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살 빼려다 목숨 잃을라”… 미승인 비만 치료제, 사망·간부전 부작용 잇따라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 사진=연합뉴스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 사진=연합뉴스
허가를 받지 않은 비만 치료 후보물질을 사용한 뒤 사망 사례와 중증 이상반응이 잇따라 보고되면서 영국과 호주 보건당국이 안전성 점검에 나섰다.

30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30대 남성이 승인되지 않은 비만 치료 후보물질인 레타트루티드(Retatrutide)를 사용한 뒤 합병증이 발생했고, 이후 사망한 사례가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에 접수됐다.

레타트루티드는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개발 중인 차세대 비만·당뇨 치료 후보물질이다. 식욕을 조절하는 GLP-1과 GIP 수용체,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 글루카곤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아직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포함한 어느 국가에서도 판매 허가를 받지 않았으며 현재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최근 공개된 3상 시험에서는 최고 용량인 12mg을 80주 동안 투여한 참가자들의 평균 체중이 28.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일부 연구에서는 참가자의 10~18%가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한 사례도 보고됐다.

MHRA는 2025년 이후 레타트루티드와 관련된 이상 사례 77건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14건이 보고됐으며 이 가운데 30대 남성의 사망 사례가 포함됐다. 올해에는 중대한 이상반응 48건과 비교적 경미한 사례 15건 등 모두 63건이 추가됐다.

가장 많이 보고된 증상은 복통과 메스꺼움, 구토, 설사, 변비 등 소화기계 이상으로 전체 사례 가운데 46건을 차지했다. 이 밖에도 간과 담낭, 췌장, 담관 등에 영향을 미치는 간담도계 이상반응이 8건 접수됐다.

다만 MHRA는 자발적인 이상반응 신고만으로 해당 약물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나 부작용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사망자의 정확한 진단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인과관계를 확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온라인 등을 통해 ‘레타트루티드’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제품 상당수가 정품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 보고된 이상반응 역시 후보물질 자체보다 위조 의약품이나 다른 유해 성분 때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영국 글래스고대학교 심장대사의학과 나비드 사타르 교수는 “승인을 받지 않았거나 신뢰할 수 없는 제조사가 만든 제품은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무엇이 들어 있는지 확인되지 않은 물질을 몸에 주입하는 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호주에서도 최근 허가되지 않은 레타트루티드를 사용한 6명이 심각한 간 손상으로 입원한 사례가 보고됐다. 이 가운데 32세 여성 메건 핸콕스는 온라인으로 구매한 제품을 사용한 지 일주일 만에 급성 간부전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는 황달과 메스꺼움, 구토, 극심한 피로감, 복부 팽창, 심한 변비 등을 겪었으며 의료진은 한때 간이식 가능성까지 검토했지만 집중 치료를 받은 뒤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레타트루티드는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온라인 구매나 해외 직구 등 비공식 경로를 통해 유통되는 제품은 품질과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으며, 관련 법규를 위반할 가능성도 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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