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현지시간) 애플 전문 분석가 궈밍치는 X(엑스)에서 “애플과 인텔이 최근 비밀 유지 계약(NDA)을 체결하고 M 시리즈 칩을 인텔에서 양산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르면 2027년 2~3분기에 인텔이 M 시리즈 칩을 시장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간 칩 설계는 애플이 직접 맡고 제조는 외부 파운드리에 의뢰해왔는데, 그동안 주력 파트너였던 TSMC 외에 인텔로도 생산처를 넓힐 가능성이 부상한 것이다. 미국 정부가 강조하는 ‘자국 생산 우선’ 정책의 영향으로 보인다.
M 시리즈는 애플이 자체적으로 디자인한 프로세서로, 맥북·맥 데스크톱과 아이패드 등 주요 제품군에 쓰인다. 인텔이 맡게 될 물량은 최신 칩이 아닌 비교적 사양이 낮은 구형 M 시리즈 라인업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은 한때 맥 라인업 전반에 인텔 CPU를 적용했으나, 2020년 M1을 공개하며 자체 칩 전환을 본격화했다. 이후 2023년부터 대부분의 제품이 M 시리즈 중심으로 재편되며 사실상 인텔과 길을 달리하게 됐다. 최근에는 최신 버전인 M5 칩까지 공개한 상태다.
애플이 다시 인텔과 손을 맞잡으려는 이유로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미국 제조업 부흥 정책이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반도체 산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지난 8월 연방정부가 인텔 지분 약 10%를 확보하는 합의를 체결했다.
애플도 이에 발맞춰 미국 내에서 약 1000억달러(약 140조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하고, 아이폰·아이패드용 유리를 코닝 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애플은 TSMC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M 시리즈 칩 제조 체계를 분산하려는 전략적 판단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