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ET시선]공공 IT인프라 개편 마지막 기회

김민석 국무총리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9월 27일 밤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을 방문해 피해 상황 등을 살피고 있다. 사진 출처 : 국무총리실
김민석 국무총리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9월 27일 밤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을 방문해 피해 상황 등을 살피고 있다. 사진 출처 : 국무총리실
“지금 바꾸지 못하면 전쟁이 나지 않는 한 더 이상 기회는 없습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대책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는 한 관계자는 현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가 이렇게 표현한 것은 노무현 정부 당시 전자정부 20대 과제를 선정해 공공 정보기술(IT)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마련한 이후 지금처럼 공공 IT 인프라 중요성이 강조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2년 전 정부 행정망 시스템이 마비된 적 있지만 당시에는 일부 시스템 문제였다. 이번에는 공공 IT 인프라 중추라 할 수 있는 국정자원 전체가 마비된 것으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그의 말처럼 전쟁 외에 이보다 더 큰 공공 IT 인프라 마비 사태를 겪을 일은 없을 것이다.

국정자원 화재는 우리나라 공공 IT서비스가 일순간에 무너진 뼈아픈 상황을 초래했지만 ‘전화위복’의 사례로 삼을 수 있는 기회다. 위기를 잘 극복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든다면 오히려 우리나라 공공 IT 근간을 새롭게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2년 전 행정망 사태에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당시 행정망 사태 발생 후 정부는 대대적 대책을 마련했다. 행정망 마비가 초래한 각종 불편함을 다시 겪어선 안된다는 위기감도 짙었다.

이번 국정자원 화재 발생 후 2년 전 대책을 마련했음에도 무용지물이었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2년 전 장애 당시 정부가 마련한 ‘디지털행정서비스 국민신뢰 제고 대책’에 따르면 장애 발생시 디지털안전상황실을 신설, 범정부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민관 전문가로 구성된 민관합동 대응반을 즉시 투입하도록 했다. 장애 등급, 영향도를 고려한 안내기준을 마련해 장애 상황 시 기관 홈페이지뿐 아니라 민간플랫폼·국민비서 등 다양한 수단으로 국민에게 신속하게 안내하고, 민원처리 지연 등 국민 불편 발생 시의 접수·처리 절차도 마련하도록 했다.

이 모든 대책은 이번 국정자원 화재 상황에서 그대로 적용됐다. 또 이 당시 1만 6000여개가 넘는 공공 시스템 전부를 중요도에 따라 1~4등급으로 분류한 덕분에 이번 사고 발생 시 우선순위를 빠르게 정하고 시스템 중요도에 따라 신속 복구가 가능했다.

아쉬운 부분은 속도와 실행력이다. 당시에도 재해복구(DR) 필요성을 인지, 각종 계획을 준비했지만 예산 등에 가로막혀 시행되지 않았다. 만약 이때 DR 체계가 제대로 마련됐다면 이번 화재 때 더 신속한 대응이 가능했을 수 있다.

후회가 반복되선 안 된다. 현재 마련 중인 대책과 이와 관련한 예산·신속한 집행이 중요하다. 다행히 행정안전부와 국회는 내년 DR 전면 개편을 위해 6000억원 가량 신규 예산을 편성, 논의 중이다. 이번 예산은 단순 정보전략계획(ISP) 마련에서 그치지 않고 바로 구축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앞선 대책보다 고무적이다. 또 인공지능(AI) 시대에 맞춰 공공 인프라 전반을 새롭게 재정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는 점도 AI 3대 강국을 목표로 하는 시점에서 시의적절하다.

“이번 기회에 환골탈퇴하지 않으면 또 다른 기회는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TF 관계자 발언이다. 이슈는 또 다른 이슈로 금방 잊혀진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심정으로 정부와 국회 모두 마지막까지 총력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

김지선 기자 riv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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