데이터센터 신설을 요청했다.
김효곤 산단공 전남서부지사장은 “선도공장 5곳의 성과를 바탕으로 AX 실증사업 고도화를 위해 도장 로봇 자동화나 의장품 추적 등으로 범위를 넓히는 신규 사업의 필요성을 공론화해 정책 지원의 연속성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