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3일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재일동포 오찬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2025.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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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23일 일본 도쿄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재일 동포 간담회’에서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 국가 폭력의 희생자와 가족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면서 공식적으로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직시해야 할 부끄럽고 아픈 역사가 있다”며 “위대한 민주화 여정 속에서 많은 정말로 많은 재일 동포가 억울하게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로 고통을 겪었다. 직접 만나 뵌 분도 몇 계시다”고 밝혔다.
이어 “100년 전 아라카와강에서 벌어진 끔찍한 역사, 그리고 여전히 고향 땅에 돌아가지 못한 채 일본 각지에 흩어져있는 유골들의 넋을 결코 잊지 않겠다”며 추모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끔찍한 역사’는 1923년 관동 대지진 당시 일본인이 저지른 조선인 학살을 말한다. 한일 양국이 재일 동포에 저지른 폭력을 연이어 언급한 것이다.
재일 동포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사과한 이 대통령은 “다시는 반인권적인 국가 폭력이 벌어지지 않는 나라다운 나라, 국민의 안전한 일상을 책임지는 부강한 나라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정부의 책임 동포 여러분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해외 동포 여러분의 안전과 권익보장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며 모두 함께 잘 사는 나라로 확고하게 나아가겠다. 모국에 대한 성원과 지지 다시 한번 감사 말씀드린다. 긍지와 자부심이 더욱 빛날 수 있는 자랑스러운 고국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역대 한국 대통령 중 미국보다 먼저 일본을 처음으로 먼저 첫 대통령이라는 점을 직접 강조하며 양국 관계의 무게를 상기시켰다.
이 대통령은 “양자 방문의 역사 중 정상이 일본을 가장 먼저 방문한 것은 처음”이라고 의의를 밝히며 “광복 80주년과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서 재일동포 여러분들이 걸어온 길은 조국의 아픔 그리고 성장을 함께 해온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결코 분리할 수 없는 역사”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이라는 말에 걸맞게 연간 1200만명이 상호 양국을 오가며 교류하고 있다”며 “1965년 2억200만달러 규모의 양국의 교역액은 2024년 772억달러로 350배 늘어났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국격을 뛰어넘는 문화 콘텐츠로 양국 청년들은 하나가 돼 가고 있다. 오사카 코리아타운은 연간 200만명 이상이 찾는 명소가 됐다고 들었다”며 “떡볶이, 김밥, 삼겹살, 치맥은 더 이상 한국인만의 음식이 아니다. 일본은 K-뷰티·팝으로 한국을 배우고 느끼고 체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 국민이 서로 신뢰의 마음을 나누며 서로의 삶을 풍부하게 채우는 한일 관계의 새로운 역사는 동포 여러분이 만들어주신 빛나는 성과”라며 “다시 한번 존경과 감사의 뜻을 표한다. 끊임없이 가교 역할을 해주는 여러분이 계시기에 신뢰에 기반해 더 큰 협력을 이뤄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현지 동포 약 200명이 참석했다. 오찬을 겸한 행사로 대사관 부지를 기증한 고(故) 서갑호 회장의 손녀 사카모토 사치코씨, 신대영 신주쿠한국상인연합회 수석부회장, 일본에서 헤이트스피치 반대운동을 전개해 온 최강이자씨 등을 포함해 다양한 방식으로 동포사회에 기여해 온 동포가 참석했다. 재일동포 3세 국악인 김 얼이씨도 참석해 대한민국 대표 민요인 ‘뱃노래’를 가야금으로 연주했다.
김이중 재일민단 중앙본부단장은 “오랜 역사를 지닌 재일동포 사회의 구성원이 다양해지고 있다”며 재일동포 사회의 변화를 소개하고, 재일동포의 인권옹호와 한일우호친선을 위해 다양해진 재일동포 사회가 함께 협력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성시 재일한인역사자료관 관장은 재일동포들이 겪어 온 억압과 차별에 대한 역사를 설명하며, 올해로 20년을 맞은 역사자료관의 재일동포 역사·문화 알리기 활동을 소개했다.
신대영 부회장은 일본 내 대표 한류관광지로 성장한 신오쿠보지역을 소개하면서 한국인과 일본인들이 안전하고 깨끗한 상권을 만들기 위해 함께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