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동아] “돼지국밥 라면부터 프리미엄 한상까지”…테이스티키친, 부산 대표 F&B 꿈꾼다 [농업이 IT(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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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박귀임 기자] 부산 돼지국밥은 한국전쟁 피란민의 음식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있다. 고기를 구하기 어렵던 시절, 돼지 뼈와 부산물로 끓인 육수에 밥을 말아 허기를 달랬다는 것이다. 기원이 어디에 있든, 돼지국밥은 수십 년이 지나 부산을 대표하는 향토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돼지국밥은 부산의 정서가 담겼다는 평가를 받지만, 정작 현지에서 한 번 먹고 마는 음식에 머물렀다. 음식 특성상 멀리 가져가는 것도 어렵고, 기념이나 선물하기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 한계에 도전장을 내민 스타트업이 있다. 돼지국밥을 라면으로 재해석해 부산을 알리는 테이스티키친이다.
정의근 테이스티키친 대표 / 출처=IT동아
정의근 테이스티키친 대표 / 출처=IT동아

테이스티키친은 제조 경험도, 인맥도, 자금도 없이 맨땅에서 시작했지만 편의점 입점은 물론 부산 대표 관광기념품 10선에 오르는 등 성과를 쌓아가고 있다. 정의근 테이스티키친 대표를 만나 창업 과정과 향후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맨땅에서 시작한 돼지국밥 라면

정의근 대표가 테이스티키친을 설립한 것은 2021년이다. 10년간 이어왔던 부동산업을 접고, F&B업계에 뛰어들었다.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두려움보다 열정이 앞섰다.
정의근 대표는 “당시 코로나19가 한창이었다. 한 달이면 끝난다고 했는데 3년이나 이어졌다. 방향을 바꾸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걸로 창업해보자고 마음 먹었다”면서 “공유주방이 늘어나던 시기라 부산 음식을 배달·밀키트·내식 세 가지 방식으로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중 가장 공을 들인 음식이 돼지국밥이었다. 2023년 돼지국밥을 라면으로 재해석하면서 ‘부산 돼국라면'(이하 돼국라면)이 탄생하게 됐다”고 밝혔다.
부산 돼국컵라면 / 출처=IT동아
부산 돼국컵라면 / 출처=IT동아
돼지국밥을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정의근 대표는 돼지국밥이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부산을 찾는 관광객이 현지에서 체험하는 음식이라고 봤다. 그런데 그 체험의 기억을 담아 가져갈 수 있는 기념품이 없었다. 그 답을 라면에서 찾았다.
돼국라면은 돼지국밥을 라면으로 재해석한 제품이다. 돈골(돼지 뼈)·우골(소 뼈)을 섞은 육수 스프와 생새우젓 분말, 그리고 불맛 양념 등을 활용하는 레시피로 차별화를 꾀했다. 정의근 대표는 레시피 개발에 앞서 돼지국밥 식당 100여 곳을 직접 탐방했다. 돼지국밥을 먹을 때마다 비법을 물었다. 돈골과 우골을 섞으라는 조언도 그렇게 얻었다. 발로 뛰며 돼국라면을 만드는 데 10개월이 걸렸다.
정의근 대표는 돼국라면의 기준을 세운 뒤 제조업체를 알아봤지만 쉽지 않았다. 제조 경험도, 관련 인맥도 없었다. 인터넷 검색으로 라면 OEM 업체를 찾아다녔고, 정부지원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며 버텼다.

일반 라면 아닌 기념품으로 포지셔닝…AR 기술까지 접목

돼국라면의 봉지라면 가격은 3500원이었다. 소량생산을 해야 하는 탓에 제조비용이 높아진 것이 이유였다. 돼지국밥이라는 차별화에도 시중의 일반 라면보다 약 4배 높은 가격인 만큼 소비자 접근성은 높지 않았다. 정의근 대표도 이를 인지했다. 그는 “가격은 바꿀 수 없어 전략을 변경했다. 라면 카테고리가 아닌 기념품 카테고리로 포지셔닝했다. 실제로 타지역 구매율이 높았다”고 말했다.
정의근 대표는 대전 성심당, 춘천 감자빵처럼 ‘지역 미식 기념품’이 하나의 트렌드가 된 흐름을 읽었다. 일본에 돈코츠라멘이 있고 제주에 고기국수가 있듯, 부산에는 돼국라면이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이는 통했다. 2024년 부산대표 관광기념품 10선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10만 개 상당의 5차 생산량 모두 완판했다.
정의근 테이스티키친 대표 / 출처=IT동아
정의근 테이스티키친 대표 / 출처=IT동아
테이스티키친은 후원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돼국라면을 처음 선보였다. 이에 정의근 대표는 초기 구매자에게 손편지를 썼다. 편지 속에는 ‘테이스티키친을 계속 믿어준다면 돼국라면의 대량생산, 전국 판로 확보, 판매가 인하를 약속한다’고 적었다. 이 약속은 2026년 3월 출시한 ‘부산 돼국컵라면’으로 지켰다. 해당 제품은 편의점인 이마트24에 첫 입점한 이후 GS25로도 확장됐다.
정의근 대표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돼국컵라면의 가격은 2000원이다. 컵라면이 봉지라면보다 원가는 더 비싸지만 대량생산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컵라면에 맞춰 육수, 새우젓, 양념 스프 등을 원팩으로 바꾼 것도 원가 절감에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돼국컵라면 출시는 제조업체인 매일식품과의 IP 라이선스 방식 공동 개발로 이뤄졌다. 제조업체가 생산 비용을 투자하고, 테이스티키친은 판매 수익의 일정 비율을 받는 구조다. 정의근 대표는 “보통 IP 라이선스는 포켓몬, 하츄핑처럼 이미 유명한 캐릭터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매일식품에서 돼국라면의 가능성을 높게 봐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이번 돼국컵라면에는 QR 기반 AR(증강현실) 콘텐츠가 탑재됐다. 브랜드 IP는 테이스티키친, 디자인은 일러스트레이터 쿠나, AR 콘텐츠는 비즈웨이브가 맡아 미각(맛)·청각(스토리툰 사운드)·시각(AR)을 결합한 ‘멀티센서리’ 패키지를 완성했다. 정의근 대표는 “대기업 제품과 같은 선반에서 경쟁하려면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하다. 맛은 기본이고, 그 이상의 체험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컵라면에 있는 QR코드에 돼국라면의 탄생 스토리를 담은 AR 콘텐츠를 넣었다. 소비자 반응은 ‘재밌고 독특하다’는 평이 많았다. 향후 더 고도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프 형태부터 A4 샘플까지…시행착오 연속

돼국라면이 편의점에 입점하기까지 순탄하지 않았다. 스프 형태를 결정하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가공식품인 만큼 분말과 액상 중 어느 방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맛과 관리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결정해야 했다.
정의근 테이스티키친 대표 / 출처=IT동아
정의근 테이스티키친 대표 / 출처=IT동아
정의근 대표는 여러 제조업체를 다니며 스프 샘플을 맛봤다. 그럼에도 쉽게 선택하지 못했다. 그는 “돼국라면의 개발 배경과 판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한 액상 제조업체 관계자가 분말 방식을 추천했다. 당시 콘셉트와 유통 및 관리 측면에서 분말이 낫다는 이유였다. 그렇게 분말을 최종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물 제품조차 없었을 때도 정의근 대표는 바쁘게 움직였다. 그는 “스타트업이라 제품을 개발해도 알리기가 힘들다. 대기업과 협업하면 더 많이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정의근 대표는 A4 용지에 돼국라면 시안을 출력해 휴지를 넣고 양면테이프로 붙인 샘플을 든 채 부산 향토기업인 대선주조 문을 두드렸다. 이어 부산 대표 주류기업과 돼지국밥의 조합이 이색적인 협업이 될 것이라고 설득했다. 대선주조 측은 그 열정을 좋게 봐줬다. 테이스티키친의 부산이라면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됐고, 대선주조를 비롯해 롯데월드·한화호텔&리조트·무지 등 업종을 가리지 않는 협업이 10회 이상 이어졌다. 부산국제록페스티벌에서는 3년 연속 참가한 결과 F&B 헤드라이너로 자리 잡았다.
또 테이스티키친은 올해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하 농진원)의 유망한 기업에도 선정, 사업화 자금부터 교육 및 컨설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받고 있다. 정의근 대표는 “농진원의 지원이 테이스티키친 성장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자체 제조 시설을 준비 중인데 농진원에 관련 조언도 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핵심 기술을 제3의 기관에 맡겨 보호하는 기술임치를 통해 대량생산 체계를 안정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라면 다음은 프리미엄 한상

정의근 대표는 돼국라면 봉지라면을 처음 만들 때부터 스스로에게 한 약속이 있었다. 라면을 넘어 최고의 돼지국밥을 만들겠다는 것. 2026년 상반기 중 프리미엄 식당 ‘시저갱반’으로 그 약속을 지킬 예정이다.
정의근 테이스티키친 대표 / 출처=IT동아
정의근 테이스티키친 대표 / 출처=IT동아
시저갱반은 숟가락(시), 젓가락(저), 국(갱), 밥(반)을 뜻한다. 조선시대 양반가 음식인 ‘갱반’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전자문서로 확인되는 1874년 갱반 기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메뉴의 핵심은 곰국이다. 정의근 대표는 돼지국밥의 본질이 오랜 시간 공들여 끓인 육수에 있다고 봤다. 돈골과 우골을 섞어 끓인 육수로 만든 곰국에 솥밥을 곁들인 반상 형태로, 돼지국밥을 프리미엄 한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내부 제면실에서 돼지국밥의 소면을 곰국에 맞춰 특수 제면한 면도 함께 선보인다.
정의근 대표는 “돼지국밥을 간편하고 실용적인 형태로 확장하기 위해 라면에 밥을 곁들인 ‘부산 돼국라밥’ 개발도 준비하고 있다. 해당 제품은 돼국컵라면과 함께 국내 편의점은 물론 글로벌 시장까지 공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저갱반은 돼지국밥을 프리미엄 오프라인 경험형 매장으로 풀어낸 브랜드다. 제품은 간편식으로, 매장은 미식 경험으로 확장하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부산 로컬푸드의 경쟁력을 키워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테이스티키친의 장기 목표는 삼진어묵, 모모스커피처럼 부산을 대표하는 F&B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수출도 준비 중이다. K-푸드 열풍이 부는 지금, 아시아 시장부터 문을 두드릴 예정이다.
정의근 대표는 “낙후된 부산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F&B 기업이 되고 싶다. 돼지국밥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부산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알려지는 것이 꿈”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48시간 이상 육수를 끓이는 보이지 않는 노력이 쌓여야 5분 만에 나오는 돼지국밥 한 그릇이 완성된다. 정의근 대표는 테이스티키친도 그렇게 만들어가고 있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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