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비상장 스타트업, 스톡옵션 과세 논란…“인재 보상제도 취지 퇴색”

비상장 스타트업, 스톡옵션 과세 논란…“인재 보상제도 취지 퇴색
비상장 스타트업 임직원에게 부여된 스톡옵션에 대해 국세청이 상장사와 달리 ‘행사 시점’이 아닌 ‘사후 거래 금액’을 기준으로 과세하면서 업계 전반에 불공정 논란이 일고 있다. 심지어 다른 이들이 거래한 가격을 기준으로 추가 과세하는 사례까지 나와 전문가들도 공정 과세를 위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A회사 대표는 회사 재직 시기 스톡옵션을 행사하면서 회사가 안내한 기준가에 원천징수 세금을 납부했지만, 3년여가 지난 후 국세청이 ‘당시 시가가 더 높았다’며 수십억원 규모의 추가 세금과 가산세를 고지했다. 몇 달 뒤 제3자가 더 높은 금액으로 거래한 사례를 근거로 추가 세금과 가산세를 부과한 것이다.

문제는 개인이 세무 신고 과정에 개입할 수 없는 구조였음에도, 국세청이 뒤늦게 비공개 장외거래 사례를 찾아 시세로 인정하면서 가산세만 60%에 달하는 ‘세금 폭탄’이 발생한 것이다. A 대표는 해당 조세 부담을 조정하기 위해 고액의 로펌 비용을 감수하며 수개월간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A 대표는 “스톡옵션 행사 당시 회사가 정한 금액에 맞춰 성실히 세금을 냈는데, 수년 뒤 국세청이 뒤늦게 다른 거래 한 건을 근거로 ‘시가가 더 높았다’고 판단해 수십억 원을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제도 오류”라며 “현 체계는 어떤 스타트업도 감당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B회사의 대표 또한 회사 재직 시 스톡옵션을 행사했다가 수년 뒤 국세청으로부터 ‘당시 시가가 더 높았다’는 이유로 추가 과세를 통보받았다. 그는 스톡옵션 행사 당시 회사가 안내한 평가액을 기준으로 원천징수 세금을 이미 냈으나, 결국 추가로 세금을 납부할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문제는 비상장사의 경우 행사 시점의 시장가격이 공개되지 않기에 발생한다. 상장사는 스톡옵션을 행사하면 그날의 종가로 즉시 시가가 확정되므로, 국세청이 사후에 다른 기준을 적용해 추가 과세를 요구할 여지가 거의 없다. 또 상장사는 주식을 행사한 직후 시장에서 바로 매도할 수 있어 ‘행사 후 매도’ 시점의 불일치로 인한 가격 변동 리스크도 없다.

그러나 비상장사는 거래 시장이 없어 정확한 ‘시가’를 판단하기 어렵다. VC 투자 조건·우선주 권리·기업 실적·최근 라운드 등 변수에 따라 동일한 회사도 시가가 수개월 사이 급변한다.

업계는 이런 문제 때문에 스톡옵션이 세금폭탄으로 돌아온다면 인재 보상을 위한 제도의 취지와 멀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과세 체계의 문제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상장 주식 거래소를 통해 시가를 언제든 확인할 수 있으며 ‘과세 이연 제도’를 활용해 매도 전까지는 세금 부담이 없다는 설명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비상장 주식도 별도의 비상장 주식 거래소를 통해 조회가 가능하고, 개인 간 주식 거래 시 회사에 신고나 서류 제출 의무가 있어 언제든 시가를 확인 가능하다”며 “아울러 스톡옵션에도 적용 가능한 과세 이연 제도가 있어 매도 전까지는 세금 부담이 없고, 실제 양도 시점에서 과세하는 방식이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비상장 주식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기업의 경우, 스톡옵션 행사 시점에 해당 주식이 거래소에서 거래되지 않아 시가를 공식적으로 산정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아울러 과세이연제도 또한 통일주권을 발행하고 행사 가액이 5억원 미만이어야 하는 등 제약이 많아 실질적으로 적용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스톡옵션이 본래의 목적대로 ‘성과 보상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최성진 스타트업성장연구소 대표는 “스타트업 임직원이 스톡옵션을 행사하는 시점에는 기업이 상장하거나 현금화가 가능한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가치평가의 객관성을 세무서가 책임 있게 확보해야 한다”며 “특정 개인 간 고가 거래 한 건만으로 전체 임직원에게 ‘세금 폭탄’을 부과하는 현행 방식은 제도의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말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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