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동아] ‘세대교체·신규 라인업 등장’··· 팀 쿡 시대 저물고 새로운 애플이 온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최근 몇 년간 애플은 애플 인텔리전스 같은 생성형 AI의 도입 지체, 리퀴드 글라스 등 독창적이지만 범용성이 부족한 디자인을 채택하는 등 혁신성을 놓고 방향성을 잃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던 애플이 고위 임원진 교체와 전략 노선 변경을 통해 반전을 노리고 있다. 애플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6일, 미국의 소프트웨어 및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이너 스티븐 르메이(Stephen Lemay)와 산업 디자이너 몰리 앤더슨(Molly Anderson), 제니퍼 뉴스테드 최고 법률 책임자를 고위 경영진 목록에 추가했다. 그리고 그 모든 리더십의 중심에는 존 터너스 애플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이 있다.

 존 터너스 애플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 / 출처=애플
존 터너스 애플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 / 출처=애플

애플의 세대교체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애플의 이인자로 불리던 제프 윌리엄스 최고운영책임자가 직에서 물러났고, 리사 잭슨 애플 환경, 정책 및 사회 이니셔티브 담당 부사장도 지난 1월 은퇴했다. 이외에도 존 지아난드레아 머신러닝 및 AI 전략 수석부사장, 엘런 다이 휴먼 인터페이스 디자인 부사장 등이 이직하거나 은퇴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팀 쿡 애플 최고책임자는 “5년 혹은 10년 뒤에 그 방에 누가 앉아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라며 은퇴를 간접적으로 시사했다고 한다.

올해 은퇴 연령 접어든 팀 쿡, 기업가치 키웠지만 정체기 맞아

팀 쿡은 1960년 생으로 올해 은퇴 연령인 만 65세를 맞는다. 그는 2011년 8월부터 애플의 최고경영자로 활약하며 약 3480억 달러(당시 환율 기준 390조 원)였던 기업 가치를 2026년 현재 3조 7900억 달러(약 5663조 원)로 10배 이상 성장시켰다. 전임자인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가치를 만들었다면 이를 산업적으로 효율화하고 기업 가치를 확대한 것은 팀 쿡의 공로가 매우 컸다. 이제는 그 역할을 다하고 후임자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티븐 르메이(Stephen Lemay) 휴먼 인터페이스 디자인 부사장(좌)과 몰리 앤더슨(Molly Anderson) 산업디자인 부사장(우) / 출처=IT동아
스티븐 르메이(Stephen Lemay) 휴먼 인터페이스 디자인 부사장(좌)과 몰리 앤더슨(Molly Anderson) 산업디자인 부사장(우) / 출처=IT동아
이번에 휴먼 인터페이스 디자인 부사장으로 오른 스티브 르메이는 1999년에 애플에 합류한 이후, 스티브잡스와 함께 OS X를 시작으로 iOS, iPadOS, 워치OS 및 비전OS를 포함한 애플의 모든 핵심 운영체제의 디자인 및 활용성 개선에 참여했다. 특히 OS X 초기의 랩소디 인터페이스 이후 10여 년 간 OS X의 인터페이스로 활용된 아쿠아 인터페이스의 완성도에 큰 기여를 했고, 현재 맥OS의 디자인 철학인 리퀴드 글라스 인터페이스에도 깊게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몰리 앤더슨은 산업 디자인 부사장이지만 지금까지 공식 영상 등에서는 이름만 나올 정도로 수면 아래에서 작업해 왔다 / 출처=애플
몰리 앤더슨은 산업 디자인 부사장이지만 지금까지 공식 영상 등에서는 이름만 나올 정도로 수면 아래에서 작업해 왔다 / 출처=애플
몰리 앤더슨은 2014년 애플에 합류했으며 조너선 아이브와 에반스 행키가 이끈 것으로 잘 알려진 산업 디자인 팀을 이끌고 있다. 산업 디자인 부서는 산업 및 색채 디자이너, 조각가, 소재 및 제조 전문가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애플 제품 및 액세서리, 포장 디자인 등을 담당한다.
아울러 3월 1일부로 제니퍼 뉴스테드를 수석 부사장 겸 법률 고문으로 선임했다. 제니퍼 뉴스테드는 애플에 합류하기 전 메타에서 최고 법률 책임자를 역임했으며, 3월 1일부터 애플의 수석 부사장으로서 기업 지배구조, 지식 재산권, 소송 및 증권 규정 준수, 글로벌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를 포함한 모든 법률 관련 문제를 총괄한다.

존 터너스 수석 부사장이 경영 전반에 나서면서 애플의 전략에도 변화의 기류가 불고 있다 / 출처=애플
존 터너스 수석 부사장이 경영 전반에 나서면서 애플의 전략에도 변화의 기류가 불고 있다 / 출처=애플
산업 디자인과 인터페이스 부사장의 선임으로 애플의 향후 제품 디자인, 그리고 전략에 이르는 전반에 과감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차기 CEO로 거론되고 있는 존 터너스 애플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의 역할 변화와도 강하게 맞물린다. 존 터너스 부사장은 원래 하드웨어 부문 담당이지만 지난 1월부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디자인 전반을 아우르는 총괄 책임자로 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프리미엄에 집중해 온 애플이 맥북 네오, 아이폰 17e 등의 가성비 제품을 연이어 출시하면서 향후 전략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 ‘1년에 한 번’에서 상시 공개로 전략 바꾸며 변화 시도

과거 애플은 6월에 열리는 연례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가을 이후 제품을 내놓는 편이었다. 하지만 2024년부터 애플이 ‘연 1회 가을 대규모 출시’라는 한계에서 벗어나고자 제품이 준비되는 즉시 출시하는 것으로 전략을 변경했다. 생성형 AI가 등장하며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의 주기가 짧아졌고, 가을에 편중되는 공급망의 부하와 소프트웨어 출시 주기, 4분기에 몰리는 수익 구조 등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애플이 지난 3월 3일 공개한 보급형 매킨토시인 맥북 네오, 100만 원 미만 가격으로 책정됐다 / 출처=애플
애플이 지난 3월 3일 공개한 보급형 매킨토시인 맥북 네오, 100만 원 미만 가격으로 책정됐다 / 출처=애플
이런 기조에 맞춰 지난 3월 3일 애플 아이패드 에어(M4)와 애플 아이폰 17e, 맥북 에어(M5) 모델, 그리고 역대 최저가 매킨토시 맥북 네오가 함께 출시됐다. 고급형 라인업으로 맥북 프로 M5 프로 및 맥스 탑재 모델과 신규 스튜디오 디스플레이 및 스튜디오 디스플레이 XDR도 출시됐지만 세간의 시선은 보급형 제품들, 특히 맥북 네오에 쏠리고 있다.
맥북 네오는 아이폰용 AP인 A18 Pro 칩과 리퀴드 레티나 디스플레이, 알루미늄 외관을 갖춘 보급형 노트북이다. P3 광색역이나 USB 4 등의 기능은 빠졌으나 애플 M1 칩에 가까운 성능과 8GB 메모리, 256GB 저장 공간을 갖추고도 99만 원에 책정됐다. 최근 메모리와 저장장치 가격이 약 4배~6배씩 상승해 신규 인텔, AMD 노트북 모두 250~300만 원에 육박하는 상황이어서 애플의 이례적인 저가형, 보급형 정책이 대단히 주목받고 있다.

애플 아이폰 17e 역시 100만 원대 미만에 최신 칩셋과 256GB의 저장 공간을 다 갖추고 출시됐다 / 출처=애플
애플 아이폰 17e 역시 100만 원대 미만에 최신 칩셋과 256GB의 저장 공간을 다 갖추고 출시됐다 / 출처=애플
아이폰 17e는 A19 칩과 4800만 화소 딥퓨전 카메라, 256GB의 기본 저장공간을 제공하면서 99만 원대의 가격으로 출시됐다. M4 칩을 탑재한 신규 아이패드 에어 역시 메모리 가격 상승분을 반영하지 않고 2025년 3월 출시한 M3 모델과 동일한 가격으로 책정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삼성이 대다수 스마트폰 출고가를 약 20%씩 인상한 것과 달리 애플은 공급망 관리 측면에서 꾸준히 가격 협상을 진행했고, 핵심 부품의 원가를 낮추기 위해 동분서주한 결과로 보인다.

애플, 앞서 10년과는 또 다른 모습 보여줄 듯

팀 쿡의 후임자로 꼽히는 존 터너스 수석 부사장이 경영 전반에 나설 경우 애플의 전략도 공격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으로 올해 출시한 ‘아이폰 에어’는 존 터너스가 주도하여 설계 및 개발했다. 제품의 실사용 시간이나 스펙 등의 한계로 인해 많은 선택을 받진 못했지만 애플이 신규 라인업을 꺼내들었다는 점 자체가 인상적이며, 도전적인 라인업 확장을 바탕으로 소문만 무성했던 폴더블 스마트폰이나 또 다른 제품이나 전략 등이 등장할 수 있다.
아이폰 에어과 맥북 네오 같은 신규 라인업의 등장은 앞으로의 애플이 지금과 달라질 것을 예고한다. 프리미엄 보다는 색다른 제품이나 가격대 성능비가 우수한 제품 등이 점쳐진다. 물론 긍정적으로만 해석할지는 미지수다. 그간 애플이 실험적인 제품을 내놓지 않은건 성공 가능성이 확실한 제품만 내놓았기 때문이다. 존 터너스의 도전이 연이은 실험에 그친다면 애플 역시 매번 방향성을 놓고 고민하게 될 것이다. 다음 세대의 새로운 ‘애플’이 어떤 모습이더라도 그것을 지켜보는 건 즐거운 일이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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