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ESG칼럼] 글로벌 경쟁력의 척도 ‘ESG’

오지헌 법무법인 원 ESG센터장·변호사
오지헌 법무법인 원 ESG센터장·변호사
최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제5회 타슈켄트 국제투자포럼에서 기업책임경영 세션 연사로 초청받아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중앙아시아에 관심 있는 글로벌 투자자들뿐 아니라 주변국 정치지도자들까지 한 자리에 모이는 자리였고,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직접 의장을 맡아서 포럼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번 포럼 내내 중앙아시아 정재계 리더들이 글로벌 투자자들을 향한 메시지를 요약한다면, “앞으로 우즈베키스탄을 포함한 중앙아시아는 더 이상 단순히 천연자원의 공급처에 머물지 않을 것이며, 향후 녹색 전환과 지속가능한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고, 합리적이고 투명한 분쟁해결 시스템을 구축하여 투자를 더 많이 유치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메시지는 이제 글로벌 무역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과거 해외투자의 목표는 자원 확보와 단기적인 비용 절감이었다. 그러나 이제 투자대상지 국가들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점를 반영한 투자환경을 조성해가고 있다. 따라서 투자를 하려는 기업들도 이러한 변화에 준비되어 있어야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질 것이다.

글로벌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우리 기업들에게 ESG는 선언적인 구호나 리스크 관리 비용이 아니다. 올해부터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 시행되었고, 자사 뿐 아니라 공급망 전체에 걸쳐 높은 수준의 ESG 실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글로벌 바이어들은 공급망 내 한국 기업들을 상대로 강도 높게 ESG 데이터를 요구해오고 있다. 이번 타슈켄트국제투자포럼에서도 드러난 바와 같이 해외시장 개척과 대규모 수주전에서 발주처들이 던지는 질문은 “얼마나 싸게 만들 수 있는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귀사의 사업모델과 공급망은 얼마나 지속가능한가”이다. 이러한 국제무역의 변화 속에서 ESG는 장식품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무기’다.

이러한 전환기 속에서 기업들이 주목해야할 개념 중 하나는 ‘탄소자본화’이다. 탄소자본화란 기업이 사업활동을 하면서 배출하는 탄소를 규제, 비용 등 소극적 관점에서만 보지 않고, 탄소를 포집·저장하고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통하여 자산의 가치를 높이고 강력한 사업모델을 만드는 적극적 전략을 의미한다.

국내 기업 중에도 이러한 탄소자본화 기회를 포착하고 실행에 옮기려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가령,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최근 서울 면적 2배에 이르는 인도네시아 농장을 대상으로 토양 내 탄소저장량과 온실가스 배출을 정량화하여 탄소지도를 구축하고, 바이오차를 활용한 탄소감축효과를 검증할 계획임을 밝혔다. 바이오차(Biochar)는 나무, 가축분뇨 등 유기물인 바이오매스를 산소가 제한된 환경에서 열분해해 생산하는 고체 탄소 물질인데, 토양 내 탄소를 장기간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어 친환경 토양개량제로서 글로벌 탄소제거(CDR)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은 이제 탄소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즉 탄소 규제를 기회로 바꾸는 창의적인 ESG 전략을 개발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사업모델에 내재화하여야 글로벌 시장에서 파트너로 인정 받을 수 있다.

과거 분쟁지역에서 핵심광물을 비인도적 방식으로 채굴하였던 몇몇 기업들이 ESG 리스크에 안일하게 대응하였다가 글로벌 발주처들과의 거래가 끊겨 연쇄파산하였던 사례를 기억해야 한다. 이제는 생존의 문제이다. 물론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기업 구성원과 파트너사들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이고 부담이다. 그러나 피할 수 없다면 신속하게 적응하여야 한다.

오지헌 법무법인 원 ESG센터장·변호사 jhoh@onelaw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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