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동아] “에이전틱 AI를 ROI로 전환한다”…치한 위 애피어 CEO가 전하는 AI 미션

[IT동아 김동진 기자]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실험실이나 연구기관에 머물지 않는다. 기업은 AI로 광고 소재를 만들고 고객을 분류하며, 구매 가능성이 높은 소비자 행태를 예측한다. 소비자 역시 AI 추천을 받아 상품을 검색·비교하며, 구매 결정을 내린다. 마케팅 대상이 사람에 머물던 시대에서 사람과 AI 에이전트를 동시에 설득해야 하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서 AI 네이티브 AaaS(Agentic AI as a Service) 기업 ‘애피어(Appier)’는 ‘에이전틱 AI를 ROI(Return on Investment)로 전환한다’는 미션을 내세운다. AI를 단순한 자동화 도구가 아니라, 실제 매출과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성장 엔진으로 만들겠다는 의미다.
서울 강남구 애피어 코리아 오피스에서 IT동아를 만난 치한 위(Chih-Han Yu) 애피어 CEO 겸 공동창립자는 “AI 도입은 단순한 비용 지출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투자”라며 “중요한 것은 AI가 실제 비즈니스 성과로 연결되는지 여부를 지속해서 측정하고, 개선점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치한 위 애피어 CEO / 출처=IT동아
치한 위 애피어 CEO / 출처=IT동아

AI 네이티브 기업 애피어…8종의 멀티 에이전트가 상호 협업하는 마케팅 전략 구축
애피어는 2012년 설립된 AI 네이티브 기업이다. 애피어는 스스로를 ‘AaaS(Agentic AI as a Service)’ 기업으로 정의한다. 에이전틱 AI를 통해 실질적인 ROI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업명인 ‘애피어(Appier)’ 역시 ‘AI’와 ‘Happier’의 합성어로, AI를 통해 사람들의 삶과 업무를 더욱 행복하고 효율적으로 만들겠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공동창립자인 치한 위 CEO는 하버드대학교에서 인공지능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스탠퍼드대학교 AI 연구실에서 석사 과정을 거친 AI 연구자다. 창업자 이력에 따라 애피어는 AI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전부터 AI를 핵심 기술로 삼아 성장해왔다.
치한 위 CEO는 “약 20년 전만 해도 AI 연구는 로보틱스나 국방 분야에 집중돼 있었고, 시장에서는 AI라는 개념 자체를 낯설게 받아들였다”며 “애피어 역시 처음부터 광고·마케팅 기업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창업 초기 애피어는 AI를 게임 캐릭터와 플레이어 간 상호작용에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했다.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오프라인 상태가 되더라도 AI가 그 역할을 이어받아 함께 플레이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창업 후 2~3년간 뚜렷한 매출을 내지 못하던 시기에 전환점이 찾아왔다. 한 게임사가 게임 개발 자체보다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유저 생애 가치(LTV)와 매출을 높일 방법을 찾아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치한 위 CEO는 “당시 많은 기업이 고객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실제 성과로 연결하지 못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따라서 AI를 마케팅에 적용하면, 고객사가 보유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 나은 추천과 타깃팅, 성과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애피어가 광고·마케팅 영역에 집중하게 된 배경”이라고 말했다.
애피어는 하나의 AI 에이전트로 여러 작업을 수행하는 여느 기업과는 다른 ‘멀티 에이전트(Multi-Agent) 전략’을 취했다. 핵심은 여러 AI 에이전트가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이 마케팅 전 과정을 분업하고 협업하는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마케팅은 아이디어 발굴부터 전략 수립, 광고 소재 제작, 캠페인 운영, 고객 응대, 성과 분석과 최적화까지 수많은 업무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애피어는 이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를 상호 협력하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도록 설계했다.
현재 애피어는 ▲디렉터(Director) ▲ROI ▲코딩(Coding) ▲캠페인(Campaign) ▲세일즈(Sales) ▲서비스(Service) ▲오디언스(Audience) ▲인사이트(Insight) 등 8종의 AI 에이전트를 제공한다. 각 AI 에이전트들은 유기적으로 맞물려 작동한다.
마케팅 퍼널 전반을 지원하는 애피어의 AI 에이전트 8종 / 출처=애피어
마케팅 퍼널 전반을 지원하는 애피어의 AI 에이전트 8종 / 출처=애피어
예컨대 디렉터 에이전트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처럼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며 광고 크리에이티브와 브랜드 영상,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제작한다. ROI 에이전트는 광고를 론칭하기 전과 후를 분석해 성과를 측정하고, 캠페인 에이전트는 마케팅 매니저처럼 캠페인을 기획·운영한다. 오디언스 에이전트는 고객 분석과 타깃 전략을 담당하며, 인사이트 에이전트는 데이터를 실시간 인사이트로 전환해 개선 방향을 제시한다. 이는 하나의 AI가 모든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전문 AI 에이전트가 마케팅 조직처럼 역할을 분담하고 협업하는 구조에 가깝다.
실제 성과를 기준으로 한 보장형 과금 구조 제시
애피어의 핵심 가치는 AI를 ‘성과’로 증명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애피어 광고 클라우드 솔루션은 광고비 대비 수익률(ROAS)을 최적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클릭, 노출, 유저 확보 수 등 실제 성과에 따른 과금 구조도 특징이다. 이는 AI 도입을 망설이는 기업의 부담을 낮추는 장치다.
치한 위 CEO는 “많은 기업이 AI 투자 자체보다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가장 궁금해한다”며 “이에 애피어의 광고 클라우드 솔루션은 성과를 기준으로 비용을 청구하는 구조를 통해 고객사와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피어 광고 클라우드 AI 에이전트 / 출처=애피어
애피어 광고 클라우드 AI 에이전트 / 출처=애피어
실제 사례도 있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오미오(Omio)는 국가별 판매 확대와 고객 서비스 효율화를 위해 애피어의 에이전틱 AI를 도입했다. 그 결과 1년 만에 유럽 21개 시장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장했고, 수작업으로 진행하던 타깃 테스트를 실시간 크리에이티브 및 인벤토리 최적화로 대체했다. 이를 통해 액션당 비용(CPA)과 ROAS 목표를 달성하며, 수익성 있는 신규 고객을 다수 확보할 수 있었다.
국내 사례도 있다. G마켓은 애피어 AI 리타깃팅 솔루션을 도입, 구매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선별하고 환불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타깃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광고 효율을 높였다. 생성형 AI 기반 광고 소재를 적용한 카카오 비즈보드 캠페인에서는 기존 대비 클릭률(CTR)을 25% 이상 높였으며, 목표 ROAS도 안정적으로 달성했다.
애피어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광고 소재 변형 사례 / 출처=애피어
애피어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광고 소재 변형 사례 / 출처=애피어
게임 분야에서도 성과가 이어졌다. 넥슨은 애피어 AI 솔루션 ‘아이비드(AIBID)’를 활용해 구매 가능성이 높은 이용자를 예측하고, 이탈 이용자의 재참여를 유도하는 전략을 취했다. 그 결과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출시 초기 레벨 완료율이 6.9% 향상됐고, 인앱 결제 건수는 1.4배 증가했다.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역시 이용자 재활성화 캠페인을 통해 전환율(CVR) 55%, 인앱 결제 16% 증가를 기록했다.
치한 위 CEO는 “게임사에게 중요한 것은 LTV가 높은 유저를 확보하고, 이들이 지속적으로 게임에 참여하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AI가 유저 행동과 구매 패턴을 학습하면 유사한 특성을 가진 신규 유저를 찾고, 관심도가 낮아지는 시점에는 다시 게임으로 복귀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사람과 AI를 함께 설득해야 하는 시대”…핵심은 ‘양질의 데이터’
애피어가 강조하는 또 다른 경쟁력은 데이터다.
치한 위 CEO는 “AI에게 데이터는 연료와 같다”며 “아무리 좋은 모델이 있어도 충분한 데이터가 없다면, 기업이 원하는 성과를 만들어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많은 기업이 AI 도입에서 빠른 결과를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핵심 지표를 정하고 데이터를 축적하며, 지속해서 실험과 학습을 반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치한 위 애피어 CEO / 출처=IT동아
치한 위 애피어 CEO / 출처=IT동아
그는 AI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하나의 핵심 지표에 집중하는 것이다. 매출, 이익, ROAS 등 조직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을 정하고 팀 전체가 그 목표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둘째는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반복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AI는 한 번에 마법 같은 결과를 내는 도구가 아니라, 오늘의 학습을 바탕으로 내일 더 나은 결과를 만드는 과정에 가깝기 때문이다. 셋째는 충분한 데이터 자산이다.
치한 위 CEO는 “에이전틱 AI 시대에는 마케팅 대상도 바뀐다. 과거 브랜드는 사람을 설득하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사람뿐만 아니라 AI 에이전트도 설득해야 한다. 소비자가 AI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을 찾아 달라’고 요청하면, AI는 가격, 조건, 리뷰, 개인 선호도 등을 종합해 후보를 제시한다”며 “이때 브랜드는 사람에게 매력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동시에, AI가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정보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 브랜드는 사람을 위한 마케팅과 AI 에이전트를 위한 마케팅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생수와 휴대폰 케이스를 예로 들겠다. 생수처럼 반복적인 구매가 일어나는 필수재는 AI가 상당 부분 사람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 반면 휴대폰 케이스, 옷, 여행지처럼 개인 취향과 만족이 중요한 영역은 사람이 최종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이 경우에도 추천과 비교, 소재 최적화 과정에서 AI가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에이전틱 AI 시대의 전략과 방향성은 사람이 제시하되 광고 카피, 제품 추천과 같은 실행 영역에서는 AI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에이전트는 감정보다 명확한 조건과 목적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에이전트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서는 에이전트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의 정보 제공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애피어 내부도 예외 없다”…AI 에이전트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조직 문화의 일부
애피어 내부에서도 AI 에이전트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조직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예컨대 문서 번역 업무에서도 회사의 고유 용어와 톤앤매너를 학습한 AI 에이전트를 활용한다. 단순 번역이 아니라 애피어가 사용하는 표현과 메시지를 반영한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다.
흥미로운 점은 애피어가 직원 개인의 성과뿐만 아니라 해당 직원이 활용하는 AI 에이전트의 성과까지 함께 평가하는 방식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세일즈 담당자는 판매를 돕는 에이전트를, 고객 관리자는 고객 지원을 돕는 에이전트를, 프로덕트 매니저는 아이디어 발굴을 돕는 에이전트를 활용하며, 각 에이전트는 직원과 함께 평가 대상이 된다.
치한 위 CEO는 “애피어 직원 수는 천 명이 채 되지 않지만, 천 개의 AI 에이전트와 함께 일하는 회사라고 볼 수 있다”며 “고객사가 에이전틱 AI를 자신의 동료처럼 여기려면, 애피어 역시 AI 에이전트 활용을 하나의 기업 문화로 정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성과를 측정할 때, 직원뿐만 아니라 그 직원이 사용하는 에이전틱 AI도 평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AI가 사람을 완전히 대체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대면 커뮤니케이션, 감정적 교감은 AI가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다. AI의 역할은 사람의 일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더 중요한 판단과 방향 설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앞으로의 업무 환경은 사람과 사람의 협업, 사람과 에이전트의 협업, 에이전트와 에이전트의 협업이 함께 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AI 에이전트는 특정 영역에 특화된 동료처럼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치한 위 애피어 CEO / 출처=IT동아
치한 위 애피어 CEO / 출처=IT동아
애피어 “기술 수용도 높은 한국 시장에서 파트너십 구축할 것”
치한 위 CEO는 한국 시장에 대한 높은 기대도 드러냈다.
그는 “한국은 모바일 커머스와 모바일 앱 활용도가 높은 시장이다. 기술 수용도가 높고, 모바일 중심의 디지털 환경이 잘 형성돼 있어 AI를 도입하고 활용하기에 좋은 기반을 갖췄다”며 “실제로 애피어는 한국과 일본의 주요 이커머스 브랜드, 게임 기업들과 협력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입지를 넓혀왔다. 앞으로도 한국 시장에서 훌륭한 파트너십 구축을 지속해서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애피어의 향후 목표에 대해 들었다.
치한 위 CEO는 “AI 경쟁의 축은 이제 모델 성능을 넘어 실제 업무 효율 개선 및 성과로 이동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AI를 도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매출과 비용 효율, 고객 경험 개선으로 이어지는지 여부”라며 “애피어가 ‘에이전틱 AI를 ROI로 전환한다’는 미션을 반복해서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AI는 단기간에 모든 것을 바꾸는 마법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개선해가는 과정을 돕는 동반자”라며 “애피어는 기업이 AI를 실험 단계에 머물게 하지 않고 실제 성과로 연결할 수 있도록 돕는 파트너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구체적인 내용이나 첨부파일은 아래 [IT 동아] 사이트의 글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