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향유고래 출산 장면 첫 포착… “10마리 모여 출산 도왔다”

향유고래 '오라클'과 새끼인 '라운더'. 사진=내셔널 지오그래픽
향유고래 ‘오라클’과 새끼인 ‘라운더’. 사진=내셔널 지오그래픽
야생 향유고래의 출산 장면이 카메라에 처음으로 포착됐다. 당시 주변에는 가족은 물론 피가 섞이지 않은 고래까지 모여 출산을 도운 것으로 확인돼 놀라움을 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CNN 등 외신에 따르면 비영리 고래 연구 단체인 프로젝트 CETI(Cetacean Translation Initiative)는 향유고래가 출산 전후로 주변의 도움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 2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각각 게재했다.

과거 학계는 출산 시 조력자의 도움을 받는 종은 인간이 유일하다고 간주해 왔다. 인간은 진화 과정에서 직립보행을 택하며 골반 구조가 좁아진 반면, 태아의 머리는 커지면서 다른 포유류에 비해 출산 난도가 현저히 높기 때문이다.

이후 연구를 통해 영장류나 설치류 등은 출산 시 도움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이 확인됐지만, 고래목 내에서는 아목에 따라 양상이 갈렸다.

대형 고래류인 수염고래아목은 출산 시 비교적 단독으로 행동하며 어미 혼자 새끼를 수면까지 끌어올려 숨을 쉬게 하는 반면, 사회성이 강한 이빨고래아목은 출산을 일종의 ‘집단적 경험’으로 공유했다.

앞서 돌고래의 공동 출산 조력이 보고된 데 이어, 최근 향유고래의 출산 과정에서도 무리가 협력하는 모습이 과학자들에게 목격되면서 이빨고래류의 고도화된 사회적 유대감이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향유고래 '라운더'의 출산을 돕기 위해 10마리가 모여있는 모습. 사진=프로젝트 CETI
향유고래 ‘라운더’의 출산을 돕기 위해 10마리가 모여있는 모습. 사진=프로젝트 CETI
연구진이 향유고래의 출산 조력을 목격한 것은 지난 2023년 7월 카리브해 도미니카 해안에서다. 이들은 드론 두 대를 이용해 공중과 수중에서 동시에 영상 및 음향 정보를 수집했다.

관찰 대상은 연구진이 2005년부터 가계도를 인지하고 있는 어미 고래 ‘라운더’다. ‘오라클’의 새끼이자 ‘오로라’의 자매이기도 하다.

연구진은 이날 머신러닝을 사용해 출산 과정을 수치화하고 고래 사이의 물리적 거리, 방향 및 접촉 등을 기록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행동인지, 우연에 의한 행동인지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어미 주변에 있던 10마리의 고래들이 출산 전에는 어미를 챙기는 반면, 출산 후에는 새끼를 챙기는 행동을 보였다. 향유고래 새끼는 태어나자마자 효율적으로 헤엄칠 수 없기 때문이다.

산고 끝에 34분 만에 새끼 향유고래가 완전히 물 밖으로 나오자, 어미 고래와 자매인 오로라, 무리에 속하는 어린 향유고래 ‘아리엘’ 등이 새끼를 물 위로 들어올렸다. 고래는 꼬리부터 나오기 때문에 물 밖으로 새끼를 밀어 올려 ‘첫 숨’을 터트리게 하려는 행동이다.

갓 태어난 새끼는 주변 고래들에게 ‘쓰다듬’을 받았다. 연구진은 최소 두 마리 이상의 고래가 동시에 새끼를 어루만졌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분석 결과 암컷 가족 구성원이 주로 ‘출산 보조’를 맡았다고 설명했다. 출산 과정에서 가장 많은 접촉이 있던 고래는 라운더의 어미인 오라클이었다. 오라클은 출산 전부터 라운더를 살뜰히 보살폈으며, 출산 과정에서 라운더와 함께 뒹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해양 생물학자 필리파 브레이크스는 “향유고래의 출산이라는 보기 드문 광경이 이렇게 포괄적으로 기록된 것을 보니 정말 기쁘다”며 “특히 흥미로운 점은 평소 별개의 사회적 단위로 활동하던 개체들까지 출산 초력에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른 추가 연구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논문의 주요 저자인 프로젝트 세티의 로봇 공학 전문가 알라 마알루프 연구원은 “과학적인 측면은 차치하고라도, 이번 연구는 우리 인간에게 큰 교훈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적어도 가장 취약한 시기에는 서로에게 적대적이기보다는 서로 뭉쳐 돕는 것이 좋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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