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히잡’ 안 썼다고 몽둥이 들던 이란…본인 딸은 어깨 드러난 웨딩 드레스

지난해 4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진행된 알리 샴카니 딸의 결혼식. 사진=엑스(@AlinejadMasih) 캡처
지난해 4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진행된 알리 샴카니 딸의 결혼식. 사진=엑스(@AlinejadMasih) 캡처
지난해 4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진행된 알리 샴카니 딸의 결혼식. 사진=엑스(@AlinejadMasih) 캡처
지난해 4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진행된 알리 샴카니 딸의 결혼식. 사진=엑스(@AlinejadMasih) 캡처
히잡 착용 여성을 강경 진압해 온 이란에서 고위층 자녀가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웨딩드레스를 착용해 ‘이중 잣대’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최근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측근 알리 샴카니의 딸 결혼식 영상이 유출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영상은 지난해 4월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최고급 호텔에서 촬영됐다. 신부는 어깨가 드러난 웨딩드레스를 착용하고 있으며, 신부의 어머니 역시 히잡을 쓰지 않고 쇄골과 옆구리가 트여진 드레스를 입고 있다. 하객 중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도 영상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지난해 4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진행된 알리 샴카니 딸의 결혼식. 사진=엑스(@AlinejadMasih) 캡처
지난해 4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진행된 알리 샴카니 딸의 결혼식. 사진=엑스(@AlinejadMasih) 캡처
지난해 4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진행된 알리 샴카니 딸의 결혼식. 사진=엑스(@AlinejadMasih) 캡처
지난해 4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진행된 알리 샴카니 딸의 결혼식. 사진=엑스(@AlinejadMasih) 캡처
문제는 신부의 아버지인 샴카니가 과거 히잡 착용 반대 시위를 진압하는 데 앞장선 인물이라는 데 있다.

샴카니는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서기를 역임했다. 전직 국방장관이자 혁명수비대 해군 사령관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2022년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이 구금 중 사망한 이른바 ‘마흐사 아미니’ 사건 당시, 그가 이끌던 위원회가 폭력적 진압을 지시한 인물로 꼽힌다. 마흐사 아미니 사건은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로 번져 진압 과정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그간 행보와 반대로 히잡을 쓰지 않은 채 결혼식을 즐기는 샴카니 가족과 여러 고위층 하객의 모습이 온라인에 공유되자 여론이 들끓었다.

또한 영상이 촬영된 시점이 도덕 경찰의 히잡 단속을 강화한 시점이라는 점도 분노를 키웠다. 예루살렘포스트 등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이란은 ‘누르'(빛) 계획에 따라 전국적으로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시작했다.

또한 대다수 국민이 오랜 경제 제재로 빈곤에 시달리는 가운데 호화 결혼식을 올렸다는 점도 논란을 키웠다. 해당 결혼식에는 수천만원의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진보 성향 일간지 샤르그는 지난 20일(현지시간) 1면에 “스캔들에 묻혔다”는 제목으로 샴카니 특집 기사를 보도했다.

소식이 알려지자 이란-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군인 일부는 샴카니가 모든 공직에서 사퇴하고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널리스트 아미르 호세인 모살라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영상을 올리고 “정부인사들은 자신들이 만든 규칙을 따르지도 않는다. 오히려 대중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 뿐”이라고 비판했다.

샴카니 일부 지지자들은 정치적 라이벌들의 음모이며, 결혼식이 남녀가 분리된 장소에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일부는 사생활 침해라고 반박했지만 이란 정권은 그간 일반 국민들이 사적으로 진행하는 결혼식에도 히잡 착용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싱크탱크 중동 및 세계질서센터의 알리 파톨라네자드 소장은 “이 사건은 이란 지배 엘리트가 가진 극심한 위선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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