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한 잔도 위험하다더니… 美 보건부 보고서 철회에 '주류 로비' 논란 1 미국 보건복지부(HHS)가 “소량 음주도 건강을 해친다](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9/11/news-p.v1.20250911.5e546169fdf74a2db2df9e193820d736_P1.jpg)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HHS가 최근 ‘알코올 섭취와 건강’ 보고서를 공식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하루 한 잔의 술조차 간암, 구강암, 식도암 등 중증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고 경고했지만 의회에 제출되지 못한 채 사실상 폐기됐다.
이에 따라 새롭게 마련될 ‘미국인을 위한 식생활 지침’에는 기존처럼 “남성 하루 두 잔, 여성 하루 한 잔 이하”라는 명확한 권장 기준 대신, “음주는 절제하거나 필요하다면 줄일 것”이라는 모호한 문구만 담길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은 5년마다 식생활 지침을 개정해왔으며 1990년부터는 성별에 따른 권장 음주량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왔다. 그러나 최근 “소량의 음주도 이롭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면서 기존 기준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문제는 보고서 철회를 두고 주류 업계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다. 마이크 마셜 미국 알코올정책연합 대표는 “HHS가 사실상 주류 업계를 대변하고 있다”며 “국민이 알아야 할 건강 정보를 은폐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2020년 개정 당시에도 의회 요청으로 “소량 음주가 건강에 이로울 수 있다”는 반박 보고서가 등장한 바 있다. 미국 국립과학기술의학아카데미(NASEM) 역시 지난해 말 발표한 자료에서 “적당한 음주는 금주보다 낫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주류 업계를 대변하는 단체 ‘사이언스 오버 바이어스’는 “식생활 지침은 일부 학자의 의견이 아니라 객관적 과학 근거에 기반해야 하며, 이해 충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맞섰다.
다만 연구 결과는 여전히 엇갈린다. 하루 한 잔의 음주가 당뇨병 위험을 낮추고 허혈성 뇌졸중 예방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는 반면, 같은 양조차 간암 발생 위험을 높이며, 폭음 시에는 뇌졸중 예방 효과가 사라진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캐서린 키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국민은 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 권리가 있다”며 “음주량이 많을수록 사망과 중증·만성질환 위험이 커지고, 심지어 적은 양의 음주도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