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월드컵 앞두고 고립된 남아공… 이웃 아프리카 국가들 “한국 이겨라” 한목소리 1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A조 체코-남아프리카공화국 경기. 사진=AFP 연합뉴스](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6/19/rcv.YNA.20260619.PGT20260619356001009_P1.jpg)
이날 체코와 남아공의 경기가 열릴 당시 케냐 나이로비의 한 술집에서는 축구 팬들이 상대 팀인 체코를 열렬히 응원하는 풍경이 연출됐다. 현장에 있던 팬들은 남아공 선수들이 실책을 범할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다. 한 케냐 시민은 “축구에선 모든게 곧 정치”라며 남아공의 최근 행태에 반대한다는 뜻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으며, 또 다른 시민은 남아공이 자신들의 행동에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집단적 반발의 배경에는 최근 남아공 내부에서 급격히 확산한 반이민 정서와 이주노동자를 향한 폭력 사태가 자리 잡고 있다. 극심한 실업률에 시달리는 남아공에서는 타 아프리카 국가 출신 이민자들을 추방하라는 시위와 함께 온라인상에서 혐오 발언이 들끓고 있다. 일부 도시에서는 이주민들을 집단 폭행하거나 강제로 체류 증빙 서류를 요구하는 사적 제재가 횡행했으며, 모셀베이에서는 폭력 사태로 최소 2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여기에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이 강력한 이민 단속을 통해 2745명을 강제 추방하면서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공분을 샀다.
![[전자신문] 월드컵 앞두고 고립된 남아공… 이웃 아프리카 국가들 “한국 이겨라” 한목소리 2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A조 멕시코-남아프리카공화국 경기를 앞두고 응원하고 있는 멕시코 축구팬. 사진=로이터 연합뉴스](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6/20/rcv.YNA.20260620.PRU20260620040901009_P1.jpg)
실제로 지난 12일 조별리그 1차전에서 멕시코가 남아공을 꺾자 온라인 공간은 남아공을 조롱하는 밈(meme)으로 도배됐다. 남아공을 제외한 아프리카 대륙 전체를 멕시코 국기로 칠한 지도가 급속도로 유포됐으며, 가나의 유명 유튜버 워드 마야는 대륙 전체가 멕시코와 하나가 됐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심지어 이브라힘 사니 다라 아프리카축구연맹 대변인까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웃 아프리카인들을 학대하면서 세계 무대에서 축복을 바라느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과거의 아픈 역사를 공유한 이웃 나라들의 배신감은 더욱 크다. 나이로비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한 탄자니아 시민은 과거 아파르트헤이트(흑인 차별 정책) 시절 탄자니아가 남아공 흑인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지했던 역사를 언급하며, 아무리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해서 같은 아프리카인을 공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일부 시민은 소수의 잘못된 행동 때문에 나라 전체를 싸잡아 비난해서는 안 된다며 여전히 아프리카 팀을 응원한다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남아공 축구협회는 자국 선수들을 향한 무분별한 온라인 괴롭힘과 폭언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남아공 대표팀의 주장 론웰 윌리엄스 역시 기자회견을 통해 “선수로서 본연의 임무인 축구에만 집중하고 싶은데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고 있어 솔직히 상처를 받고 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한편,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25일 오전 10시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남아공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남아공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조 2위 자리를 꿰찬다. 다만 최악의 경우 남아공에 진다면 조 4위로 탈락할 수도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