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동아] [정훈구의 인터’스페이스’] BTS가 전 세계에 보여준 광화문의 미래
2026년 03월 26일
[IT동아]
광화문은 왜 다시 무대가 되었나
광화문은 더 이상 비워 둔 광장이 아니다. 이제는 무엇을, 어떻게 올릴 것인가를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공적 무대다.
![[IT 동아] [정훈구의 인터'스페이스'] BTS가 전 세계에 보여준 광화문의 미래 1 방탄소년단이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컴백 기념 공연인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을 선보였다 / 출처=빅히트 뮤직/넷플릭스](https://it.donga.com/media/__sized__/images/2026/3/25/5d4059a5f8894416-thumbnail-1920x1080-70.jpg)
지난 3월 21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BTS 컴백 라이브: ARIRANG’은 그 변화의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 공연은 단지 세계적 아티스트의 복귀 무대가 아니었다. 한국의 문화 정체성을 어떤 장소 위에, 어떤 도시의 얼굴 위에 올려놓을 것인가를 묻는 장면이었다. 공연은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국으로 생중계됐고, 광화문은 서울의 한 광장이 아니라 세계가 동시에 바라보는 한국 문화의 정면으로 송출됐다.
소속사인 하이브 역시 이 선택을 단순한 로케이션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사전 브리핑에서 유동주 하이브 APAC 총괄은 방시혁 의장이 ‘BTS의 컴백 시작점은 한국이어야 하고, 그 장소 역시 한국의 가장 상징적인 공간이어야 한다’고 방시혁 의장의 판단을 전했다.
이 문장은 의미가 중요하다. 광화문은 이번 공연에서 무대를 빌려준 장소가 아니라, BTS의 복귀 서사를 해석하게 만드는 상징적 프레임으로 선택된 것이다.
무대를 세우지 않고, 공간의 축을 드러낸 공연 공간
일반적인 공연은 장소를 가리기 위해 무대를 세운다. 하지만 이번 광화문 공연은 오히려 장소를 보이게 했다.
공연 전 공개된 설명에서 멤버인 RM과 진은 “광화문이라는 상징적 공간을 가리지 않으면서도 무대와 도시가 한 화면에 담기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핵심 장치는 ‘오픈형 큐브’였다. 이는 조형적 장치라기보다 프레이밍의 장치에 가까웠다. 무대가 도시를 덮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경관과 역사적 풍경을 무대 안으로 끌어들이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현장 보도는 이 무대가 인위적 세트보다 광화문의 상징성과 광장 경관을 살리는 방식으로 설계됐다고 전했다.
![[IT 동아] [정훈구의 인터'스페이스'] BTS가 전 세계에 보여준 광화문의 미래 2 ‘BTS 컴백 라이브: ARIRANG’ 공연이 21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펼쳐졌다 / 출처=사진공동취재단](https://it.donga.com/media/__sized__/images/2026/3/25/a099d9fc621e4d00-thumbnail-1920x1080-70.jpg)
이 지점에서 이번 공연은 단순한 팝 콘서트를 넘어선다. 광화문은 배경으로 물러나 있지 않았다. 하나의 파사드였고, 하나의 액자였고, 공연 전체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도시적 장치였다. 공연이 광화문에 ‘붙은’ 것이 아니라, 광화문이라는 축 위에서 공연의 서사가 다시 작곡된 셈이다. 공간기획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번 무대는 설치보다 해석에 가까웠다.
공공광장은 이제 ‘모이는 장소’를 넘어 ‘보여지는 장소’
광화문은 오랫동안 한반도의 중심이자 시민의 기억이 축적된 장소였다. 왕조의 정문에서 출발해, 근현대의 집회와 애도, 축하와 저항까지, 이곳은 늘 집단 감정이 가장 선명하게 응축되는 공간이었다.
![[IT 동아] [정훈구의 인터'스페이스'] BTS가 전 세계에 보여준 광화문의 미래 3 광화문 광장에 운집한 전 세계 방탄소년단 팬들 / 출처=연합뉴스](https://it.donga.com/media/__sized__/images/2026/3/25/6bf4e0429f8a40d6-thumbnail-1920x1080-70.jpg)
미국 통신사 AP는 광화문을 서울의 ‘spiritual heart(영적인 심장)’이자 가장 두드러진 ‘gathering space(집합 공간)’로 설명했고, 최근 수년간 수많은 시민이 이곳에 모여 애도하고, 항의하고, 축하해 왔다고 짚었다.
이런 맥락에서 광화문은 원래부터 ‘사람이 모이는 장소’였다. 그런데 이번 공연은 그 성격을 한 단계 더 밀어 올렸다. 광화문은 이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인 동시에, 그 장면이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비되는 장소가 됐다.
과거의 광화문이 현장의 밀도로 기억됐다면, 지금의 광화문은 이미지의 밀도로도 기억되는 공간이다. 광장은 더 이상 현장 경험만의 장소가 아니다. 이제는 카메라와 송출, 플랫폼과 아카이브를 통해 도시가 스스로를 세계에 설명하는 시각적 인터페이스가 됐다.
이 변화는 작지 않다. 공공광장은 이제 공적 경험의 설계 공간이자, 국가 브랜드가 이미지로 번역되는 미디어 스테이지로 바뀌고 있다.
K-컬처는 더 이상 콘텐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오늘의 K-컬처는 노래나 안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음악과 영상, 팬덤과 플랫폼, 그리고 그 장면이 놓이는 공간의 맥락이 함께 작동한다.
BTS의 광화문 공연은 바로 그 점을 보여준다. 이번 공연에서 전 세계에 수출된 것은 음악만이 아니었다. 광화문이라는 도시 이미지, 경복궁과 월대가 품은 시간의 감각, 그리고 그것이 현대적 공연 연출과 한 프레임 안에 놓이는 방식까지 함께 수출됐다. 이제 K-컬처는 콘텐츠의 해외 확산을 넘어, 한국적 장면 자체를 세계가 소비하도록 만드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IT 동아] [정훈구의 인터'스페이스'] BTS가 전 세계에 보여준 광화문의 미래 4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제곡인 ‘Golden(골든)’의 가창자. (왼쪽부터) 레이 아미, 이재, 오드리 누나 / 출처=로이터 연합뉴스](https://it.donga.com/media/__sized__/images/2026/3/25/97fc88e81ea34ee7-thumbnail-1920x1080-70.jpg)
그 흐름은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성과에서도 읽힌다. 이 작품은 2026년 아카데미 장편애니메이션상을 받았고, 주제가 ‘Golden(골든)’은 아카데미 주제가상과 그래미 ‘Best Song Written for Visual Media(시각 매체용 최우수 곡)’를 수상했다.
이는 K-컬처의 경쟁력이 더 이상 아이돌 음악 하나에 있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음악, 서사, 애니메이션, 플랫폼, 그리고 한국적 미감이 결합한 장면이 세계적 공명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지금의 K-컬처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만들었는가’만이 아니라, 그것을 ‘어디서 어떻게 보이게’ 했는가다.
도시의 전략이 된 세계의 광장
이런 흐름은 서울만의 특수한 현상이 아니다. 세계의 주요 도시들은 오래전부터 공공광장을 단순한 기념 공간으로 비워 두지 않았다.
![[IT 동아] [정훈구의 인터'스페이스'] BTS가 전 세계에 보여준 광화문의 미래 5 방탄소년단이 2019년 12월 31일 밤(현지시간)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 출처=연합뉴스](https://it.donga.com/media/__sized__/images/2026/3/25/7d16c7cf30924566-thumbnail-1920x1080-70.jpg)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TSQ LIVE’는 수백 명의 아티스트와 문화기획자가 참여하는 무료 오픈에어 프로그램으로, 매해 여름 타임스스퀘어 공공장소를 공연과 워크숍의 플랫폼으로 운영한다. 브로드웨이 플라자 위에서 음악과 춤, DJ 프로그램이 이어지는 이 형식은, 공공공간을 일시적 행사장이 아니라, 도시가 스스로를 보여주는 문화 장치로 다루는 전형적인 사례다.
리우데자네이루의 ‘코파카바나’ 역시 마찬가지다. 로이터에 따르면 2025년 레이디 가가 무료 공연은 브라질 서비스업과 관광 수요에 실제 상승 효과를 줬고, 2026년 보도에서는 이 공연이 200만 명이 넘는 관객과 약 6억 헤알(한화 약 1720억 원)의 경제 효과를 남긴 사례로 다시 언급됐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사람이 많이 모였다는 사실이 아니다. 도시가 공공공간을 문화 이벤트와 관광, 소비, 글로벌 노출을 연결하는 전략적 인프라로 쓰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광화문의 변화는 늦었다기보다, 이제 막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에 가깝다.
광화문은 이제 ‘행사장’이 아니라 ‘국가 무대’여야 한다
필자는 이런 공연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광화문은 한국 문화의 상징 자산이고, 이 공간을 얼마나 정교하게 쓰느냐가 앞으로의 문화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그저 더 많이 개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광화문은 상업 공연을 위한 빈 땅이 아니라, 공공성이 가장 예민한 장소다. AP는 이번 공연을 둘러싼 ‘강한 통제’가 광화문이 지닌 공공 집합 공간으로서의 상징성을 약화시켰다는 비판을 전했다.
실제로 공연 당일 광화문, 시청, 경복궁역 출입구가 단계적으로 폐쇄됐고, 일부 구간은 무정차 통과했으며, 주변 도로도 시간대별로 통제됐다. 공연 이후에는 상인들의 불편과 상권 타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광화문 공연은 무대 설치만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사람의 흐름, 접근성, 대중교통, 체류, 주변 상권, 문화재 경관, 안전과 송출 방식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그래서 광화문은 타임스스퀘어를 그대로 닮아가야 하는 공간이 아니다. 오히려 더 복잡하고, 그래서 더 강한 공간이다. 궁궐의 기억, 민주주의의 기억, 도시의 일상, 관광의 동선, 그리고 K-컬처의 현재가 한 장면 안에서 동시에 작동하기 때문이다.
광화문을 잘 쓴다는 것은 공연 하나를 잘 여는 일이 아니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문화적 얼굴을, 가장 상징적인 장소 위에서 얼마나 정교하게 연출하느냐의 문제다.
정훈구 담장너머 대표 (plus82jh9@gmail.com)
담장너머의 공동대표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즈’와 ‘굿디자인 어워즈’에 선정된 바 있으며, 다양한 공간기획 프로젝트를 통해 창의적인 공간과 경험을 제안, 구축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기자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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