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동아] 김형진 디비비츠 CTO “뇌파 분석에서 사용자 생활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확장”
2026년 07월 16일
[IT동아 강형석 기자] 현대인에게 잠은 삶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스트레스 해소와 피로 회복은 물론, 신체 건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글로벌 빅테크 최고경영자들 역시 숙면에 공을 들인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는 숙면이야말로 자신의 생산성을 좌우하는 핵심이라고 언급했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수면 시간을 줄여도 생산성에는 지장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하루 6시간 수면 패턴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면 장애는 여전히 현대인이 마주한 대표적 문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024년 발표한 조사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성인 중 약 30%~35%가 불면증 증상을 호소하며, 이 중 만성 불면증 비율은 10%~15%로 나타났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면 기술(Sleep Tech) 시장은 빠르게 몸집을 키우는 중이다. 시장조사기업 그랜드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2023년 약 200억 달러(약 29조 5950억 원)였던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470억 달러(약 69조 5480억 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웨어러블 기기부터 스마트 침대, 수면 유도 앱까지 관련 솔루션도 폭넓게 등장하는 추세다.
그런데 슬립테크의 진짜 혁신은 뇌파나 심박수 같은 단편적 데이터 측정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측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태를 분석하고, 꾸준한 관리로 이어지도록 이끄는 실질적인 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구현하려면 시각과 청각, 생활 환경을 유기적으로 제어하는 종합 솔루션이 필요하다. 잠드는 순간부터 눈을 뜨는 아침까지 사용자가 기술의 존재조차 느끼지 못한 채 가장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돕는 것. 이것이 차세대 수면 기술이 지향해야 할 방향인 셈이다.
![[IT 동아] 김형진 디비비츠 CTO “뇌파 분석에서 사용자 생활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확장” 1 김형진 디비비츠 최고기술책임자 / 출처=IT동아](https://it.donga.com/media/__sized__/images/2026/7/15/eebca56a9b0e4f50-thumbnail-1920x1080-70.jpg)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기업이 바로 디비비츠(db beats)다. LG전자 사내벤처로 출발한 이 스타트업은 심박변이도(HRV)를 활용한 ‘다이나믹 바이노럴 비트(Dynamic Binaural Beats)’ 기술을 앞세워 슬립테크 시장에서 차별화된 입지를 다져가는 중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디비비츠가 웨어러블 기기에만 머물지 않고, 조명과 센서, 스마트홈으로까지 기술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라는 점이다.
디비비츠는 첨단 기술 자체보다 인간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지속 가능한 가치를 제공하는 데 집중한다. 그 중심에 선 인물이 디비비츠의 기술 개발을 이끌어온 김형진 최고기술책임자(CTO)다. 그는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사용자가 불편하거나 만족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기술 개발의 최우선 가치는 사용자 경험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뇌파에 대한 열정을 품고 나아간 혁신의 여정
디비비츠는 수면 기술 관련 사업 구상에서 출발했다. 여러 후보 가운데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던 뇌파 영역에 눈을 돌린 것이 시작이었다. 사업을 구상할 당시 뇌파 관련 논문은 수없이 발표됐지만, 일반 소비자가 곧바로 쓸 수 있는 상용화 제품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던 탓이다. 차별화된 기술 개발이 가능하리라는 기대감도 컸다. 김형진 CTO는 “경쟁사와 차별화하려면 의도적으로 어려운 기술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인이어 뇌파 기술에 주목했어요. 귓속에서 뇌파를 측정한다는 개념 자체는 존재했지만, 개인의 귀 모양에 맞춰 형상을 만들어야 하는 등 상용화 장벽이 높았습니다. 우리는 이 부분을 혁신할 수 있겠다 생각했죠”라고 말했다.
![[IT 동아] 김형진 디비비츠 CTO “뇌파 분석에서 사용자 생활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확장” 2 디비비츠가 LG전자 사내독립기업 시기에 개발한 브리즈 / 출처=LG전자](https://it.donga.com/media/__sized__/images/2026/7/15/856c799428f84fdb-thumbnail-1920x1080-70.jpg)
이 아이디어로 약 200개 팀이 겨룬 LG전자 사내벤처 경쟁에서 상위권에 입상한 디비비츠 팀은 LG전자 CTO 조직에 배정돼 본격적인 기술 개발과 함께 검증 작업에도 나섰다. 분당서울대병원, 고려대학교 등과 산학 협력을 진행하며 기술의 신뢰도를 확보하는 과정을 거쳤다. 병원 내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자체 뇌파 측정 기술의 정확도를 검증받고, SCI급 논문 등 객관적인 근거를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
검증을 마친 뒤 디비비츠는 LG전자 내 기업(CIC, Company-in-Company) 조직으로 출범했고, LG랩스(LG Labs) 브랜드를 통해 스마트 수면케어 솔루션 브리즈(brid.zzz)를 선보였다. CES 2023에서 공개된 브리즈는 80종의 내장 사운드와 정적·동적 바이노럴 비트 재생 기능을 갖춰 이목을 끌었다.
야심차게 선보인 브리즈는 기술에만 치우쳤다는 평가도 받았다. 메탈 소재는 수면 중 통증을 유발했고,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거리가 먼 특수 목적 제품을 일반 대중용 이어폰으로 접근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낮에는 에어팟으로 음악을 듣고 밤에는 브리즈로 잠을 청해야 하는 번거로움 탓이었다. 그럼에도 이 경험은 디비비츠가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김형진 CTO는 브리즈를 개발·출시하며 뇌파라는 기술 자체에만 몰두한 나머지 고객 경험을 놓쳤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과거 경험을 반영해 완성도 높인 ‘포미버즈’
LG전자 사내벤처에서 독립한 디비비츠는 창업 멤버들과 뇌파 연구 분야 인재를 영입하며 기술 개발에 나섰다. 무엇보다 기술을 강조하는 것보다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데 역량을 모았다. 이에 뇌파를 직접 측정하는 고집을 내려놓는 대신, 생체 신호의 상관관계를 이용해 착용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길을 찾았다.
김형진 CTO는 뇌파와 심박변이도(HRV) 사이의 상관관계에 주목했다. HRV가 낮으면 긴장 상태, 높으면 이완 상태를 의미하는 만큼, 광혈류측정(PPG) 센서로도 뇌파 상태를 충분히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뇌파의 흥분 상태와 HRV 지표가 동조한다는 점에 착안, 디비비츠는 이어버드 내부 공간을 덜 차지하면서도 신뢰도가 높은 PPG 센서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탄생한 제품이 ‘포미버즈(For Me Buds)’다.
포미버즈에는 ‘다이나믹 바이노럴 비트(Dynamic Binaural Beats)’ 기술이 적용됐다. 고정된 주파수 자극을 내보내던 기존 방식과 달리, 심박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지한 뒤 뇌파 안정을 유도하는 주파수를 동적으로 들려주는 지능형 솔루션이다. 마치 마라톤을 뛰는 선수 옆에서 페이스메이커가 호흡을 맞춰주듯, 흥분한 생체 리듬을 빠르게 이완 상태로 이끄는 구조다.
![[IT 동아] 김형진 디비비츠 CTO “뇌파 분석에서 사용자 생활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확장” 3 브리즈의 아쉬운 부분을 개선하며 완성도를 높인 디비비츠의 포미버즈 / 출처=디비비츠](https://it.donga.com/media/__sized__/images/2026/7/15/6e1fc61fd1644063-thumbnail-1920x1080-70.jpg)
김형진 CTO는 “일반적인 바이노럴 비트는 고정된 주파수를 계속 들려주는 방식이라 유튜브에서 다운받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우리는 생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그에 맞는 사운드 주파수를 동적으로 바꿔주는 게 차별점입니다”라고 설명했다.
포미버즈는 보스(Bose), 앵커(Anker), 오줄로(Ozlo) 등이 각축을 벌이는 수면용 이어버드 시장에서 주목받았다. 크라우드펀딩(대중모금) 플랫폼 킥스타터를 통해 선보인 포미버즈는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고, 중국 시장 진출에도 성공했다.
그럼에도 김형진 CTO는 포미버즈 역시 개선할 부분이 많다고 평가한다. 그는 “기술자 입장에서 올인원 제품을 지향했지만, 기능과 성능 모두 100%에 도달했다고 보기는 어려웠어요. 착용감도 경쟁 제품에 비하면 아쉬웠죠”라고 말했다.
디비비츠는 1세대 포미버즈의 아쉬움을 보완한 차세대 포미버즈를 개발 중이다. ‘온디바이스 알고리듬(On-Device Algorithm)’을 도입해 이어버드 자체 프로세서에서 생체 신호 분석이 이뤄지도록 개선했다. 1세대 포미버즈는 센서가 수집한 날것(Raw) 데이터를 스마트폰 앱으로 보내 연산하는 방식을 써, 배터리 소모가 크고 외부 기기와의 연동성도 제한적이었다. 이 부분을 혁신한 셈이다. 기기 자체에서 센서 데이터 처리가 가능해지면서 외부 장치와도 한층 유연하게 연동할 수 있게 됐다.
앱 전략도 한층 정교해진다. 모든 웰니스 기능을 하나의 앱에 몰아넣어 무겁고 복잡했던 기존 방식 대신, 목적별로 나눈 전용 앱 분할 전략을 택했다. 수면에 집중하고 싶은 이용자는 간결한 슬립 전용 앱을 이용하고, 명상이나 집중이 필요한 이용자는 해당 테마의 경량 앱을 따로 내려받는 구조다. 생체 데이터가 외부 클라우드 서버로 전송되는 데 거부감을 느낀다는 사용자 경험 분석에 따라, 2세대 포미버즈는 모든 개인 정보를 스마트폰 자체 저장장치에만 저장하고 처리하는 프라이버시 우선 정책도 새롭게 도입했다.
디자인 역시 수면 중 착용감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귀에 닿는 면을 일정하게 다듬고, 눌렸을 때 내부가 들뜨는 구조를 채택해 압박감을 줄였다. 2세대 포미버즈는 착용감에 대한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다. 김형진 CTO는 사용자 경험에 대한 깊은 이해와 기술의 실용적 적용이라는 디비비츠의 철학을 차세대 포미버즈에도 그대로 담아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면 환경 전체 아우르는 생태계 구축할 것
디비비츠는 포미버즈 외에도 생체 신호 측정 기술을 착용형, 접촉형, 비접촉형으로 분류하며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선다. 신체에 직접 착용하는 방식이 주는 원초적인 거부감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용자가 아무런 인식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무자각(Unconscious)’ 측정 기술을 전면에 내세울 계획이다.
먼저 스마트 매트리스 솔루션이다. 매트리스 아래 내장된 여러 개의 정밀 압력 센서가 수면 중 척추 움직임과 자세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구조다. 여기에 고감도 피에조(Piezo) 진동 센서를 내장해, 미세하게 전해지는 심장 박동의 변화를 압력 파형으로 변환하고 무자각 상태에서 심박 지표를 측정한다.
디비비츠는 이 기술이 고령화 시대의 사회적 난제인 독거노인 돌봄 서비스를 혁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매일 쌓이는 수면 패턴을 빅데이터로 추적하면 돌연사나 중증 뇌혈관 질환의 전조 증상인 수면 무호흡증과 야간 이상 활동을 조기에 포착할 수 있어서다.
![[IT 동아] 김형진 디비비츠 CTO “뇌파 분석에서 사용자 생활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확장” 4 김형진 디비비츠 최고기술책임자 / 출처=IT동아](https://it.donga.com/media/__sized__/images/2026/7/15/fcdcc8dc04454e1a-thumbnail-1920x1080-70.jpg)
빛을 활용한 수면 동조 시스템 역시 디비비츠가 주목하는 기술이다. 분당서울대병원 및 카이스트와의 공동 임상 연구를 통해 450나노미터(nm) 파장대의 청색광(블루라이트)이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해 강한 각성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붉은빛이 도는 거북한 인공 조명 대신, 자연스러운 노란빛을 유지하면서도 청색광 파장만 선택적으로 제어하는 특수 조명을 개발했다. 이 파장 제어 기술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 수상으로도 이어졌다.
디비비츠는 실제 주거 환경에서의 통합 시나리오를 구체화하는 중이다. 호반그룹과 협업해 수면 특화 사물인터넷(IoT) 공간을 구성하는 개념 검증 작업이 한창이다. 김형진 CTO는 “수면 데이터를 스마트홈 허브에 이식하면 침실은 완전히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외에 글로벌 가전 플랫폼과 협력해 수면 중 생체 온도 변화에 맞춰 에어컨 바람 세기를 미세 조율하고, 이산화탄소 수치를 읽어 환기 가전과 공기청정기를 가동하는 등 환경 전체를 아우르는 생태계 구축에도 힘쓸 계획이다.
사용자 경험 극대화 위해 기술이 양보해야
디비비츠가 첨단 기술 경쟁 속에서도 독보적인 정체성을 지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김형진 CTO의 ‘적정 기술(Appropriate Technology)’ 철학에 기인한다. 그는 오지 원조 사업에서 고성능 첨단 정수 장비가 부품 수급 때문에 수개월 만에 고철로 전락하는 사례를 언급했다. 가장 뛰어난 사양과 기능을 갖춘 기술이라도 사용자의 생활 환경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아무 가치가 없다는 의미다.
김형진 CTO는 적정 기술 논리를 슬립테크에 그대로 투영하는 데 역량을 쏟는다. 수면 단계를 정확히 분석해도 정작 고객이 수치에 만족하지 못하고 제품 사용 방식에 불편함을 느낀다면 그 기술은 설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스마트 알람 기능이다. 수면 단계를 모니터링해 얕은 수면 구간에서 기분 좋게 깨워주는 알고리듬을 설계해 적용했지만, 6시 정각에 깨어나고 싶은 사용자는 5시 50분에 울리는 알람을 보며 오히려 “10분 더 잘 수 있는 내 권리를 기술이 뺏어갔다”고 여겨 짜증과 기술적 불신을 드러낸다는 이야기다.
“완벽함을 뽐내는 기술이 오히려 인간의 감정을 거스른다면, 결국 기술이 양보해야 하는 게 맞습니다. 사람의 주관적 만족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기술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IT 동아] 김형진 디비비츠 CTO “뇌파 분석에서 사용자 생활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확장” 5 김형진 디비비츠 최고기술책임자 / 출처=IT동아](https://it.donga.com/media/__sized__/images/2026/7/15/97392d98442947f9-thumbnail-1920x1080-70.jpg)
김형진 CTO는 애플 에어팟 프로(AirPods Pro)의 접근성 기능을 적정 기술의 긍정적 사례로 꼽았다. 이 기능은 한쪽 청각에 경미한 손실을 겪는 장애인이 일상에서 아무런 거부감 없이 한쪽 이어버드만 착용해도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이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인간의 신체적 다름과 실질적 사용 환경을 온전히 고민한 결과물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디비비츠는 제품을 개발하며 항상 “당신이라면 이 제품을 사용할까?”라고 자문한다. 사용자 환경에 대한 고민과 검증이 디비비츠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다. 디비비츠의 기술 철학이 미래 수면 환경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김형진 CTO는 “디비비츠는 사람을 이해하는 기술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입니다. 빠른 길은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쌓은 기술적 경험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큰 자산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라고 말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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