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걸리면 돌이킬 수 없다”…“믿는 건 미군” 식별장치 끄고 ‘암흑항해’ 호르무즈 탈출 사투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선박들이 자동식별장치(AIS)를 끈 채 항해하는 이른바 ‘암흑 항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최근 몇 주 동안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실은 초대형 유조선과 LNG 운반선들이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암흑 항해는 선박의 조명을 끄고 AIS를 차단한 채 이동하는 방식이다. AIS는 선박 위치와 항로 정보를 송신하는 장치로, 충돌 방지와 항해 안전을 위해 사용된다. 그러나 위치 정보가 외부에 노출되는 만큼 군사적 위협이 있는 지역에서는 공격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왔다.

AIS를 끄고 항해할 경우 다른 선박의 위치를 파악하기 어려워져 충돌 위험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항해사는 레이더와 육안 관측에 의존해야 하며, 고도의 항해 경험과 집중력이 요구된다.

WSJ는 미군이 이러한 선박들의 해협 통과를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군은 선박들과 교신하며 언제 AIS를 끄고 이동할지, 이란의 위협에 어떻게 대응할지 등을 조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는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의 핵심 의제 가운데 하나다. 미국은 국제법상 천연 해협인 호르무즈 해협은 모든 국가의 선박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안보와 주권을 이유로 해협 통제 권한을 주장하며 통행료 부과 의사까지 밝혀왔다.

최근 미국이 상선 안전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이란 군사시설을 타격한 뒤 이란이 쿠웨이트 주둔 미군 기지를 겨냥한 보복 공격에 나선 것도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된 배경으로 거론된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지난 27일 이란이 해협 통항 관리를 명분으로 설립한 ‘페르시아만해협청(PGSA)’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는 이란의 일방적인 통행료 부과 시도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일부 선박들이 암흑 항해를 통해 해협 통과에 성공하고는 있지만 물동량은 여전히 전쟁 이전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하루 100척 이상이 통과하던 시기와 비교하면 현재 운항 규모는 크게 감소한 상태다.

해운업계를 압박하는 또 다른 요인은 급등한 보험료다. 현재 전쟁 위험 지역 보험료는 선박 가치의 2.5~4% 수준으로, 평시 평균인 0.25%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선박들은 높은 보험료와 선원 임금, 전쟁 위험 수당 부담으로 인해 가능한 한 빨리 해협을 빠져나가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구체적인 내용이나 첨부파일은 아래 [전자신문] 사이트의 글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