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중국의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 등이 오는 10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고위급 통상 회담을 앞둔 가운데 양국 간 기 싸움도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데이비드 퍼듀 주중대사 선서식 행사에서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중국에 부과한) 145%의 관세를 철회하는 것에 개방적인 입장인가’라는 기자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 ‘미국이 중국과의 협상을 위해 먼저 움직였다’는 중국 측 주장에 대해서도 “그들이 우리가 먼저 시작했다고 말했나?”라고 반문한 뒤 “나는 그들이 돌아가서 자기들 파일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이어 “우리는 중국과의 무역에서 연간 1조달러(약 1390조원)를 잃고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잃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중국은 관영 매체를 통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미국에 고율 관세 조치 철회를 요구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주요 이슈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종소리(鐘聲)’ 평론에서 “중국은 대화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지만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평등한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이같이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첫 무역 합의에 대한 회견도 예고했다.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미국 동부시간) 내일(8일) 오전 10시,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규모가 크고 높은 존경을 받는 국가의 대표들과 주요 무역 합의와 관련한 기자회견이 열린다”고 적었다. 이어 “많은 국가 중 첫 번째”라고 덧붙였다. 다만 상대국을 특정해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영국과의 무역 합의라고 소식통 3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NYT는 인도·이스라엘과의 합의 타결도 임박했으며, 한국·일본·베트남 등과도 계속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바이든 행정부가 이달 15일부터 발효를 예고했던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통제 계획을 폐기한다. 동맹-일반-적대 등급으로 AI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는 방식을 폐기하고 협상을 통해 개별적으로 수출을 통제한다는 계획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제3국에 수출된 AI 반도체가 중국으로 재수출되는 것을 막고자 이런 제도를 실행하려 했다.
블룸버그·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이날 “바이든 정부의 AI 규칙은 지나치게 복잡하고 관료적이며 미국의 혁신을 방해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를 훨씬 단순한 규정으로 대체, 미국 혁신을 촉진하고 AI 우위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규칙에는 말레이시아, 태국 등 중국으로 미국 반도체를 재수출한 국가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조치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새 규칙이 마련될 때까지 기존 반도체 수출통제를 엄격히 집행키로 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