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동아] [크립토퀵서치] 미국 디지털자산 규제 ‘클래리티 법안’ 어떤 내용인가요?

[IT동아 한만혁 기자] 지난 5월 14일(현지시간) 미국의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규제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이 상원 은행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클래리티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미국 내 디지털자산 규제 불확실성이 대폭 해소될 전망입니다.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죠. 이번 시간에는 클래리티 법안의 핵심 내용과 국내 관련 시장에 미칠 영향을 알아보겠습니다.
출처=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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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자산 법적 지위·감독 기관 규정, 클래리티 법안

그동안 미국은 디지털자산의 법적 지위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았습니다. 정부 기관끼리도 해석이 달랐죠. 문제는 디지털자산을 증권(Securities)으로 보느냐, 상품(Commodity)으로 보느냐에 따라 감독 기관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증권 규제를 담당하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디지털자산을 주식과 같은 증권으로 보고 규제했습니다. 파생상품, 상품 시장을 관할하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디지털자산을 금, 원유 같은 상품으로 간주했죠. 두 기관이 각자 규제 권한을 주장하면서 기업과 투자자는 혼란을 겪었습니다.
클래리티 법안은 이러한 불명확성을 해소하기 위해 등장했습니다. 디지털자산의 법적 지위와 각 유형에 맞는 감독 기관과 규제 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한 것입니다.

디지털자산, 상품·증권·스테이블코인으로 분류

클래리티 법안은 디지털자산을 세 가지로 분류합니다. 첫째는 ‘디지털 상품(Digital Commodity)’입니다. 비트코인처럼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실질적인 사용 가치와 연결된 자산을 말합니다. 해당 유형은 CFTC가 감독합니다.
두 번째는 ‘투자계약자산(Investment Contract Asset)’ 혹은 ‘부수적 자산(Ancillary Asset)’입니다. 이 유형의 경우 초기 발행 단계에서는 투자 계약 성격이기 때문에 SEC의 규제를 받지만, 중앙화된 개발팀에서 벗어나 충분히 탈중앙화되면, ‘성숙한 블록체인’으로 인정받아 상품으로 재분류됩니다. 즉 CFTC의 관할이 되는 것이죠.
세 번째는 ‘허가된 지급형 스테이블코인(Permitted Payment Stablecoin)’입니다. 법정화폐와 1대 1의 가치를 지니는 디지털자산으로, 결제와 송금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지난해 7월 최종 통과된 지니어스법(GENIUS Act)을 통해 별도 규제가 마련됐으며, 클래리티 법안은 이와 연계해 SEC와 CFTC가 공동 감독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클래리티 법안 / 출처=미국 의회
클래리티 법안 / 출처=미국 의회

이용자 보호 및 AML 강화, 자금 조달·디파이 규제 포함

클래리티 법안은 디지털자산 분류 외에도 이용자 보호 및 AML 강화 의무, 자금 조달, 디파이 규제 등을 포함합니다. 법안에 따르면 디지털상품 거래소, 중개업자, 딜러 등은 CFTC에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합니다. 등록된 기관은 ▲고객 자산과 회사 자산의 분리 보관 ▲고객 자산은 인증받은 수탁 기관을 통해 보호 ▲정기적인 제3자 보안 감사 ▲준법감시책임자를 통한 법령 준수 인증 ▲기존 금융기관에 준하는 자금세탁방지(AML) 및 고객신원확인(KYC) ▲고객 실사 등의 의무를 이행해야 합니다.
법안은 디지털자산 기업의 자금 조달 방식도 명시했습니다. ‘레귤레이션 크립토(Regulation Crypto)’ 규정을 통해 디지털자산 기업이 SEC 등록 없이도 일반 투자자에게 디지털자산을 판매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단 연간 5000만 달러(약 757억 원)씩 4년간, 또는 현재 유통 중인 디지털자산의 10% 중 더 큰 금액 내에서 판매할 수 있으며, 총 금액은 2억 달러(약 3030억 원)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또한 운영 구조, 소스코드 공개 여부, 토큰 활용 방식 등을 공시해야 합니다.
탈중앙화금융(디파이, DeFi) 관련 규제도 규정했습니다. 법안에 따르면 블록체인 검증, 노드 운영 등 고객 자산을 직접 관리하지 않는 기술 기여 활동은 법안의 규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단 단일 주체가 마음대로 운영을 바꿀 수 없는 구조, 즉 충분히 분산된 구조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SEC의 규제를 받게 됩니다. 이때 디파이 프로토콜과 상호작용하는 중앙화된 중개기관(수탁, 중앙화 거래소 등)은 위험 관리, 사이버 보안 등의 의무가 적용됩니다.

5월 상원 은행위 통과, 7월 최종 통과 기대

클래리티 법안은 지난 2025년 5월 발의됐으며, 같은 해 7월 하원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상원에서는 일부 쟁점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핵심 쟁점은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 대한 이자 지급 허용 범위입니다. 은행권은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이 은행 예금 이탈을 야기할 수 있다며 전면 금지를 요구했고, 디지털자산 업계는 반발했습니다. 팽팽한 대립이 이어지자 백악관이 지난 3월 1일을 협상 타결 시한으로 제시했지만, 양측의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지난 5월 1일 톰 틸리스 공화당 의원과 안젤라 알소브룩스 민주당 의원이 타협안을 내놨습니다. 단순 보유에 대한 이자는 금지하되, 결제, 거래, 스테이킹 등 ‘실제 활동’을 통한 리워드는 허용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를 계기로 상원 은행위원회는 지난 5월 11일 최신 법안 텍스트를 공개했고, 결국 클래리티 법안은 5월 14일 법안의 내용을 수정 및 심사하는 ‘마크업’을 통과했습니다.
이제 법안은 상원 은행위원회 통과 버전과 상원 농업위원회 통과 버전을 하나로 통합하고, 이해충돌 방지 조항 등을 조율한 뒤 상원 본회의 표결, 하원 본의회 재동의를 거치게 됩니다. 이후 대통령 서명을 받으면 최종 확정되죠.
국내 웹3 전문 리서치 기업 타이거리서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법안이 늦어도 7월 안에 최종 확정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타이거리서치는 ▲8월 초 여름 휴회 이후에는 중간선거 캠페인과 예산 시즌이 겹쳐 현재 회기 내에 처리가 불투명해진다는 점 ▲트럼프 대통령이 7월 4일 서명을 목표로 공개했고, 핵심 쟁점이었던 스테이블코인 이자 지급 조항이 타협점을 찾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클래리티 법안은 국내 정책 환경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 출처=셔터스톡
클래리티 법안은 국내 정책 환경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 출처=셔터스톡

클래리티법, 국내에도 영향 미칠 것

클래리티 법안이 발효되면 관련 업계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선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됩니다. 지금까지는 디지털자산 기업들은 갑자기 규제 대상이 되거나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는데, 클래리티법이 통과되면 명확한 기준을 알 수 있어 불안감 없이 사업을 전개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규제가 명확해지면 기관 투자자 등 제도권 자본이 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들어올 것입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수요와 유동성이 늘어나면 시장은 더욱 안정화되겠죠.
국내 시장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까지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은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지난 2024년 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하면서 국내에서도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 논의가 본격화됐습니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지니어스법(GENIUS Act)이 통과됐을 때도 국내 스테이블코인 규제 논의가 활발해졌죠.
클래리티 법안 역시 단순한 미국 입법에 그치지 않고 국내 디지털자산 제도화 방향과 속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입니다. 특히 토큰증권(STO) 법안 세부 규정이나 이용자 자산 보호, 보안 감사, AML, KYC 규정 등이 영향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클래리티 법안은 미국이 디지털자산을 제도권 금융 자산으로 공식 인정하는 규제입니다. 법안이 통과되면 규제 명확성이 높아지고 기관투자자 참여가 확대되는 등 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도 더 안정된 환경에서 디지털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클래리티 법안이 단순히 미국 내 이슈가 아닌 국내 규제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입니다. 미국의 정책 변화지만 국내에서도 주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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