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KAIST, 원자 하나 바꿔 ‘분자 접는 법’ 찾아…AI 신약 개발 앞당긴다

티오아마이드 치환을 통한 정밀한 분자 접힘 조절
티오아마이드 치환을 통한 정밀한 분자 접힘 조절
신약이 효과를 내려면 약물이 몸속 단백질 특정 부위에 정확히 결합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이 단백질을 이루는 기본 단위인 펩타이드 분자의 접힘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정밀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로 원자 하나의 변환이 분자 형태를 바꾸는 ‘설계 스위치’처럼 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인공지능(AI) 기반 맞춤형 신약 설계 핵심 플랫폼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KAIST는 이노코어 AI-CRED 혁신신약 연구단(단장 이희승 석좌교수)이 출범 후 첫 연구성과로, 단백질 분자 구조인 펩타이드의 아주 작은 변화인 ‘티오아마이드 변환’을 통해 분자 접힘 방식을 정밀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원리를 규명했다고 16일 밝혔다.

단백질이나 펩타이드 같은 생체분자는 스스로 접히며 입체 구조를 만들어야 기능을 수행한다. 이런 ‘분자의 접힘(folding) 방식’은 생명 현상을 결정짓는 핵심 원리이자, 맞춤형 신약 설계의 출발점으로 꼽힌다.

특히, 분자가 고리 형태를 이루는 ‘매크로사이클’은 모양이 안정적이어서 단백질 표면에 정확히 결합할 수 있어 차세대 정밀 신약 주요 구조로 주목받는다.

연구팀은 펩타이드 결합 내 산소 원자(O)를 황 원자(S)로 치환하는 티오아마이드 변환 기술로, 분자가 스스로 접히는 방식을 원자 수준에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이 미세한 변환은 수소결합 길이·방향을 바꿔 기존에 없던 곡선형 및 원뿔형 나선 구조와 대칭성이 높은 매크로사이클을 만들어냈다. 즉, 복잡한 분자 접힘을 ‘원자 한 개 수준의 설계’로 정밀하게 조절한 최초 사례다.

고대칭 매크로사이클 펩타이드의 합성과 구조 분석
고대칭 매크로사이클 펩타이드의 합성과 구조 분석
이번 연구를 통해 펩타이드가 용매에 더 잘 녹고, 분자 구조를 자유롭게 바꾸거나 되돌릴 수 있으며, 더 크고 복잡한 구조까지 합성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약물의 성능을 높이고, 설계 자유도 또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특히 티오아마이드 변환 기술을 적용한 결과, 황을 포함한 펩타이드 용해도가 크게 향상돼 세계 최장(32-mer, 약 4 kDa) β-펩타이드를 용액상에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또 은 이온을 이용한 온화한 반응으로 황을 다시 산소로 바꾸는 ‘가역적 분자 편집 기술’을 확립해, 설계 단계에서 분자 구조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구조 제어를 넘어, AI가 학습할 수 있는 고정밀 분자 구조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 데이터는 향후 AI가 분자 구조와 약물 효능 간의 관계를 스스로 학습하여 신약 후보를 빠르고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기반 기술로 활용될 전망이다. 또 이 기술은 단백질-펩타이드 상호작용 조절제, 자기조립 나노구조체, 차세대 바이오소재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 가능성이 크다.

이희승 KAIST 석좌교수는 “간단한 화학적 변화를 통해 분자의 형태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며, “AI가 학습하기에 최적화된 구조 데이터를 제공함으로써 향후 AI 기반 혁신 신약 설계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이노코어 AI-CRED 연구단 소속 펠로우인 홍정우 박사와 김재욱 박사가 주도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화학회지 10월 29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됐고 온라인 표지로도 선정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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