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李 대통령 “AI, 맹수·더피 양면성…’책임 있는 이용’ 원칙 바로 세워야”

이재명 대통령, 안보리 주재
     (뉴욕=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공개 토의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한국 정상이 안보리 공개토의를 주재한 것은 처음으로, 이는 한국이 올해 안보리 의장국을 맡은 데 따른 것이다. 2025.9.25
     xy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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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안보리 주재
(뉴욕=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공개 토의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한국 정상이 안보리 공개토의를 주재한 것은 처음으로, 이는 한국이 올해 안보리 의장국을 맡은 데 따른 것이다. 2025.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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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공개토의를 주재하고 인공지능(AI)의 ‘책임 있는 이용’ 원칙 제정을 화두로 던졌다.

AI의 양면성을 언급하며 불평등, 테러·사이버 공격 등이 초래할 ‘디스토피아’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국제 사회에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AI와 국제평화·안보’를 이날의 주제로 채택한 뒤 의사봉을 두드려 토의 시작을 알렸다. 한국 정상이 유엔 회의장 의장석에 앉아 공개토의를 주재하게 된 것은 이 대통령이 처음이다. 이는 한국이 올해 안보리 의장국을 맡았기 때문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발언과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학 교수, 최예진 스탠포드대 교수의 브리핑 직후 국가별 첫 발언자로 나선 이 대통령은 “’현재의 AI는 새끼 호랑이와 같다’는 제프리 힌튼 교수의 말이 떠올랐다”며 “우리 앞의 새끼 호랑이는 우리를 잡아먹을 사나운 맹수가 될 수도 있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나오는 사랑스러운 ‘더피’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똑같은 칼도 요리사에게는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훌륭한 도구지만 강도에게는 그저 남을 해치는 위협적인 무기”라며 “특히 AI는 지식과 정보 처리 전 과정에서 가장 파괴적 혁신을 가져올 발명품이고, 심지어 스스로 인간처럼 판단과 결정까지 내릴 수도 있다. 우리가 AI라는 도구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따라 우리 앞에는 전혀 다른 미래가 펼쳐지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AI를 잘 활용한다면 저성장, 고물가 같은 난제를 해결해서 새로운 번영의 길을 열어내고 의료, 식량, 교육 등 여러 문제에 해답을 줄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변화에 대비하지 못한 채 끌려간다면 극심한 기술 격차가 ‘철의 장막’을 능가하는 ‘실리콘 장막’으로 작동해서 세계적인 불평등과 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AI의 국제 규범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명과 암이 공존하는 AI 시대의 변화를 기회로 만들 방법은 국제사회가 단합해서 ‘책임 있는 이용’의 원칙을 바로 세우는 것뿐”이라며 “만일 많은 전문가의 경고대로 인공지능이 인류를 위협하고 멸종시킨다면 아마도 그 이유는 우리가 이 거대한 변화에 걸맞은 인류 공통의 규범을 만들어 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계속해 “인공지능 기술력이 곧 국력이자 경제력이자 안보 역량인 시대, 과거 ‘러다이트 운동’처럼 기술 발전을 역행시키는 일은 가능하지도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다”며 “유일하고도 현명한 대처는 ‘국익을 위해서 경쟁하되 모두의 이익을 위해 협력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각국 정부와 학계, 산업계,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모두를 위한 AI’, ‘인간 중심의 포용적 AI’로의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특히 안보리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했다. AI가 무궁무진한 잠재력과 가능성, 위험성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는 만큼 수많은 사람의 삶과 생명이 달린 국제평화와 안보 관점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AI가 정보·정찰부터 군수·기획까지 군사 분야 전반에서 정확성과 정밀성을 높이고 작전의 효율성과 지휘 체계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며 “AI를 잘만 활용하면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을 감시하는 등 분쟁을 예방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반대로 ‘이 무시무시한 도구’가 통제력을 상실한다면 허위 정보가 넘쳐나고 테러, 사이버 공격이 급증하는 디스토피아의 미래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인공지능 발 군비 경쟁’으로 안보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이 대통령은 “안보리는 그간 테러리즘, 사이버 공격, 팬데믹 같은 진화하는 위협에 적극 대처하며 국제사회의 방향과 비전을 제시해 왔다”며 “이제 인공지능 시대에 변화한 안보 환경을 분석하고 공동의 대응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관심을 환기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도 이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글로벌 책임 강국’으로서 AI가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주도하는 길에 앞장설 것”이라며 “APEC 의장국으로서 AI의 혁신이 인류의 번영에 기여할 수 있도록 APEC AI 이니셔티브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기술 발전의 혜택을 함께 누리는 ‘AI 기본사회’, ‘모두의 AI’가 새로운 시대의 뉴노멀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AI가 불러올 ‘문명사적 대전환’ 앞에서 인류는 오랜 역사 동안 함께 지켜온 보편 가치를 지켜내야 할 중요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며 “인류 문명은 늘 도전에 맞서 응전해 왔고 어떤 절망을 마주해도 ‘더 나은 세계’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희망을 잃지 않았기에 지금의 진보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AI가 가져올 변화를 인류가 재도약할 발판으로 만들어 내자”고 촉구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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