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그저 사랑했을 뿐”… 108세 노인이 밝힌 83년 결혼의 비결 1 장수 노인 연구단체 론제비퀘스트는 엘리너 기튼스 부부를 '세계에서 가장 오랜 결혼 생활을 유지한 부부'로 공식 인정했다. 〈사진=기네스월드레코드〉](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1/12/news-p.v1.20251112.edac5ca4381d4f0bb5cf494afdc9673c_P1.jpg)
단체는 결혼 증명서와 미국 인구조사 등 수십 년간의 자료를 검증해 기튼스 부부의 기록을 확인했다. 지난달 85년 결혼 기록을 가진 브라질 디노 부부의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서, 생존한 부부 중 최장 기록의 자리를 기튼스 부부가 이어받게 됐다.
라일과 엘리너의 인연은 대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사람은 클라크 애틀랜타 대학교 재학 중 처음 만났다. 당시 농구부 선수였던 라일은 경기 도중 관중석의 엘리너와 눈이 마주쳤고, 엘리너는 “경기 결과는 기억나지 않지만 라일을 처음 본 순간은 또렷이 기억한다”고 회상했다.
전쟁의 기운이 짙던 1942년, 라일이 징집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두 사람은 결혼을 결심했다. 조지아 육군기지에서 훈련 중이던 라일은 3일간 휴가를 받아 같은 해 6월 4일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 직후 엘리너는 첫 아이를 가졌지만, 남편은 곧 제2차 세계대전에 투입됐다. 라일은 미 육군 92보병사단 소속으로 이탈리아 전선에서 전투를 치렀다. 엘리너는 뉴욕으로 건너가 홀로 아이를 낳고 항공 부품회사에서 일하며 생계를 꾸렸다. 남편과는 오직 편지를 통해 안부를 전하며 외로움을 달랬다.
전쟁이 끝난 뒤 부부는 다시 만나 뉴욕에 정착했다. 두 사람은 정부 기관에서 함께 일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고, 하루를 마치면 칵테일 한 잔을 나누며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했다.
엘리너는 69세에 뉴욕 포덤대학교에서 도시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으며 만학의 꿈도 이뤘다. 현재 부부는 플로리다 마이애미로 이주해 딸과 함께 살고 있다.
결혼 생활의 비결을 묻자 엘리너는 “우리는 서로 사랑해요”라고 짧게 답했다. 라일 역시 “저는 제 아내를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결혼 생활이 그만큼 자연스럽고 평화로웠기 때문이다.
라일은 아내의 손을 꼭 잡은 채 “우리가 가장 오래된 부부가 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아내 곁을 지킬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명선 km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