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동아] [자동차와 法] 교통사고 관련 오해와 진실

복잡한 첨단 기능을 결합한 자동차에 결함과 오작동이 발생하면,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급발진 사고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자동차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고 유형도 천차만별입니다. 전기차 전환을 맞아 새로 도입되는 자동차 관련 법안도 다양합니다. 이에 IT동아는 법무법인 엘앤엘 정경일 대표변호사(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와 함께 자동차 관련 법과 판례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는 [자동차와 法] 기고를 연재합니다.
출처=엔바토엘리먼츠
출처=엔바토엘리먼츠

자율주행, AI, 로봇 시대에 성큼 들어섰지만, 정작 교통사고가 났을 때 법률 상식은 여전히 잘못 알려진 정보에 의존하는 운전자가 많습니다. 잘못된 상식 하나가 수백만 원, 수천만 원 이상의 보상금 차이를 만들고, 때로는 형사처벌 여부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이번 기고에서는 교통사고 전문변호사로서 현장에서 자주 마주하는 교통사고 관련 상식 오해 일곱 가지를 정리합니다.
1. 형사 무죄면 민사 책임도 없다?
운전자가 수사기관에서 무혐의 불기소나 형사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 더 이상 아무런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형사책임과 민사책임은 별개입니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조는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그 운행으로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때에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합니다.
대법원 역시 “형사책임은 법 질서 위반에 대한 책임이고, 민사책임은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원리로 하므로 별개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6다6713). 형사에서 무죄라 하더라도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얼마든지 인정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도, 가해 운전자가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손해배상 청구를 포기할 이유가 없습니다.
2. 보험사가 정한 과실비율은 확정이라 다툴 수 없다?
보험사가 ‘8대 2’라고 통보하면 법적으로 확정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운전자가 많습니다. 심지어 “보험사끼리 나눠 먹게 하는 것”이라는 불신도 만연해 있습니다. 그러나 보험사의 과실비율표는 참고 가이드라인일 뿐, 법적 구속력이 없습니다. 최종 결정권은 법원에 있습니다.
과실비율에 다툼이 있다면 섣불리 수긍할 것이 아니라, 블랙박스 CCTV 영상 사고현장 사진 및 영상 등 객관적 데이터로 과실비율분쟁심의위원회에 이의를 신청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해 실체적 진실을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3. 접촉이 경미하면 뺑소니가 아니다?
주차장에서 옆 차를 살짝 긁은 뒤 “별거 아니겠지” 하고 떠나는 순간, 당신은 뺑소니 피의자가 될 수 있습니다. 뺑소니는 사고의 경중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다쳤든 물건이 파손됐든 즉시 정차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대인 도주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어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물적 피해만 있는 물피도주도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 대상입니다. 더군다나 직접 부딪치지 않은 비접촉 사고나 운전자에게 잘못이 없는 무과실 사고라 하더라도, 현장을 이탈하면 도주치상이나 사고후미조치 위반이 성립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4. 무단횡단은 보행자 잘못이다?
운전자들 사이에서 “무단횡단은 보행자 잘못”이라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하지만 자동차 전용도로나 보행자 신호가 명백히 적색인 경우가 아닌 한, 일반 도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운전자의 과실이 훨씬 크게 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더욱이 최근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횡단보도 앞에서는 ‘보행자가 길을 건너려고 대기만 하고 있어도’ 운전자에게 일시정지 의무가 부과됩니다. 교차로나 횡단보도 앞에서는 절대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5. 사고 현장에서 사과하면 무조건 불리하다?
사고 현장에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면 과실을 인정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의 사과가 법적 과실비율 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최종 과실은 블랙박스, CCTV, 사고조사 보고서 등 객관적 증거로 결정됩니다. 오히려 종합보험 처리가 일상화되면서, 명백히 잘못한 운전자마저 큰소리부터 치는 상황이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사과가 불리한 것이 아니라, 잘못하고도 사과하지 않는 문화가 더 큰 문제입니다.
6. 합의서에 서명하면 추가 보상은 불가능하다?
합의 대상에 해당하는 손해는 합의서 작성으로 종결됩니다. 그러나 합의 당시 예상하지 못한 후유 장애가 발생하거나, 합의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던 손해에 대해서는 추가 청구가 가능합니다. 대법원은 합의 시점에 손해 범위를 정확히 알기 어려웠고, 후발 손해가 예측 불가능했으며, 그 손해를 인지했을 시 해당 금액으로 합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요건이 충족되면 추가 배상을 인정합니다(대법원 99다42797).
7. 블랙박스만 있으면 만사형통이다?
블랙박스는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제대로 녹화되어 있다면 어떤 증거보다 위력적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과속이나 전방주시 태만 역시 적나라하게 기록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더 큰 문제는 정작 필요할 때 영상이 없는 경우가 놀라울 만큼 많다는 것입니다. 상담과 재판 현장에서 블랙박스 자체가 없거나, 있어도 녹화 오류로 결정적 순간이 빠져 있는 사례를 많이 봤습니다. 평소 녹화 상태를 수시로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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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

정경일 변호사는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제49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수료(제40기)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교통사고·손해배상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정리 /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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