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동아] 서울과기대기술지주 출자회사 엘스페스 “글로벌 반도체 심장부를 파고들다”
2026년 07월 25일
![[IT 동아] 서울과기대기술지주 출자회사 엘스페스 “글로벌 반도체 심장부를 파고들다” 1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술지주 출자회사 엘스페스가 글로벌 시장 확대에 나선다 / 출처=엘스페스](https://it.donga.com/media/__sized__/images/2026/7/24/85e287c1025947d8-thumbnail-1920x1080-70.jpg)
[IT동아 강형석 기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술지주회사(이하 서울과기대 기술지주) 출자회사 엘스페스(Elspes)가 실리콘 커패시터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 확대에 나선다.
엘스페스는 2026년 5월, 미국 플로리다주 오세올라 카운티와 신공장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2024년 12월 양측이 체결한 양해각서(MOU)의 후속 조치로, 오세올라 카운티에 약 4억 7000만 달러(약 6938억 원)를 투자해 실리콘 커패시터 신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첨단 산업단지인 네오시티(NeoCity) 내 약 40에이커(약 4만 9000평) 부지에 제조시설과 미국 본사를 설립할 예정이며, 이는 국내 기술기업이 글로벌 반도체 소재·부품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대해 나가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막대한 자본을 쏟아붓는 중이다. 엘스페스가 주목한 플로리다 지역에서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주도로 항공우주·국방·첨단 컴퓨팅을 지원하는 플로리다 반도체 엔진(Florida Semiconductor Engine) 프로젝트가 가동한다. 엘스페스의 플로리다 공장 구축 계획은 미국 첨단 산업 공략을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한 엘스페스의 기술 역량
엘스페스는 고성능 실리콘 커패시터(Silicon Capacitor)를 개발·제조하는 기업이다. 커패시터는 전기를 안정적으로 저장하고, 순간적인 전력 변동이나 불필요한 신호(노이즈)를 억제하는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반도체가 작아지고 빨라질수록 커패시터의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진다.
반도체에 탑재되는 커패시터 대부분은 적층 세라믹 방식(MLCC, Multi-Layer Ceramic Capacitor)을 쓴다. 작은 크기로도 전기 축적 용량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지만, 고온·고주파 환경에서 안정성이 떨어지거나 여러 개를 겹쳐 써야 하는 한계도 뒤따랐다. 인공지능 시대에 반도체 장비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려면, MLCC의 뒤를 잇는 부품이 필수로 꼽힌다.
엘스페스의 실리콘 커패시터는 반도체 공정과 딥 트렌치(Deep Trench) 구조를 활용해 전극 표면적을 넓히고, 고유전율(high-k) 절연체를 적용한 다층 금속-절연체-금속(MIM, Metal-Insulator-Metal) 구조로 단위 면적당 정전용량을 높였다. 이 구조 덕분에 작은 크기로도 낮은 임피던스(전체 저항), 낮은 누설전류와 전력소모, 초저 ESR(등가 직렬 저항)·ESL(등가 직렬 인덕턴스) 특성을 확보했다.
![[IT 동아] 서울과기대기술지주 출자회사 엘스페스 “글로벌 반도체 심장부를 파고들다” 2 엘스페스는 다양한 실리콘 커패시터를 개발ㆍ제조한다 / 출처=엘스페스](https://it.donga.com/media/__sized__/images/2026/7/24/dafafb99ca444210-thumbnail-1920x1080-70.jpg)
차별점은 신뢰성과 온도 안정성에서도 나타난다. 엘스페스의 실리콘 커패시터는 MLCC보다 전압·온도 변화에 따른 용량 변화율이 낮고, 넓은 주파수 대역에서도 낮은 임피던스 특성을 갖췄다. 이런 특성 덕분에 서버와 고성능 컴퓨팅, AI 연산장치처럼 고열·고속 환경에서도 성능 저하가 적고, 더 적은 부품으로 목표 성능에 도달한다는 의미다.
엘스페스는 2025년 7월 정전용량 밀도 2500nF/㎟(제곱밀리미터당 나노패럿), 초광대역 저임피던스 특성을 갖춘 제품을 선보인 데 이어, 같은 해 12월에는 밀도를 3500nF/㎟까지 끌어올렸다. 유리 기판에 실리콘 커패시터를 내장하는 기술은 국제 반도체 및 전자공학 기술 학회 ECTC(Electronic Components and Technology Conference) 2025에서 공개해, 차세대 패키징 분야로 연구 영역을 넓히려는 신호도 보냈다.
품질 인증 확보에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엘스페스는 2026년 2월 AS9100D와 ISO 9001:2015 인증을 취득했다. 2026년 5월에는 미국 군사 표준인 MIL-PRF-32535 규격의 실리콘 딥 트렌치 커패시터(Deep Trench Capacitor, 초고밀도 실리콘 커패시터) 인증 시험을 통과했다. 항공·방산 등 신뢰성 기준이 까다로운 시장까지 넘볼 채비를 갖춘 모습이다.
실리콘 커패시터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충분하다. 시장조사기업 모도어 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는 전 세계 실리콘 커패시터 시장이 2025년 20억 6000만 달러(약 3조 432억 원) 규모에서 2030년 28억 2000만 달러(약 4조 1665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퀄컴·삼성전자 등 모바일 기기 제조사들도 실리콘 커패시터 채용을 확대하는 추세다.
이 같은 시장 확대 국면에서 엘스페스는 2024년 255억 원, 2025년 15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잇달아 유치하며 기술력을 증명해왔다. 미국 플로리다 공장은 이 성장세를 글로벌 시장으로 넓히려는 시도로 읽힌다.
엘스페스의 성장은 기술 투자에 집중한 서울과기대 기술지주의 성과
서울과기대 기술지주는 대학이 보유한 특허·기술·아이디어 같은 창의자산을 발굴해 창업 아이템으로 연결하고, 신생기업을 자회사로 육성하는 투자사다. 학교의 연구성과가 논문이나 특허 단계에 머물지 않고 시장으로 뻗어나가도록 잇는 중간 플랫폼 역할을 한다. 산학협력단·창업지원단과 손잡고 특허 매칭부터 현금·현물 투자, 보육공간 지원까지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서울과기대 기술지주의 차별점은 투자와 보육을 하나의 체계로 묶었다는 점이다. 초기(Seed) → 검증(Batch, PoC) → 성장(Scale-up) → 졸업(Exit)으로 이어지는 전 주기 지원을 통해, 공공기술을 바탕으로 한 유망 교원과 기술창업가를 일찌감치 발굴해 성장 단계까지 밀착 지원한다. 이렇게 회수한 자금은 다시 재투자로 돌려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IT 동아] 서울과기대기술지주 출자회사 엘스페스 “글로벌 반도체 심장부를 파고들다” 3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테크노큐브 304호에 위치한 서울과기대 기술지주 / 출처=서울과학기술대학교](https://it.donga.com/media/__sized__/images/2026/7/24/a282bd38bbdd448b-thumbnail-1920x1080-70.jpg)
지원은 투자 이후에도 이어진다. 서울과기대 기술지주는 2026년 7월 기준 14개 자회사를 운영하고, 4개의 GP · LP 펀드를 운용·출자하고 있다. 여기에 법률·비즈니스 솔루션 프로그램, 보도자료 및 홍보 지원, 시제품 제작 지원, 비즈니스 교육, 펀드 연계 후속 투자 지원 등을 기업 대상으로 촘촘하게 펼친다.
대학에서 탄생한 우수한 기술이 자금난으로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는 이른바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 현상은 벤처·스타트업 업계의 오랜 과제다. 엘스페스는 이러한 초기 사업화 과정을 거쳐 글로벌 시장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과기대 기술지주는 초기 기술의 성장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투자했으며, 이번 성과는 유망 기술을 조기에 발굴하는 투자 전략의 의미를 보여주는 사례로도 평가받고 있다
김동호 서울과기대 기술지주 대표는 “엘스페스의 성과는 대학의 우수한 연구성과와 기업의 기술력, 그리고 기술사업화 지원이 함께 만들어낸 의미 있는 사례다. 앞으로도 유망 기술을 조기에 발굴하고 기술사업화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지원해 더 많은 혁신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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