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동아] [AI써봄] 믿고 써도 될까…챗GPT로 쇼핑 해보니

[IT동아 박귀임 기자] 수십 개의 쇼핑몰 탭을 오가며 스펙표를 직접 대조하고, 후기 수백 개를 일일이 훑어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온라인 쇼핑은 선택지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결정이 어려워지는 역설을 안고 있다.
챗GPT에 제품 추천 검색 시 쇼핑과 관련된 화면이 나온다 / 출처=IT동아
챗GPT에 제품 추천 검색 시 쇼핑과 관련된 화면이 나온다 / 출처=IT동아

글로벌 AI 기업 오픈AI의 AI 서비스 챗GPT(ChatGPT)에 ‘헤어드라이어 추천해줘’라고 하면 답변 아래로 상품 카드(이미지)가 뜬다. 제품 이미지와 특징, 그리고 가격까지 나온다. 검색창을 열고 여러 쇼핑몰을 오가던 과정이 대화 한 줄로 압축되는 셈이다. 분명 편리하지만 정작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AI가 골라주고 가격까지 알려준 정보를 그대로 믿고 구매해도 될까.
오픈AI가 챗GPT에 붙인 쇼핑 기능은 두 갈래다. 우선 몇 분간 인터넷을 조사해 맞춤형 구매 가이드를 만들어주는 ‘쇼핑 리서치’가 있고, 다른 하나는 일상 대화 중 쇼핑 의도만 감지되면 답변 아래로 상품 카드가 자동으로 뜨는 ‘쇼핑 서치’다. 이번 기사는 대다수 사용자가 실제로 마주하는 후자를 바탕으로 한다. AI 추천과 가격 정보가 사실과 얼마나 맞고, 일관되는지를 살펴봤다.

용도·예산별 정리에 개인화까지

헤어드라이어 추천을 요청하자 상품 카드와 제품 장점, 가격 등을 정리해준다 / 출처=IT동아
헤어드라이어 추천을 요청하자 상품 카드와 제품 장점, 가격 등을 정리해준다 / 출처=IT동아
우선 챗GPT에 헤어드라이어 추천이라고 묻자 제품명과 장점 등을 정리해 보여줬다. 프리미엄(50만 원 이상)에는 다이슨 슈퍼소닉 r, 10만 원 이하에는 아이닉 iHD01, 강한 바람이 중요하면 JMW 에어비, 손상모·염색모에는 파나소닉 나노케어 EH-NA0J를 배치하는 식이다. 상품 카드를 누르면 제품 설명과 리뷰 요약, 판매처별 가격까지 펼쳐졌다.
개인화가 작동한 챗GPT 화면 / 출처=IT동아
개인화가 작동한 챗GPT 화면 / 출처=IT동아
개인화도 분명히 작동했다. 며칠 후 다른 세션에서 같은 질문을 던지자 챗GPT는 ‘이전에 말씀해 주신 것처럼 모발이 가늘고 예민한 편이라면’이라며 앞선 대화 맥락을 끌어와 답을 해줬다. 여러 쇼핑몰과 리뷰를 직접 살펴볼 필요 없이 용도와 예산별로 후보가 나뉘어 나오기 때문에 탐색의 출발점으로는 손색이 없었다.
다만 짚어둘 부분도 있다. 오픈AI는 헬프센터를 통해 상품 카드에 붙는 리뷰 요약이 공개 웹사이트의 리뷰를 기반으로 모델이 생성한 것이며 자사가 검증하지 않는다고 명시한다. 상품 제목과 설명 역시 판매자마다 표기가 제각각이라 챗GPT가 읽기 쉽게 단순화해 다시 쓴 것이다. 화면이 정돈돼 보인다고 해서 그 안의 정보가 검증됐다는 뜻은 아니라는 의미다.

같은 질문에 다른 대답···상품 카드 등장 여부 제각각

똑같이 ‘헤어드라이어 추천해줘’라고 물었을 때 결과는 세션마다 달랐다. 한 세션에서는 JMW·아이닉 같은 국산 제품이 상위를 차지하고 다이슨은 ‘완성도는 최고지만 가격 부담이 크다’며 50만 원 이상 구간으로 밀렸다. 반면 다른 세션에서는 60만 원대 다이슨 슈퍼소닉 r이 최상단에 나왔다. 같은 문장인데 한 번은 6만~10만 원대 국산 제품이, 한 번은 60만 원대 다이슨이 1순위였다.
 헤어드라이어 추천을 요청하면 결과는 세션마다 달랐다 / 출처=IT동아
헤어드라이어 추천을 요청하면 결과는 세션마다 달랐다 / 출처=IT동아
물론 앞선 대화 맥락과 메모리가 반영된 결과인 만큼 개인화의 작동이라고 할 수 있지만, 뒤집어 보면 언제·어떤 맥락에서 묻느냐에 따라 1순위 제품과 가격대가 통째로 바뀐다는 뜻이다. 화면의 ‘TOP 5’나 ‘가장 추천’은 시장의 정답이 아니라 그 순간 그 대화에 맞춰진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상품 카드의 등장 여부도 예측하기 어려웠다. ‘헤어드라이어 추천해줘’에는 헤어드라이어 상품 카드가 바로 떴다. 하지만 ‘작은 아파트에서 쓸 조용한 무선 청소기 찾아줘’에는 상품 카드 없이 텍스트 추천만 나왔다.
추천 요청에 상품 카드가 무조건 뜨는 건 아니었다 / 출처=IT동아
추천 요청에 상품 카드가 무조건 뜨는 건 아니었다 / 출처=IT동아
더 흥미로운 건 같은 품목에서도 갈렸다는 점이다. ‘헤어드라이어 추천해줘’엔 상품 카드가 떴는데 ‘결혼기념일 선물로 헤어드라이어 추천해줘’엔 뜨지 않았다. ’60대 부모님 선물’이나 ‘9살 조카 그림 선물’ 등과 같은 조언형 질문에도 상세한 텍스트만 나올 뿐 상품 카드는 없었다. 반대로 ‘1인 가구용 에어프라이어인데 청소 쉽고 디자인 예쁜 제품’처럼 구체적 스펙을 조건으로 걸면 상품 카드가 떴다. 결국 질문을 ‘구매 탐색’으로 읽으면 상품 카드를, ‘상담’으로 읽으면 텍스트를 내놓는 것으로 보였다. 사용자 입장에서 중요한 건 원인보다 결과다. 어떻게 물어야 상품 카드라는 편의 기능을 쓸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베스트 프라이스 라벨, 어긋날 때도 있다

가장 눈여겨본 건 가격 표시의 신뢰도다. 최저가를 뜻하는 ‘베스트 프라이스(Best price)’ 라벨도 챗GPT는 세션마다 달랐다.
베스트 프라이스 라벨은 어긋날 수 있으니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 출처=IT동아
베스트 프라이스 라벨은 어긋날 수 있으니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 출처=IT동아
다이슨 슈퍼소닉 r의 상품 카드를 열자 판매처 목록에 다이슨 코리아 62만 9000원, LF몰 59만 9000원, 올리브영 62만 9000원이 나열됐다. 그중 가장 싼 LF몰 59만 9000원에 베스트 프라이스 라벨이 붙었다. 목록 안에서는 최저가 표시가 맞아 보였다. 그런데 해당 LF몰 실제 페이지로 들어가 보니 7% 할인이 적용된 58만 1030원이었다. 챗GPT가 최저가라며 제시한 59만 9000원이, 정작 같은 판매처의 실제 판매가보다 비쌌던 것이다. 올리브영과 다이슨 공식몰 가격은 화면 표기와 일치했지만, 하필 최저가라고 강조한 값이 실제와 달랐다.
이 편차는 우연이 아니다. 오픈AI는 헬프센터를 통해 초기 응답의 가격이 대개 첫 번째로 나열된 판매자 기준이라 최저가가 아닐 수 있고, 판매자가 가격·재고를 바꿔도 반영에 지연이 있다고 이미 밝혀 뒀다. 화면 속 베스트 프라이스는 ‘검증된 시장 최저가’가 아니라 ‘챗GPT가 그 순간 가장 먼저 나열된 판매자의 값’에 가깝다. 또 실제 판매가와도 어긋날 수 있는데, 사용자가 화면만 보고는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앞서 짚었듯 별점과 리뷰 요약이 검증되지 않은 AI 생성물이라는 점까지 종합하면 카드 한 장에 담긴 정보 중 그대로 믿어도 되는 것과 아닌 것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상품 카드에서 연관 질문 버튼을 눌러 최저가 구매 방법도 찾아볼 수 있다 / 출처=IT동아
상품 카드에서 연관 질문 버튼을 눌러 최저가 구매 방법도 찾아볼 수 있다 / 출처=IT동아
역설적이게도 한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기능의 진짜 쓸모도 드러났다. 다이슨 상품 카드 아래 ‘연관 질문(후속 질문)’ 버튼을 눌러 ‘최저가 구매 방법’을 쓰자 챗GPT는 구매 전략을 풀어냈다. 쿠팡·11번가·G마켓 등 오픈마켓 특가에 카드 할인·쿠폰을 더하면 54만~56만 원대, 대형 쇼핑 행사나 면세점을 활용하면 50만 원 초반까지 내려간다면서 ’50만 원 초반이면 즉시 구매, 54만~56만 원대는 일반적 할인가, 60만 원 이상이면 대기’라는 목표가 가이드까지 내놨다. 정작 쓸 만한 가격 정보가 상품 카드의 베스트 프라이스 라벨이 아니라 이 대화형 설명에서 나왔다는 점이 흥미롭다. 챗GPT 쇼핑의 가치는 딱 떨어지는 가격표보다 맥락을 풀어 설명하는 ‘조언’에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탐색은 맡기되 결제는 직접 확인해야

며칠간 여러 품목으로 세션을 돌려 본 결론은 이렇다. 챗GPT로 쇼핑 시 무엇이 있는지 훑고, 후보를 좁히고, 리뷰의 큰 흐름과 구매 시기를 가늠하는 탐색 단계라면 충분히 믿고 맡길 만하다.
검색 탭 여러 개를 열어 헤매던 시간을 대화 몇 줄로 줄여주고, 맥락을 기억해 개인화하며, “언제 얼마에 사라”까지 조언하는 경험은 키워드 검색 위주였던 기존 쇼핑 방식과는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최근 일부 국내 쇼핑몰도 대화형 AI 쇼핑 에이전트를 잇따라 도입하며 비슷한 경험을 제공하기 시작했지만, 챗GPT는 특정 쇼핑몰에 묶이지 않고 일상 대화 도중 곧바로 이 기능을 부른다는 점 역시 다르다.
챗GPT 쇼핑 관련 기능은 앱과 웹 버전 모두 가능했다 / 출처=IT동아
챗GPT 쇼핑 관련 기능은 앱과 웹 버전 모두 가능했다 / 출처=IT동아
또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았을 때 판매처 목록에서 ‘방문하기’를 눌러 해당 쇼핑몰로 곧바로 연결해주는 점도 편리하다. 탐색부터 구매 직전까지의 동선이 대화창 안에서 매끄럽게 이어진다.
반면 화면에 뜬 순위·별점·가격 라벨을 최종 판단 근거로 삼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같은 질문에도 1순위가 다르고, 상품 카드는 질문 방식에 따라 등장 여부가 갈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베스트 프라이스 라벨은 실제 판매가와 어긋날 수도 있다.
결국 최종 가격과 재고, 그리고 정품 여부는 반드시 판매처에서 직접 확인해야 한다. 오픈AI조차 구매 전 판매처에서 최종 가격을 확인하라고 권고한다. 정리하면 챗GPT 쇼핑은 똑똑한 쇼핑 도우미이지 정확한 가격 비교 사이트가 아니다. 탐색의 출발점으로는 믿고 쓰되, 결제 버튼 앞에서는 반드시 사람이 한 번 더 확인해야 한다. 이 부분만 염두에 두면 쇼핑의 첫 단추를 확실히 편하게 만들어 준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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