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뭘 사든 돈 번다”…반도체가 끌어올린 증시, 대만 ‘빚투 열풍’ 한국보다 더하다

대만 TSMC. 사진=연합뉴스
대만 TSMC. 사진=연합뉴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TSMC를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AI) 열풍이 대만 증시를 끌어올리면서 투자 과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가 상승에 베팅한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급증한 데 이어 국채 투자 자금까지 증시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대만에서는 AI 관련 기술주를 중심으로 투자 열기가 전 세대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 10대들이 주식 계좌를 개설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 것도 흔한 일이 됐다.

실제로 약 6만달러(약 9200만원) 규모의 대만 기술주를 보유한 20대 무직 남성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빌린 돈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어떤 주식을 사도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대만 증시 상승세의 중심에는 TSMC가 있다. 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따른 기대감으로 TSMC 주가가 급등하면서 대만 증시는 지난 1년간 100% 넘게 상승했다. 이에 힘입어 대만 증시는 영국, 캐나다, 인도 등 주요 국가 증시를 제치고 세계 시가총액 5위 시장으로 올라섰다.

투자 열기가 고조되면서 신용거래 규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대만 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빌린 신용융자 규모는 최근 12개월 동안 160% 급증했다. 이는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직전 기록했던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한 수치다. 이러한 증가율은 같은 기간 한국 증시의 신용융자잔고 증가율(94%)을 크게 웃돈다.

증시 쏠림 현상은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3일 실시된 대만 중앙은행 국채 경매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발행 물량을 모두 소화할 만큼의 매수자가 확보되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채권 매수에 사용할 자금마저 주식시장으로 이동시키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국채보다 AI 관련 주식의 높은 수익률을 선호하는 투자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다만 투자 과열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주식 투자와 관련된 채무불이행(디폴트) 건수는 이달 들어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2019년 관련 통계 공개 이후 월간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AI 산업 성장 기대가 여전히 유효하지만,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와 투기적 매수세가 지속될 경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신용융자 규모와 디폴트 건수가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투자 과열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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