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수억원 꿀꺽’…예측시장 수상한 베팅범 잡고 보니 ‘트럼프의 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문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었던 백악관 직원이 예측시장에서 거액의 수익을 올린 의혹으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백악관 직원의 예측시장 내부자 거래 의혹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첫 사례로, 정치·사회적 사건을 대상으로 한 예측시장 전반에 대한 감시도 강화될 전망이다.

16일(현지시간) ABC와 CNN 등에 따르면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가브리엘 페레즈 대통령 부보좌관 겸 기술고문이 예측시장 플랫폼 칼시(Kalshi)에서 내부정보를 이용해 거래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페레즈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때 원고를 텔레프롬프터에 띄우는 업무를 맡아 연설문 최종본을 확인할 수 있는 소수의 보좌진 가운데 한 명으로 알려졌다. 그는 대통령을 비롯한 유명 인사가 공개석상에서 어떤 단어나 표현을 사용할지를 맞히는 이른바 ‘언급시장(mention market)’에 베팅해 약 10만달러(약 1억5000만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칼시는 자체 감시 시스템을 통해 페레즈의 거래를 적발해 CFTC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다만 CFTC는 개별 사건에 대한 조사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다. ABC는 페레즈가 수익금을 반환하는 조건으로 CFTC와 합의를 시도하고 있으며, 뉴욕 맨해튼 연방검찰은 형사 입건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도 즉각 조치에 나섰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페레즈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무급 휴직 처리됐다고 밝혔다.

예측시장은 정치·경제·사회 분야에서 특정 사건의 발생 여부를 놓고 돈을 거는 플랫폼이다. 미국에서는 미군의 이란 공습 시점이나 유명 인사의 발언 내용 등을 대상으로 한 상품이 활발히 거래되고 있으며, 칼시와 폴리마켓 등이 대표적인 플랫폼으로 꼽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예측시장을 둘러싼 내부정보 이용 의혹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은 물론 베네수엘라·이란 관련 군사작전 정보 등을 미리 접한 인사들이 베팅에 참여했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됐다. 지난 4월에는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축출 작전 정보를 이용해 폴리마켓에서 약 40만달러의 수익을 올린 혐의로 미군 관계자가 체포되기도 했다.

현지 언론은 페레즈 사건이 예측시장 내부자 거래 의혹의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당국이 조사 범위를 확대할 경우 백악관과 군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한 추가 조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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