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정보통신정책학회가 ‘디지털 플랫폼 규제에 대한 다자주의적 관점으로: 배달플랫폼 수수료 규제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진행한 세미나에서 류민호 동아대 교수는 “수수료 적정성은 각 이해관계자가 지불하는 비용과 가치(혜택)에 대한 균형을 맞춰가는 것”이라며 “사업자·입점업체·소비자 등 모두의 후생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수수료는 자릿세·통행세 등 단순한 비용으로 인식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다양한 유무형의 혜택(가치)에 대한 대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쪽으로 쏠린 수수료 논의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옥경영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배달플랫폼 총수수료 상한제’가 소상공인 보호에 초점을 두고 논의될 경우, 결국 고물가 상황에 있는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되면서 소비자의 플랫폼 이용을 감소시키게 할 것”이라며 “배달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단기적인 규제보다는 모든 이해관계자가 상생을 도모할 수 있는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옥 교수는 무료 배달 서비스가 배달 생태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현재 무료 배달서비스에 계속 노출되고 있는 소비자들의 경우 배달서비스 비용 지불에 대한 소비자 저항은 클 것으로 보인다”며 “배달 생태계 지속성이란 관점에서 볼 때 무료 배달 서비스 제공은 시장 리스크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타트업 관점에서는 수수료 논란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유호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은 배달 수수료 논란은 단순히 특정 기업의 정책 문제를 넘어 플랫폼 기업의 기본적인 수익 모델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수익 모델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신규 투자가 위축된다는 것이다.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배달앱 시장을 위한 것이라는 제언도 나왔다. 김성환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배달앱 시장의 경우 플랫폼 수수료 규제 도입은 장기적으로 수수료의 반복적, 계속적 인하를 이끌고 시장을 위축시킬 것”이라며 “정부의 개입·역할을 줄이고 최소화하면서 담합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상생협의체’를 플랫폼별로 독립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수료 상한제 도입이 배달 라이더에게도 불이익이 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권현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실제 라이더 단체들은 지난 6월 이후 수수료 상한제 반대를 공식화하고 있다”며 “수수료 상한제 도입으로 플랫폼 수익성이 악화하게 된다면 라이더 배달료 삭감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온라인플랫폼 성장에 대한 소상공인·자영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은애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수수료가 각 경제주체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에 관해서는 체계적인 연구와 심층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다른 국가와 소상공인·자영업 생태계의 구조적 조건이 다름에도 한국에서는 이에 대한 논의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강성전 기자 castlek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